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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쏟아져 내리는 별들, 난 선택받은 사람이야!

<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임미숙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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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장만나는 커피향 항아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일 푹푹 찌는 날씨 속에 ‘김천자두포도축제’가 화려하게 열렸다. 참 더운 날씨, 여름축제가 아닌 시원~한 가을축제였으면 하는 맹랑한 상상도 살짝 해본다. 하지만 어차피 여름에 열릴 수밖에 없는 축제이니 무더위를 이겨낼 수밖에. 해마다 금, 토, 일 3일간 열리는 축제는 김천 주민들에겐 아주 큰 행사다. 이번엔 송해 아저씨의 ‘전국노래자랑’까지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축제에서 우리음식연구회의 활약도 눈이 부셨다. 부스 2개를 배정 받았다. 우린 쌀 쿠키체험과, 떡 클레이를 준비했다. 쌀 소비 촉진운동의 일환으로 준비한 것이다. 준비조차 버거운 축제 첫날, 땀은 벌써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닫혀있던 천막을 말아서 걷어 올리는데 땀 몇 바가지를 쏟았다. 그래도 회원들이 나오기 전 임원진들이 먼저 나와 준비를 마쳤다. 임원을 맡은 죄로 힘든 일은 솔선수범한다. 임원들이 수고해서 만든 천연염색 앞치마를 모두 차려입었다. 쪽과 감의 복합염이 고급스러워서 보는 이마다 칭찬이다. “어떻게 이런 앞치마를 단체로 입었냐”는 질문들…. 천연염색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말들이다.ㅎㅎ 전부 단아하게 차려입고 체험객 맞이 준비 끝!

금요일이라 좀 한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많은 인파들이 몰려왔다. 예상외로 올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김천 혁신도시 영향인 듯하다. 김천 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와 한국전력기술 본사가 들어섰다. 그 덕에 젊은 부부들이 많이 김천으로 이사를 왔다.

 

 

유모차부대들도 줄지어 나오고, 아이들 손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을 보니 나도 젊어지는 듯한 기분. 목소리도 업 되고, 저절로 표정이 밝아진다. 젊음이 좋구나~!!

우리음식연구회 회원들 3일 내내 쌀 쿠키 체험 강사로 열심히 일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사실 이맘때는 농부에겐 너무나 바쁜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를 해준 회원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담당 계장님의 시원시원한 추진력도 빛을 발하고, 비가 살짝살짝 내려준 덕에 그나마 작년보다는 덜 더운 듯하다. 하지만 200도의 오븐에서 계속 쿠키를 구워내는 데는 내리는 비도 무소용이다.

김천자두포도축제에는 볼거리도 많았다. 솜씨쟁이들이 각자의 작품들을 들고 나와서 품격을 더해주었다. 소품들과 수제 천연염색 옷은 여성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아쉬운 건 식사를 담당한 식당들의 음식수준이 너무 수준 이하였다는 점. 올해는 음식연구회에서 식당을 운영해보려고 했는데 소장님께서 굳이 힘드니 하지 말라고 하셨다. 물론 편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러 다녀온 회원들의 입이 쑤~욱 나왔다. 먹거리가 엉망이란다. 개인 식당들이 들어와서 하루살이처럼 대충 해내는 식사가 축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년 축제땐 자두비빔밥에 한번 도전해볼까, 고민해본다. 너무 더우니까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미안하다. 체험비로 1인당 2000원을 받는데 매출이 거의 130만원까지 올랐으니 얼마나 바빴을까.

 

 

쌀 쿠키에 직접 만든 자두 잼을 발라서 구워내니 맛도 좋고, 자두홍보도 하고 일석이조다. 체험이 인기가 많다. 쿠키반죽에 여러 모양의 틀을 찍어내 오븐에 구워 각자의 쿠키를 찾아간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자기 쿠키를 금방 찾아내더라.

‘전국노래자랑’ 녹화시간이 다가오니 자두축제장의 인파가 최정점을 찍는다. 쌀 쿠키체험도 밀려서 대기를 해야 했고, 구워내는 쿠키도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식당에 가서 돈을 헤아리는 데 신이 났다. 힘든 장사 끝내고 정산하는 기분? 매일 매일 이만큼씩 돈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둥 수다를 떨었다. 이렇게 힘 모아 자원봉사해서 얻은 돈은 김천시 장학기금으로 내놓을 것이다. 의미 있게 쓰일 것을 생각하니 그 또한 우리를 힘나게 했다.

