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넣고 비빈 우묵 한 사발 어때요, 떨이요∼떨이!”
“얼음 넣고 비빈 우묵 한 사발 어때요, 떨이요∼떨이!”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8.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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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서울경동시장

신문사가 위치한 숭인동에서 버스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방송에서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을 알린다. 10분 여 만에 도착했다. 청량리는 집과도 가까운 위치.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손잡고 많이 왔다. 휴가철인데도 사람이 많다. 어르신들이 많이 눈에 띈다. 수산물시장과 청과물, 야채 등등 없는 게 없는 청량리시장 일대다.

 

 

6‧25 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하며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농민들이 가져오는 농산물과 채소 및 임산물들이 옛 성동역과 청량리역을 통해 몰려들었다. 이것들의 집산지로서의 공간이 필요했다. 전토를 매립한 공지에서부터 장사를 벌이기 시작해 자연히 시장이 형성됐다.

몇주 전부터 특집으로 청량리시장 일대를 샅샅이 소개해드리고 있다. 이번 호엔 청량리시장과 인접한 서울경동시장이다. 서울경동시장은 동대문구 제기동, 용두동, 전농동 일대의 서울약령시, 경동신시장, 경동구시장, 경동빌딩, 한솔동의보감, 기타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흔히들 경동시장이라고 부른다. 규모는 인근 유사시장 면적 포함 약10만㎡이다. 서울약령시에서는 한약재 등을 판다. 재래시장으로 분류되는 광성상가, 경동신시장 등에서는 제수용품, 인삼, 벌꿀, 잡곡, 야채 등을 판다. 청량리청과물시장과 이어진 청량리종합시장도 살짝 소개할까 한다.

 

 

뜨겁다. 전부 휴가를 떠나느라 바쁘다. 아침마다 핸드폰에선 폭염주의보 알림이 울려댄다. 밤에도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다. 열대야다. 한낮 거리를 걸으면 잘 데워진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열기가 후끈후끈 올라온다. 사우나 저리가라다. 하루 세 번 양치질 하는 횟수보다 샤워를 하는 횟수가 더 많다. 샤워를 하고 뽀송한 몸으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거실 마루에 누워있으면 그보다 좋은 쉼이 없으련만. 희망사항이다. 이렇게 더운 날은 한낮 외출은 삼가는 게 좋다. 특히나 노약자나 임산부는 더욱 조심해야한다. 자칫하면 더위를 먹고 쓰러지거나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올해는 더위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외출 30분전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폭염주의보가 뜨는 날엔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막중한(?) 임무 때문에 기자는 어쩔 수 없이 폭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나서긴 했지만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이렇게 땀에 푹 절은 몸으로 복잡한 시장골목에 들어가서 자칫 지나가던 사람과 살갗이라도 닿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전통시장 탐방, 땀으로 목욕을 할지라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소개해드리련다.

 

 

한낮은 피하려고 해가 좀 사라진 오후 5시 반 쯤 시장에 갔다. 휴가철인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다. 더위가 뭐 대수냐는 듯 부지런히 장을 보는 사람들. 6시쯤이면 문을 닫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하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선 오늘 못 다 판 과일을 ‘떨이’로 퍼주고 있다. 파는 상인이나 싼 값에 사가는 손님 모두 더위를 잊은 듯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떨이, 떨이!!”를 외치는 청과물시장을 지나 청량리종합시장 방향으로 향했다. 청과물시장 골목을 나오면 바로 종합시장 골목이 이어진다. 이곳은 건어물과 젓갈류를 주로 판매한다. 대부분 문 닫을 준비를 하면서도 혹여 손님이 오지 않을까 자꾸 지나는 사람들을 돌아본다.

 

 

참새우 1되에 5000원, 국산 멸치 1되 5000원, 대구노가리 1근 9000원…. 건어물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자리가 부족해 가게 천막위에도 대롱대롱 매달아놨다. 대추도 온갖 종류가 다 모여있다. 보은대추 1되 5000원, 경산대추 1되 5000원, 약대추 1되 3000원. 대추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견과물은 대부분 봉지에 포장되어 있다.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 호두, 카카오닙스 등등. 봉투 위엔 저마다 가격이 적혀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약재상들이 나온다. 그 사이를 걸어가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향긋한 한약냄새가 코를 정화시켜준다. ‘화분: 비염‧위염‧면역력‧노화방지’ ‘히비스커스: 통풍‧신장염’ ‘천년초입: 기관지‧기침‧갑상선암’. 약재 이름 뒤에 어디에 좋은지를 꼼꼼히 적어두었다. 이렇게 밖에 전시된 것들 외에 웬만한 약재들은 가게 안에 다 있다. 없는 게 없다. 상인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주섬주섬 가게 안 어디에선가 꺼내온다.

 

 

3주 전 이곳에서 요리연구가 이혜정씨를 봤다. 이런저런 약재를 사는 걸로 보였다. 이렇게 유명한 요리연구가들도 찾는 곳이 이곳 경동시장이다.

약재 구경이 끝나고 닭고기와 닭부산물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섰다. 여러 방향으로 골목이 갈라져있어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다. 밖에서 여러 코너로 나눠팔던 제품들이 이곳에선 마치 마트처럼 다닥다닥 전시된 채 판매된다. 아케이드는 물론, 시장 골목 정리도 잘돼 실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다. 밖의 시끄러운 분위기와 다르게 꽤나 한적하다.(아마 문 닫을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채소, 묵, 떡, 건어물, 장, 장아찌 등등이 주욱 이어진다. 떡집은 ‘마감세일 3팩 5000원’이라 쓰여있다. 그 옆에선 묵을 판다. 기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우묵. 여름에 얼음 띄워 비벼먹으면 끝내준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채취해온 우뭇가사리로 직접 만든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콩물도 따로 판다. ‘진짜’ 도토리묵도 탱글탱글하다. 그 옆으론 장아찌와 장류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그 사이로 국수집이 보인다. 가게라고 하기 뭐할 정도로 허름하지만 장보던 손님이나 구경 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앉아 국수 한 그릇 드시며 쉬고 가기엔 딱이다.

청량리시장을 축소해놓은 모습이 경동시장인 것 같다. 시장을 전부 돌기 어려울 때는 모든 물건이 집약돼있는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는 게 수월하겠다. 약령시장 방면의 출구로 나갔다. 좌회전을 하니 파란 어항에 팔뚝만한 굵기의 튼실한 장어들이 헤엄을 친다. 그 오른쪽으론 빠알간 조명아래 돼지, 소고기들이 쌓여있다. 육지와 바다가 공존하는 골목이다.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 한 곳 빼곤 전부 소개해드렸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곳은 청량리재래시장이다. 그 유명한 통닭튀김과 닭모래집튀김(닭똥집튀김)을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씨에도 더운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야하는 상인들의 얼굴은, 하지만 활기로 가득했다. 시장 구경 재미에 빠져 더위도 잊었다. 길도 잘 닦여있어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상인들의 뜨거운 열정은 폭염이 무색할 정도였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전통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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