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면서 왜 불만이 없느냐고?
연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면서 왜 불만이 없느냐고?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7.07.2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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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10회 / 이석원

스웨덴의 세계적인 통신 장비 기업 에릭슨(Eriksson)에 근무하는 38세의 칼 구스타프손은 자신의 연봉 57만 2000크로나(한화 약 7760만원) 중 32만 3300크로나(약 4380만원) 정도를 소득세로 낸다. 무려 56.52%를 소득세로 내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손은 아내와 세 자녀가 함께 생활하며 거실을 포함한 3개의 방이 있는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는 은행에서 장기 대출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매월 대출 원금과 이자 8200크로나(약 113만원)와 관리비 4000크로나(약 54만원)가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루시 안데르스는 지난 해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의 일간 신문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에서 시간제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하루 평균 4시간, 월 15일 가량을 근무하면서 연봉으로 25만 3000크로나(약 3433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에 대한 소득세는 29.47%인 7만 4560크로나(약 1118만원)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후 2년 전부터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데, 거실과 침실 하나짜리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임대료 월 9000크로나(약 122만원)를 똑같이 나눠서 낸다.

 

▲ 스웨덴 사람들의 삶은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복지 정책에 안착해 있다. 정권의 이념이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유지된다는 확신은 세게에서 가장 안정된 삶의 정서를 지켜주는 힘인 것이다.

 

그런데 칼 구스타프손과 루시 안데르스의 세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물건을 살 때마다 내는 세금이 따로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부가가치세다.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25%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연봉이 57만 2000크로나인 칼 구스타프손은 스웨덴의 세법에 따라 지방소득세 31.52%와 국가소득세 25%를 소득세로 낸다. 25만 3000크로나의 연봉을 받는 루시 안데르스는 지방소득세 29.47%만 낸다. 스웨덴에서는 연봉이 38만 200크로나 이상부터는 지방소득세에 국가소득세를 더 낸다. 38만 200크로나 이상, 53만 8800크로나 미만이면 지방소득세 31.52%에 국가소득세 20%를 더 내야 하고, 53만 8800크로나 이상이면 지방소득세율은 같지만 국가소득세 25%를 더 내야 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 자기 수입의 절반 이상을 소득세로 내는 칼 구스타프손이나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는 루시 안데르스는 세금에 대한 불만이 없다. 그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스웨덴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세금을 낸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들은 국가에서 세율을 더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렇게 낸 세금이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이다.

지난 해 스웨덴의 한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웨덴 시민의 74.3%가 ‘복지를 늘린다면 세금 인상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결과를 분석한 이 기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스웨덴으로 유입된 외국 이민자들의 비율이 높아져 자칫 복지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또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이 복지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국가 부도 사태에 까지 이른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 만 65세를 넘어선 연금 수령자(Pension&#228;r)들이 많이 모여사는 것으로 알려진 스톡홀름 북동쪽의 아름다운 섬 박스홀름(Vaxholm). 아기자기한 크고 작은 집들에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여유 있는 삶이 엿보인다.

 

즉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이 적으면 필연적으로 복지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다. 다시 말해 대학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 사실상 무료나 마찬가지인 의료, 그리고 만 65세가 되면 죽을 때까지 받게 되는 충분한 연금은 자신들이 낸 세금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만 18세까지는 매월 지급되는 수당, 무이자나 다름없고 상환 부담이 적은 대학의 학자금 대출, 직장을 잃어도 2년간 지급되는 급여와 무료 직업 교육 기회 등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사람들은 별다른 저축을 하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일도 많지 않다. 수익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히 벌어서는 그럴 여유도 없다. 그 대신 그들은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바로 저축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 보니 결국 공교육은 교육 보험이나 연금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국가의 강력한 의료 보험이 있으니 따로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보험을 들 필요가 없다. 또 은퇴 전 수입의 최고 80%까지 이르는 노후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저축과 보험, 연금 등이 거기서 다 해결될 수 있는데 굳이 개인적인 저축과 연금을 들어야 할 이유도, 또 높은 조세 부담 때문에 여유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스웨덴의 그 어떤 정치인도 이런 기본적인 복지의 골격을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1930년대 사민당이 집권하기 시작한 이후 스웨덴의 사회복지 정책이 2번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세계적인 오일 쇼크 때이고, 두 번째는 1990년대 초 세계 금융위기 때다. 1990년대 초에는 세제 개력과 함께 복지 개혁이 이뤄졌다. 한마디로 세금을 줄이면서 복지를 줄였던 것이다.

 

▲ 스웨덴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정된 복지 혜택은 결국 자신들이 내는 세금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스웨덴의 복지 정책이 영구히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정서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당시 전반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집권 사민당은 보수정당인 자유당과 정책 보조를 맞추면서 소득세를 내렸다. 자연히 복지 재정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1년 총선거에서 사민당은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사민당을 물리치고 정권을 잡은 보수당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73%에서 51%로 낮추고, 법인세도 57%에서 30%로 감축했다.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복지 재정도 줄 수밖에 없어서 복지 개혁이라며 노후 연금 책임을 국가와 광역 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 단체인 코뮨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결국 보수당은 1994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세금 인상과 복지 강화를 다시 들고 나온 사민당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우리의 사고방식대로 이해를 한다면 스웨덴은 이상한 민심을 지니고 있다. 칼 구스타프손이나 루시 안데르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웨덴 정치권에서는 ‘복지와 세금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는 불문율이 있다. 국가의 경제 활동과는 상관없이 ‘세금이 곧 복지’라는 인식은 거의 절대선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집권했던 보수당 중심의 중도우파연합이 세금을 줄이면서 복지를 약화하려는 정책을 펴자, 역사상 가장 허약했던 사민당이 중심이 된 녹색좌파연합이 2014년 세금 인상과 복지 강화의 깃발을 들고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내가 낸 세금이 국가가 관리하는 저축이자 보험이고 연금’이라는 스웨덴의 사회 인식은,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변혁이 요구되는 대한민국에도 새삼 설득력을 가진 어젠다가 돼야 할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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