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하나로 세상의 편견과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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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8.17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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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보기> ‘빅 아이즈’(2015)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감독 팀 버튼.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작가 로알드 달의 대표작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영화로 만들어내기도 한 감독이다.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어내는데 천재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마치 잠자리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도 같다. 어린아이들의 머릿속을 영화로 풀어내는 느낌이다. 상상력엔 끝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어릴 적부터 그의 영화 대부분을 봐왔다. 어느 나이에 봐도 그의 영화는 전혀 유치하지 않다. 성인인 지금도 그의 영화를 보면 다시금 꿈을 꾸고 상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 중 제 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에이미 아담스에게 2년 연속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빅 아이즈(2015년 개봉)’를 소개해보려 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크리스토프 왈츠가 에이미 아담스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굉장히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딸 제인을 데리고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싱글맘 마가렛 엘브릭.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도망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다. 평일은 가구공장에서 유아용 침대에 삽화를 그리는 노동자로, 주말엔 길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힘겹게 살아간다. 한 순간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을 만큼 진정으로 그림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초상화가로 일하던 어느 주말, 화려한 언변을 앞세워 접근한 월터 킨과 사랑에 빠지고, 하와이에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된다.

결혼 후, 자신의 화려한 언변을 무기삼아 뛰어난 마케팅과 세일즈 능력을 보여주던 월터는 한 재즈바 복도에 자신의 풍경화와 마가렛의 ‘빅 아이즈’ 작품들을 걸어둔 채 본격적으로 그림 판매에 나서게 된다. 마가렛의 ‘빅 아이즈’는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월터는 ‘여류 화가의 그림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마가렛을 설득해 그녀 대신 자신이 ‘빅 아이즈’의 화가인척 행세하기 시작한다. 그 덕분에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물론 딸 앞에서까지 ‘빅 아이즈’의 진짜 화가 행세를 하는 월터를 보며 마가렛은 충격에 빠진다. 결국 그녀는 그림에 숨겨진 모든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 영화 ‘빅 아이즈’ 스틸 컷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1950~60년대에, 오로지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세상의 편견과 용감하게 싸운 마가렛 킨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인공 마가렛 킨을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녀는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자다운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마가렛 킨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그녀와 날카롭게 대립하는 최악의 남편 월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크리스토프 왈츠의 열연도 한몫을 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2회 수상자답게 자신의 뛰어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악덕한 월터의 모습이 진짜 그의 성격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빅 아이즈’는 그전까지의 팀 버튼 영화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그동안 무채색 위주의 배경 속에서 비비드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미를 주었다면, ‘빅 아이즈’에서 만큼은 따뜻하기 이를 데 없는 파스텔톤을 바탕으로 별다른 장치 없이 에이미 아담스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력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마가렛 킨의 실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때문에 팀 버튼 감독이 기존에 보여줘 왔던 스타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팀 버튼이기에 이 드라마를 더 아름답고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마치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손녀에게 들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의 특기가 부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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