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청량리전통시장

 

신문사가 위치한 숭인동에서 버스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방송에서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을 알린다. 10분 여 만에 도착했다. 청량리는 집과도 가까운 위치.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손잡고 많이 오던 곳이다. 휴가철인데도 사람이 많다. 어르신들이 많이 눈에 띈다. 수산물시장과 청과물, 야채 등등 없는 게 없는 청량리시장 일대다.

6‧25 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하며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농민들이 가져오는 농산물과 채소 및 임산물들이 옛 성동역과 청량리역을 통해 몰려들었다. 그 집산지로서의 공간이 필요했다. 전토를 매립한 공지에서부터 장사를 벌이기 시작해 자연히 시장이 형성됐다. 몇주 전부터 특집으로 청량리시장 일대를 샅샅이 소개해드리고 있다. 그동안 청량리수산물시장과 청과물시장, 종합시장 그리고 경동시장을 다녀왔다. 이번 호엔 청량리전통시장이다.

 

 

자연의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여름에만 찾아오는 특별 알람이다. ‘매-앰 매-앰’. 어느 날은 방 창문 방충망에 내려앉아 그렇게 울더라. 웬만한 알람보다 효력이 대단하다. 왼쪽 귀로 들어와 오른쪽 귀로 뚫고 나가는 그 따가운 울음소리에 짜증 반 헛웃음 반 내며 깨는 요즘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장마가 시원하게 지나가니 불쾌지수는 적다. 작년 여름엔 땀 흥건하게 흘리며 아침을 맞이했는데 올해 그런 일은 없다. 풍년을 기대해본다.

그래도 아직 아침, 저녁은 활동하기 좋게 선선하다. 여름은 밤이 참 매력적이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 편의점 앞 그늘 아래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기 좋은 날씨다. 풀벌레들의 찌르릉 거리는 소리마저 분위기 있다.

 

 

중천의 해가 땅거미에 내려앉을 무렵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녁 6시면 장사가 끝나는 곳이 많다. 어김없이 청량리시장을 찾았다. 청량리시장 대망의 마지막 코스는 통닭거리로도 불리는 전통시장이다. 생닭은 물론 그 유명한 닭똥집튀김과 통닭튀김을 파는 시장이다.

닭똥집(닭모래집)이라면 일반적으로 야채를 넣고 기름에 볶아서 먹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닭똥집튀김을 한번 맛본다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요즘엔 많이 보편화돼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원조는 청량리전통시장 통닭거리일거라고 감히 내세워본다.

바삭한 튀김 옷 안에 쫄깃한 닭똥집. 청량고추를 잘게 썰어넣은 간장에 찍어먹는다. 부족할까봐 고구마, 감자도 함께 튀겨준다. 주문 들어가자마자 바로바로 튀겨 내오기 때문에 더욱 맛이 있다.

통닭도 마찬가지다. 시켜먹는 치킨과 다른 점이라면 주문이 들어오면 생닭을 바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모든지 바로 요리해 내온 음식이 맛있는 법. 겉은 얇은 튀김옷이 바삭바삭하고 속은 가슴살조차 야들야들하다.

 

 

청과물도매시장 입구로 들어간다. 청과물도매시장 다음 우측 코너가 청량리전통시장이다. 돼지족발과 부속물들을 파는 입구 쪽은 퇴근길에 막걸리 한잔하러 들른 손님들이 꽤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짜자잔, 똥집튀김가게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대부분 밖에서 튀기고 가게 안으로 손님들 앉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큰 가마솥 같은 팬에 기름이 가득하다. 주문이 들어오자 예쁘게 반죽을 입은 닭과 똥집이 열기 내뿜는 기름으로 퐁당 빠진다. 고소한 치킨냄새가 풀풀 풍긴다.

치킨은 작은 건 1만원, 큰 건 1만5000원. 닭똥집 튀김도 한 접시 가득 만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5000∼6000원씩 했더랬다. 포장도 가능하다. 역시 닭고기 튀김 냄새는 참을 수가 없다. 게다가 가게들이 잇따라 붙어있는 덕에 그 향기로움(?)이 배가 된다. 주인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맛은 기본, 보는 앞에서 바로 튀겨줘서 질도 좋고 믿고 먹을 수 있어서다. 주인아주머니들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그 뜨거운 기름 앞에서 정성을 다해 능숙하게 닭고기를 튀겨낸다. 튀겨진 닭똥집과 닭튀김은 큰 접시 한가득 탑을 이룬 채 손님 상에 올라간다. 특별히 홍보가 많이 되진 않았지만 SNS에서도 맛집으로 소문이 나있을 정도다. 아는 이들은 이곳의 맛을 알고 있는 것이다. 들어가서 한 접시 시켜볼까 하다가 본분을 생각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엔 꼬옥!!

 

 

닭볶음탕과 백숙, 닭발을 종류 별로 파는 식당도 있다. 왜 통닭거리라 불리는지 알겠다. 이곳 시장에선 생닭 내장과 닭발 등 닭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조리되기 전 벌거벗은 닭들을 보니 괜히 민망해진다. 오리튀김을 파는 식당도 있다.

닭코너가 지나면 다음엔 정육코너. 가게 앞 전시대마다 잘 삶아진 돼지 머리 하나씩 올라와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게도 느껴지고…. 눈 감고 한 몸 내어주신 돼지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 옆으로 펼쳐진 빠알간 족발들을 보니 침이 고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머리고기 한 근 5000원, 족발 큰 거 15000원. 윤기가 좔좔 흐른다. 치킨에 이어 족발까지 침샘이 마르질 않는다.

반찬가게, 방앗간도 있다. 옛날 시장에서나 볼 수 있던 이불가게도 반갑다. 가게 밖으로 알록달록한 베개들이 탑을 쌓고 있다.

 

 

골목 막바지에는 수산물가게가 있다. 현금가격 멍게 한접시 1만원, 산낙지 한접시 1만원, 전어 1만원, 개불 1만원. 정말 저렴하다. 바로 회를 떠서 주는 것이다. 신선한 육해공이 공존하는 골목이다. 치킨, 족발에 이어 해산물이라니… 맛의 천국이 따로 없다.

시장 끝 언저리 포장마차들과 밥집들이 이어진다. 시장사람들을 위한 국밥집이 눈에 띈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보인다. 숨겨진 맛집인 모양이다. 저녁 시간이 다돼서 꽤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장을 보고 온 사람, 시장상인… 너나 할 거 없이 시원한 막걸리에 국밥을 맛있게도 먹는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열기로 가득한 시장 골목. 그럼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바로 튀긴 바삭바삭한 치킨을 맛보고 싶다면 청량리전통시장 통닭골목을 추천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