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투기 세력’과 전면전 선언

부동산 시장이 ‘폭풍 전야’다. 한 민간경제전문가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행하다”며 주택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를 제1의 악재로 꼽았다. 인류 역사상 과거 사용한 대출을 위해 현재 노동을 희생해야하는 시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노동의 기쁨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리한 사교육비와 소비조장주의로 인해 젊은층도 무거운 빚에 눌려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숨죽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1400조원에 육박하는 증가 속도를 잡기 위해선 부동산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부동산 분양시장도 들썩일 조짐이다.

정부는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초고강도 규제를 내놓았다.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시작한 셈이다.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집값과 주택시장 안정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으로 규정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번 대책은 더이상 투기와 주택시장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서울 25개 모든 구와 과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서울 11개구 중에서도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와 세종시는 추가로 대출 규제 등이 적용되는 투기지역으로 다시 묶였다.
 

어려워진 ‘주택대출’

이들 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로 내려가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또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세대 당 한 건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3억원 이상 주택 구매 시 자금조달 계획과 입주계획 등을 밝히고 추후 증여세 등 탈세나 실거주 여부 등을 확인받는 주택거래신고제가 적용된다.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고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이 5년간 제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게 눈길을 끈다.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원은 지역에 상관없이 LTV․DTI 비율이 10%씩 내려간다. 관리지역 주택 양도시 양도세율은 2주택자가 최대 50%, 3주택자 이상은 60%로 올라가게 됐다.

정부의 전방위 종합대책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일단 시장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양상이다. 주택가격이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매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위 규제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도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와 강북의 재개발 지역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인한 직격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기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종전 인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강화돼 추가 대출과 청약 수요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겠지만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며 “국내 분양시장만 쳐다봤던 건설사들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주목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모은다. 정부는 이번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올 하반기에 4조원 정도의 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대출 규제 강화로 약 8만 6000명의 신규 대출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1인당 대출 가능 금액은 평균 1억 6000만원에서 1억 100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전임인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분양 사업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줄이 대기중이다.

2017년 38만호, 2018년 43만호, 2019년 32만호로 집단대출을 비롯 가계대출인 증가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이 상반기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작년 하반기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은측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조치 등이 본격화되면 증가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8월 중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사실상 ‘본편’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여기엔 DSR 도입, 신 DTI 방안 등이 모두 포함될 전망이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 비율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DTI보다 더 강력한 대출 규제가 될 전망이다.
 

후속카드 ‘보유세’ 인상(?)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잔액은 136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136조원)나 증가했다. 2분기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어 이미 1400조에 근접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던 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변화를 예고한 분재인 정부가 어떤 후속 카드를 꺼내들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일단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내년 4월을 마지노선으로 다주택자에게 선택을 요구한 만큼 향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부동산대책에서 다루지 않은 ‘보유세’ 카드가 언젠가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투기 과열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으나, 보유세 인상은 전국 부동산 소유자에 대해서 해야한다”며 “전체적인 재산 과세 수준이 적절한지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문을 열어뒀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와 관련 “양도세 중과는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보유세는 정규소득에서 내는 만큼 조세저항이 크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혁’ 로드맵이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대출을 잡는데 효과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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