곳곳에 장맛비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잘 참아준 편이다. 음식연구회 부스가 제일 활기차고, 팀워크가 좋았다는 칭찬도 들었다. 모두 한마음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척척 해나갔다. 회원들이 뭉치면 그 어떤 일도 해낼 것 같다.

귀농연합회에서 김천과 영덕 귀농인들이 자매결연을 맺었단다. 건오징어와 다시마를 샀다. 물론 집에도 넘치지만 김천까지 왔는데 가져온 물건은 다 팔고 가야 다들 맘이 편할 것 같았다. 귀농연합회 부스에서 초등학교 선배를 만났다. 이렇게 저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1년 선배,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바로 옆 동네 이웃이었다. 고향사람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ㅎㅎ

 

 

해마다 올라가는 기온 탓에 수확을 하기 전에 익어버리는 자두 때문에 어르신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니, 그럼 자두가 익어야 파는 거 아니냐고요? 그게 아니고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자두가 고기 익듯 익어버린다고…. 너무 빨리 익어버려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제 김천자두도 장담을 못할 지경이다. 생산지가 더 위 지방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인지….

서울 지인들이 연신 자두상황을 물어온다. 비가 조금만 와도 자두 맛이 확 달라진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일 매일 직접 자두 맛을 본 뒤 택배 심부름을 해오던 터. 올핸 너무 성가시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몸이 많이 바쁜 탓일 게다. 그냥 농장에 연결해주면 편할 것을, 굳이 직접 자두 맛을 보고 오늘 보내야할지 말아야 할 지 신경 쓰는 것도 고역이다. 바로 옆집이 자두농장이지만 “택배 보낼 자두 20박스 정도 있나요?” 물어보면 신통찮은 답이 온다. 내일은 자두공판장에 나가볼까한다. 공판장에서 직접 사서 보내줄까, 고민 중이다. 직접 밭에 가서 자두 살 때를 정해야하는 사정을 서울사람들은 알까? 돈 보내면 자두 그냥 뚝딱 따서 보내주는 줄 안다.

김천자두는 아기 주먹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데, 올해는 긴 가뭄으로 크기가 별로란다. 주문받아둔 자두 때문에 매일 신경이 쓰인다. 맛도 가격도….

 

 

또 이맘때면 양파를 사기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는 언니가 있다. 다들 ‘서울에서 오는 경비로 양파 살 텐데, 이 먼 곳까지 사러 오는 건 무리 아닌가?’ 한다. 하지만 언니는 김천 산골의 양파는 단단하고 보관도 오래돼서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좋단다. 차에 한가득 양파를 사서간다. 그렇게 가져간 양파는 지인들에게 해마다 선물로 한망씩 준단다. 언니의 정성도 대단하다. 그나마 올해는 양파가격이 너무 비싸서 캐자마자 중간상인들이 싣고 가는 바람에 언니가 애를 먹었다. 양파 사러 내려온 김에 우리 집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은 후 바람도 쏘일 겸 직지사에 갔더니 노래하는 분수가 작동하는 시간이었다. 난 처음 안 사실인데 다른 마녀들은 이미 알고 있더라. 그 좋은 구경거리를 왜 여태 난 몰랐던 거지…? 30분 정도 노래가 나온다. 장르도 다양해서 정말 신이 났다. 라이브 공연처럼 생동감이 있었고, 음향시설도 굉장했다. 여름밤의 더위를 살짝 잊게 해주는 신나는 분수 쇼였다. 집으로 돌아오며 밤하늘을 보니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언니, 하늘 좀 봐요~.”

밤하늘의 별들은 우리 집 관광명물이다. 불을 다 끄고 각자 편한 자리에서 하늘 올려다보며 멍~때리기…. 감탄사가 연발한다. 반짝이는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 이곳에 살고 있는 난 선택받은 사람이 분명하다.

 

 

마녀들이 바쁘다.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밭일이 많은 마녀는 땡볕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고, 또 다른 마녀는 집으로 휴가온 손님맞이 하느라 바쁘고, 나 역시 꼬맹이 조카가 왔다. 마당에 풀 좀 뽑자고 했더니, “고모, 나도 휴식이 필요해서 왔어요” 란다. 헐~ 그래, 그래 알았다 푹 쉬어라.

난 혼자서 마당의 풀을 다 정리했다. 꼬박 3시간 걸려서. 한번 뭔가에 꽂히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지는 난, 땀범벅이 된 채 일을 마쳤다. 한꺼번에 너무 오래 일한다며 조카가 깜짝 놀란다.

땀 흘리며 일하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는 그 느낌, 그 상쾌함. 오늘 난 그 상쾌함을 제대로 맛보았다. 앞으로도 풀과의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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