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도심 한복판에 푸른 바다가 있다?
뜨거운 도심 한복판에 푸른 바다가 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7.18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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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청량리수산물시장

며칠 동안 장마로 불쾌지수가 매우 높았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릴 거라던 일기예보는 역시나 맞지 않았다. 2∼3일 쏟아지던 폭우는 잠시 주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폭염이다. 이틀 뒤 또다시 폭우가 쏟아진단다. 습하고 덥고 끈적거려 싫지만 메마른 논밭에 애타하던 농민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줘서 감사하다. 올해 밥상에 오를 채소들은 더 싱싱하고 과일들은 더 달고 맛있을 듯하다.

 

 

시장마다 잘나가는 특산물이 있다. 서울중앙시장에선 닭, 돼지, 소고기 등 축산물이 잘나갔고, 창신골목시장은 매운 족발, 돈암제일시장은 감자탕, 순대 등. 시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시장이 아니다. 상인들의 모습이 다르다. 그로인해 시장 분위기도 달라진다. 손님들의 표정과 장바구니에 담기는 물건도 다르다. 시장이 위치한 그 지역만의 독특한 분위기, 개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서울에서 수산시장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바로 노량진수산시장이다. 바닷가 앞 수산물센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여러 작은 수산시장이 있다. 이번엔 여러 가지 시장이 한데 어울려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는 청량리를 찾았다. 보통 청량리시장이라 부른다. 이곳엔 워낙 전문시장이 많아 회마다 순차적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그 맨 처음은 청량리수산시장이다.

 

 

청량리시장은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위치했다. 1949년 3월 5일에 설립됐다. 설립 초기 점포는 약 250개. 서울에서 남대문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후 다시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재건되었다. 하지만 1961년에 일어난 대형화재로 많은 상점들이 불타버렸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두 번의 재난을 겪었지만, 시장으로서 인지도는 여전히 높았다. 시장을 복구하면서 재래식 상가들은 철거되고, 1963년에 2층으로 구성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며 새롭게 단장되었다. 하지만 1992년 또 화재가 일어나는 등 수모를 겪은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청과물 도매를 주로 하는 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약 70여 개의 점포가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로 인근에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장이 있어 처음 온 사람들은 헷갈려하기도 한다.

 

 

신문사가 위치한 숭인동에서 버스를 탔다. 약 서너 정거장 지날 무렵 안내방송에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이 들린다. 10분여 만에 도착했다. 청량리는 집과도 가까운 위치. 어린 시절부터 엄마 손잡고 많이 와본 곳이다. 때문에 오늘은 누구보다 청량리시장을 잘 아는 엄마와 동행했다. 저녁거리도 살 겸 같이 시장을 돌기로 했다.

늘 그렇듯 이곳은 유독 사람들이 많다. 연령대는 대부분 높은 편이다. 수산시장뿐만 아니라 더 유명한 청과물시장, 농수산물시장, 재래시장, 약령시장, 경동시장이 붙어있어 전통 ‘쇼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패션(?)은 ‘장바구니 손수레’ 패션이다. 할머니, 아주머니들 모두 장바구니가 달린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신다. 장보기에 아주 딱인 제품이다. 요즘 길 지나다니면 많이 보인다. 작은 손수레에 큰 주머니처럼 생긴 장바구니. 대형마트에 카트가 있다면 시장엔 장바구니 손수레가 있다.

수산물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찬란한 자태를 뽐내는 저것은 바로 갈치다. 은빛 광택이 예사롭지 않다. 긴 몸으로 쫙 뻗어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잘 갈아놓은 검 같다. 상점마다 갈치들이 많이 보인다.

 

 

그 옆으로 참병어들이 누워있다. 한 바구니(네 마리)에 1만원이다. 참가자미도 많이 보인다. 두 마리에 5000원. 동태도 두 마리에 5000원이다. 등 푸른 고등어도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바다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없는 생선, 해산물이 없다. 피문어는 물론이고, 낙지, 꼴뚜기, 주꾸미도 보인다. 상인은 문어가 아직 살아있다며 녀석의 튼실한 몸뚱이를 찰싹찰싹 때린다. 그 한 몸 희생하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발길을 멈추고 가격을 묻는다. 녀석 오늘 밥상에 당첨 되겠구나…. 삶아서 바로 초장만 찍어먹어도 맛있겠다.

횟감으로 먹을 게 많다. 방어, 산낙지, 전복, 병어…. 회를 직접 떠주기도 한다. 시장 중앙에서 오른쪽 길로 빠지면 회, 해산물 등을 안주로 배를 채울만한 노점상이 있다. 생전복, 산낙지… 이 더운 날 최고의 안주다.

 

 

엄마의 단골 상점을 들렸다. 튼실한 소라가 눈에 띈다. 소라는 1kg에 만원. 워낙 커서 우리 세 식구 먹고도 남을 것 같다. 아까부터 눈에 띄던 애가 있다. 바로 킹크랩. 얼음판위에서 다리 오므리고 벌벌 떠는 모습이 안쓰러웠나보다. 킹크랩도 구매. 1500g에 2만5000원. 원래 2만7000원인데 단골이라며 깎아주셨다. 재래시장만의 매력이다. 집에 와 상점 아저씨가 알려준 팁대로 통째로 찌는 대신 물에 10분정도 삶으니까 짜지 않고 부드러웠다. 살도 꽉 찼다.

한쪽에선 갑오징어, 새우, 굴, 대합 등을 판다. 대합은 흡사 더위 먹은 강아지처럼 혀를 내밀고 있다. 홍합은 그물망에 한 망씩 판다. 요리조리 뒤집어보던 아주머니는 맘에 드셨는지 바로 담아간다. 오가는 사람들은 품질에선 대체로 만족하며 사가는 모습들이다.

 

 

수산물시장이라 해서 수산물만 있는 건 아니다. 커다란 정육점에도 오가는 손님이 많다. 정육점 앞에는 ‘부산물 허파, 곱창, 양지, 벌집, 양, 선지, 오소리감투’라고 쓰여진 밑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애교글씨가 덧붙여져 있다.

시장 끝자락 부근에선 젓갈류도 판매한다. 새우젓이 한통가득 산처럼 쌓여있다. 그 위로 새 모양의 인형이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 파리를 쫓는 기계다. 이전엔 바람개비 같이 바람을 이용한 기계였다면 요즘엔 저 스스로 돌아가는 기계를 사용한다. 새우 사냥에 나선 물총새 같다.

 

 

다시 입구 쪽으로 턴. 오던 길로 돌아간다. 올 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다. 저마다의 손수레엔 오늘 저녁 밥상에 올라갈 생선과 야채들이 잔뜩 실어져있다. 해가 점점 저물며 바람도 불고 선선해지니 상인들의 목소리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하나 둘 전등을 켠다. 전등에 비친 생선들은 더 눈이 부시다. 마치 서울 속 바다에 와있는 느낌이다. 콧속에 바다내음이 가득하다.

장도 보고, 탐방도 마친 뒤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이곳의 명물 부산어묵 하나씩 먹고 마무리하기로 한다. 땀으로 빠진 염분과 허기진 배를 가득히 채워준다. 이열치열, 뜨거운 어묵국물도 한 컵 한다. 캬~ 이 맛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양 손 모두 무겁다. 오늘 저녁은 해산물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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