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와 이복동생, 그 잔잔한 울림
세 자매와 이복동생, 그 잔잔한 울림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7.19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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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보기>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일본 영화는 작은 스케일의 아기자기한 매력이 특징이다. 어느 영화에서나 그들만의 문화가 진하게 느껴진다. 장르를 불문하고 보고 있노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영화들이 많다. 일본은 잘 알다시피 애니메이션의 강국이다. 그 첨병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사랑하고 엄청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이 대표작이다.

일본은 고등학생때 여행을 간 일이 있다. 한창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일드’(일본드라마)에 빠져 있을 때라 꿈꾸듯 다녀왔다. 드라마에서처럼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다. 큰 도로에는 차가 많았지만 소음은 적었다. 골목은 정겨웠고 깨끗했다. 사람들은 예의 바르게 느껴졌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 컷

 

혼자 집에서 영화 보는 게 취미다. 텔레비전은 잘 보지 않는다. 특히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주말엔 잔잔한 일본 영화를 골라본다. 몇 년이 지났지만 여행했을 때의 그 좋은 추억이 몽글몽글 다시 피어난다.

이전부터 예고편으로만 보다가 ‘이건 영화관이 아니라 꼭 집에서 편안하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가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년 개봉)’. 예고편에 나오는 티 없이 맑은 얼굴의 소녀, 세 언니들 그리고 바닷가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 깊었다.

일상 속 사소한 아름다움과 슬픔, 기쁨을 발견해내는 섬세하고 탁월한 솜씨로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의 가족 드라마로 영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온 그다.

작은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가 15년 전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간다. 그곳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 동생 ‘스즈’를 만나면서 시작된 네 자매의 일상을 담아냈다. 부모의 부재로 어린 나이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던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를 만나 함께 살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의 외도로 버려진 세 자매가 이복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는 이야기에 끌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첫째 ‘사치’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듯한 이복 여동생 ‘스즈’, 내면의 아픔을 안고 있지만 밝게 살아가는 둘째 ‘요시노’, 셋째 ‘치카’가 진정한 가족이 되면서 펼쳐지는 일상을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따뜻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는 일본 만화 대상을 수상한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했다. 감독은 “읽는 순간, 반드시 영화로 제작할 것을 결심했다”고 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일본 고유의 분위기와 감성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작은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로 스즈가 다니는 학교, 등굣길, 세 언니들과 사는 일본 전통 분위기의 집까지…. 벚꽃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 기모노를 입고 불꽃축제에 가는 장면 등 어떻게 보면 어느 일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다.

일본 가정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집밥, 매실청 담그는 모습, 장례 모습 등 어떻게 보면 매우 뻔한, 흔한 가족 이야기를 특별하지도 진부하지도 않게 표현해냈다.

영화는 매우 잔잔하게 흘러간다. 아버지, 어머니 없이도 잘 사는 네 자매. 저마다 힘든 일이 있지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이겨낸다. 성숙하고 고운 성품을 가진 든든한 첫째 딸 사치, 아름다운 외모와 화끈한 성격의 둘째 딸 요시노, 개성이 강하고 말 잘 듣는 셋째 딸 카호, 아직 어리지만 생각만큼은 어른스러운 막내 스즈. 처음의 어색했던 사이는 느릿느릿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마지막 부분, 동네 아주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뒤 네 자매가 바닷가에 간다. 그 곳에서 그들은 진정한 한 가족으로서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역시 다정한 분인가봐, 이런 동생을 남겨주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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