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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좋아했던 ‘세외전(稅外田)’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3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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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국민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가장 큰 의무 중의 하나는 납세(納稅)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의 중요도로 보더라도 세금을 걷는 일처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세액(稅額)을 어떻게 정하고 세목(稅目)을 어떻게 정하여 얼마 정도의 세금을 걷을 것인가를 논하는 세정(稅政)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국가정책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세금이 줄어들고, 세목의 숫자가 작아질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지만, 최상으로 원하는 바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사항의 하나일 것입니다.

사랑채 아래에 세외전을 새로 개간해
층층이 돌로 쌓아 샘물이 흘러들게 해
금년에는 처음으로 미나리 심는 법 배워
성안에 나가 채소 사는 돈은 들지 않겠네

舍下新開稅外田
層層細石閣飛泉
今年始學蒔芹法
不費城中買菜錢

다산의 시 「다산화사(茶山花史) 二十首」중의 시 한 수입니다. 다산 같은 애국자이고 약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 강고한 사람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전답, 바로 ‘세외전(稅外田)’을 소유했음을 그렇게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의 내용입니다. 언젠가는 신고하여 전적(田籍)에 올려 세금을 내야겠지만 그러는 사이 세외전의 소유에 기뻐하는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심사임을 알게 해줍니다.

요즘 새로 들어선 정부에서는 세금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지난 9년간 국가경제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음에도 상대적인 세금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이 성장하면 더 많은 세금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과거 보수정권의 셈법은 틀렸다”(경향신문)라는 기사에서 보이듯, 기왕의 정부에서 했던 부자감세나 대기업에 몰아주기식 세제와 세정은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조선 5백 년의 역사를 회고해봅니다. 반계‧성호‧다산을 흔히 조선 후기 3대 실학자라 일컫는데 이들 실학의 정책에서 세제와 세정에 관한 논의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가난에 찌들고, 탐관오리들의 착취에 숨쉬기도 어렵던 일반 백성들을 위해 이들이 내놓은 세정의 본질은 ‘손상익하(損上益下:성호)’, ‘손부익빈(損富益貧:다산)’이라는 네 글자에 담겨 있습니다. 글자는 달라도 뜻은 다 같습니다. 상류층의 재산을 덜어다가 하층의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게 하자는 뜻이어서 부유층의 재산을 덜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게 한다는 뜻과 내용은 같습니다.
 

▲ 다산 정약용

성호와 다산의 대원칙은 그들의 창안이 아닙니다. ‘손상익하’야 『주역』에 나오는 어구로 요순 이래 동양 세정의 원리로, 상식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감히 위정자들에게 말합니다. 그동안 어떤 세제 아래서 어떻게 세정이 운영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펴 국익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고액의 세금으로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과 하층의 백성들에게 손톱만큼이라도 이익이 되게 하는 ‘손상익하’의 세제로 바로잡고 그런 원칙으로 세정을 펴라는 진언을 올립니다. 혹독한 세금은 사나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옛 경전의 말씀을 기억하여, 세금 물지 않는 전답 갖기를 그렇게도 바라는 서민들의 마음에 드는 정책을 펴주어야 합니다.

소수의 부자나 대기업의 이익보다는 힘없고 약한 일반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지는 그런 세제로 ‘손부익빈’말고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나라의 백년대계를 헤아리면서 만인이 납득할만한 세정, 그래서 위험수위에 오른 빈부의 격차와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우친 갈등의 큰 요소를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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