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달달하다 싱그럽다, 이곳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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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7.2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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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청량리청과물시장

신문사가 위치한 숭인동에서 버스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방송에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이 들린다. 10분 여 만에 도착했다. 청량리는 집과도 가까운 위치.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손잡고 많이 왔던 곳이기도 하다.

늘 그렇듯 사람이 많다. 대부분 연령대는 높은 편이다. 수산물시장, 종합시장, 경동시장, 서울약령시장, 홍릉시장도 인근에 함께 있어 전통 ‘쇼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청량리시장은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위치했다. 1949년 3월 5일에 설립됐다. 설립 초기 점포는 약 250개. 서울에서 남대문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후 다시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이 재건되었다. 하지만 1961년에 일어난 대형화재로 많은 상점들이 불타버렸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두 번의 재난을 겪었지만, 시장으로서 인지도는 여전히 높았다. 시장을 복구하면서 재래식 상가들은 철거되고, 1963년에 2층으로 구성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며 새롭게 단장되었다. 1992년 또 화재가 일어나는 등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대부분 시장들에 아케이드(지붕)이 씌워지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이 이뤄진 상태다.

이번에 소개할 청량리청과물시장은 국내에서 청과물 도매를 주로 하는 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약 70여 개의 점포가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푸릇푸릇 노릇노릇 발그레한 총천연색 과일들, 그 침 흘리는 파티가 시작된다.

 

 

다시 시작된 장마는 대지의 주름과 농부들 미간의 주름마저 쫙쫙 펴주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 시원상큼하다. 장마 끝 무렵 빗줄기는 드문드문 한 번씩 고개를 내민다.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한여름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아침마다 울리는 알람. 폭염주의보다. 핸드폰에서 긴급재난문자가 요란을 떨어댄다. 어디선가 찌르릉찌르릉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참 반가운 소리다. 뜨겁고 땀나는 날씨가 너무나 싫지만 여름이 여름다우니 좋다.

계속되는 무더위는 사람을 한없이 지치게 한다. 시장 탐방이고 뭐고, 당장 시원한 계곡으로 달려가 온몸 던져 넣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래서 여름휴가가 있나 보다. 여름을 나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바다, 계곡, 워터파크, 수영장 등 더운 몸을 시켜줄 시원한 물놀이를 많이 간다. 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 전시회, 박물관, 영화관 등 을 탐색하기도 한다. 뭐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 싶으면 집에서 냉수로 샤워하고 선풍기, 에어컨 바람 쐬며 거실에 앉아 가족들과 시원한 수박을 쪼개먹는 것도 금상첨화다.

 

 

여름에 지친 몸엔 보양식도 좋지만 수분과 당이 함유된 싱싱한 야채, 과일을 먹는 게 중요하다. 땀으로 빠지는 수분들을 과일로 채워주는 것이다. 비타민도 풍부해 뜨거운 햇볕에 지친 피부까지 챙겨주고 일석이조다. 여름 대표 과일로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수박, 참외 그 외에 자두, 토마토 등이 있다. 이런 싱싱한 과일을 구하기 위해선 역시 전통시장만한 곳이 없다.

청량리청과물시장은 수산물시장 바로 건너편에 있다. 입구서부터 바글바글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엄청나게 넓은 시장이라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다보니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역시 이곳 전문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탐방에 나섰다. 그 좁고 복잡한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지나가는 엄마를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시장 고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할머니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곳이 나온다. 밤고구마와 양파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판다. 한 봉지(10∼12개정도)에 2000원.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싸다고 질이 떨어진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상처 하나 없이 토실토실 탐스러운 저 자태를 보라.

좀 더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은 청과물시장 2출입구, 왼쪽은 청과물시장 1출입구라고 적혀있다. 북적북적한 1출입구와 달리 2출입구는 문을 닫은 곳이 많다. 2출입구는 청과물도매만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엄마의 말씀. 아하~. 도매시장은 보통 이른 새벽에 열린다. 하지만 경제가 힘든 탓이지 몇몇 상점은 영업을 하고 있다. 많이 지친 듯한 상인들에 비해 알록달록한 과일들은 싱싱하기만 하다.

 

 

1출입구로 들어섰다. 입구 전광판엔 환영 문구가 반짝인다. 대파 한단에 1000원, 실파 한단에 500원, 가지 한바구니(5∼6개)에 1000원 등 말도 안 될 법한 가격들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농민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와는 관계없이 여기저기선 호객소리 즐겁기만 하다. 시장 안은 과일과 채소의 향긋한 냄새로 가득하다. 저녁 시간이 다되어 떨이로 파는 곳이 많다.

역시나 여름을 대표하는 제철 과일들이 대부분이다. 참외 떨이 10개 4000원, 자두 한바구니(약 15∼20개)에 3000원, 천도복숭아 한바구니(약10개)에 5000원이었지만 떨이로 4000원 등. 일단 입구에서만 이렇게 떨이로 향긋한 여름과일들을 팔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대표적 여름 과일인 수박이 나온다. 크기별로, 종류별로 가격도 다양하다. 5000원부터 12000원까지. 12000원 짜리는 손수레 없이 집에 가져가긴 힘들겠다. 5000원짜리도 농구공 크기를 넘을 정도니 12000원짜리는 말 다했다. 잘라놓은 수박의 속은 또 어찌나 알차고 빨간지 굳이 똑똑 두드려보지 않아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상인들이 수박을 한입크기로 잘라 맛보기로 주기도 한다. 자신이 있는 것이다.

 

 

야채와 과일의 선을 미묘하게 오가는 토마토도 많이 나와 있다. ‘고랭지 찰토마토 지금부터 2000원’이라고 적혀있다. 한 바구니에 10개 정도 들어가 있다. 토마토는 설탕이나 소금을 뿌려 단맛을 극대화시켜 먹는 게 꿀맛이다.

시장통로 가운데는 큰 손수레에 야채를 쌓아놓고 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쪽파를 팔고 계시는 아저씨는 엄마의 단골이다. 한단에 1000원. 김치 중에서도 푸욱 익힌 파김치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아저씨에게 다가간다. 아저씨의 언변이 뛰어나다. 엄마를 잘 안다는 표정으로 “몇 단 사가시게?”라고 묻는 아저씨. “딸내미가 파김치를 좋아해가지고~ 김치 담글라하는데 한단 할지 두단 할 지 고민이네~”라는 엄마의 말에 “허참~ 고민 열심히 하고 말해줘브러 그럼”이란다. “두단하지 말고 이십단은 사가야제~”라며 잠깐의 대화에도 재치가 넘친다. 엄마가 아저씨의 단골이 된지도 10년이 넘었다. 아저씨는 이 자리에서만 30년을 계셨단다.

 

 

조금 더 들어가면 중간쯤 리어카에서 양파를 파는 할머니도 계신다. 엄마의 말로는 할머니가 정말 친절해서 굳이 다른 데가 더 싸도 할머니를 찾는 손님이 많단다. 양파는 한 바구니(10개 정도)에 2000원이다. 열대과일인 파인애플도 1개에 2000원, 3000원이다. 수박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별의별 과일이 다 있다. 여자에게 그렇게 좋다는 아로니아와 블루베리, 아사이베리도 있다. 없는 게 없는 청과물 시장이다.

청과물 시장에서 나오면 바로 청량리종합시장이 연결된다. 약재, 건어물, 닭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다음 호엔 청량리종합시장과 경동시장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청량리수산시장에 시원한 바다 내음이 있다면 청량리청과물시장엔 상인들의 활력만큼 달달하고 신선한 향기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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