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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세유표』 저작 200주년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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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다산 정약용은 1801년에서 1818년까지 마흔의 나이에서 오십칠 세의 나이까지 무려 18년이라는 긴긴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경기도 태생이어서 경기도와 서울이 생활의 근거지였지만 천 리 밖의 전라도 강진이라는 해변 외딴곳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오랜 유배 세월동안 불철주야 쉼 없이 학문연구에 마음과 몸을 바쳐 ‘실학사상의 집대성’이라는 대업을 이룩한 위대한 학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무려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 중에서도 유독 『경세유표』라는 저서가 그의 대표적 저서임은 공통적인 견해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근세에 다산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던 위당 정인보는 “선생의 평생 대저(大著)는 『경세유표』라는 하나의 책, 곧 대표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세유표』는 다산의 나이 56세이던 1817년에 저술되었는데, 금년은 200주년이 되는 의미 깊은 해입니다. 그렇다면 다산은 왜 경세유표를 저작했으며 그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경세유표의 서문에서 다산은 말합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인간의 신체로 비교하면 모발(毛髮)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蓋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 ‘반드시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다’(必亡國)’라는 위기의식에 그런 방대한 책을 저술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우리의 오래된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만들어내자(新我之舊邦)”라는 저작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에 법제 개혁의 과제를 낱낱이 나열하였습니다. 첫째 관제(官制)를 개혁하는 것으로부터 마지막 이용감(利用監)이라는 새로운 정부조직을 신설하여 기술도입·기술개발을 통해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열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입시제도나 고시제도의 개혁, 공무원 고과평가 제도의 개혁, 토지제도의 개혁, 세금제도의 개혁 등 지금의 논리에도 완전히 부합하는 내용도 있으나 시대의 차이로 현재에는 그대로 적용하지 못할 분야도 있습니다. 수정하고 보완하여 실행할 과제도 많기 때문에 그 책의 의미는 오늘이라고 해서 절대로 소홀하게 여길 수 없습니다.

경세유표의 절대적인 가치에 대하여 위당 정인보의 탁월한 평가가 있습니다. 200주년을 맞는 책, 위당의 평가에는 오늘 우리가 참고해야 할 날카롭고 막중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법도(法度)에 대한 초본인데 방법(邦法)이라 하지 않고 방례(邦禮)라 함에 벌써 깊은 뜻이 있다. 학문과 정치가 분립한지 오래라 학문이 정치를 버려서 그 학문이 실(實)을 얻지 못하고 정치가 학문에 의거하지 아니하여 그 정치는 언제나 치도(治道)의 본(本)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이에 도(道)와 정(政)의 일치(一致)임을 밖으로 거론하였으니 이것만으로도 세상에 없는 고독한 학문적 결단임을 짐작할 수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용(實用)을 떠난 학문 풍토로 학문 따로 정치 따로 놀아나 치도의 본(本)을 잃었던 그때, 다산은 실학으로 정치의 근본을 제시하고, 정치는 실학에 의거하여 본(本)을 찾아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200년이 지난 오늘, 경세유표의 유훈을 이어받아 실익이 있는 학문, 실익이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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