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통인시장

 

입추도 처서도 지났다. 사람 잡을 것 같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고작 25도인데도 닭살 돋을 만큼 춥단다. 이번 여름이 그만큼 더웠다는 반증이다. 비가 이어진다. 채 떠나지 않았을 더위는 덕분에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10월까지는 더울 거라는데 괜히 기대를 해본다.

올해는 풍년이길. 촉촉하게 꾸준히 비가 내려주니 땅이 목마를 틈이 없다. 몇 년을 가뭄에 시달리던 농부들 허리 좀 펴겠다. 시장에 나오는 농작물들도 아주 싱싱하다. 과일도 속이 알차고, 채소들의 이파리도 파릇파릇하다.

 

 

길었던 청량리 일대 시장 탐방이 끝났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날도 선선해 발걸음이 가볍다. 그동안은 신문사에서 가까운 시장들을 찾아다녔더랬다. 이제 조금 더 영역을 넓혀보려 한다. SNS에서 이미 이슈가 된지 오래된 곳,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급부상한 통인시장이다. 통인시장 뿐만 아니라 시장이 위치한 서촌이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들을 위해 조성된 공설시장을 모태로 한다. 6·25전쟁 이후 서촌(西村;경복궁 서쪽 마을) 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옛 공설시장 주변으로 노점과 상점이 들어서며 시장의 형태를 갖췄다.

 

 

2005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현행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인정시장(認定市場)으로 등록된 뒤 현대화 시설을 갖추고, 2010년 서울시와 종로구가 주관하는 ‘서울형 문화시장’으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시장상인회가 마을기업으로 (주)통인커뮤니티를 법인 등록해 통합콜센터와 배송센터를 설치하고 온라인 쇼핑몰도 개설했다. 점포수는 70여 개로 식당·반찬가게 등 요식 관련 업소가 가장 많고, 채소·과일·생선·정육 등 1차 생산품을 판매하는 업소가 그 다음이며, 그밖에 내의·신발 등의 공산품, 옷 수선, 가방 및 구두 수선 업소 등이 있다.

 

 

2012년부터 ‘도시락카페 통(通)’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장 전체 휴일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이고, 도시락카페 이용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셋째 주 일요일 제외)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다. 도시락을 이용할 수 있는 엽전 판매는 오후 4시까지다.

‘도시락카페’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하다. 약 80개의 점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와 즐거운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시장이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왔다. 거리가 활발하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가게를 홍보하러 나온 이들도 더러 눈에 띈다. 서촌은 어린 시절에 와봤더랬다. 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이렇게 좋은 동네가 있었다니…. 걷는 곳곳마다 맛집과 예쁜 카페로 가득하다. 시장탐방을 위해 홀로 이곳에 왔는데 선선한 바람이 허전한 옆구리를 건드린다. 데이트 장소로 딱인 듯하다. 출구에서 나와 주욱 직진을 한다. 예쁜 거리를 한참 걷다보면 통인시장 간판이 걸린 아케이드 입구가 나온다.

이곳 역시 아케이드가 시장 전체에 설치돼있어 돌아다니기에 딱이다. 도시락을 들고 돌아다니며 음식을 담아야 되는데 비나 눈이 와도 끄떡없겠다. 입구에선 여느 시장과 다름없이 야채, 과일 등을 판다. 작은 구멍가게도 보인다. 특별한 점은 식재료보다 조리된 식품을 더 많이 판다는 것. 도시락카페 ‘엽전 도시락’을 위한 것이다.

 

 

통인시장의 명물, 엽전 도시락. 이용방법을 설명하자면, 시장 중앙 즈음에 있는 엽전 판매처에서 엽전을 구입한다. 엽전 1냥(개)당 500원이며, 5000원 어치 정도 구입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그 다음 도시락 카페 가맹점에서 원하는 음식을 고른다. 시장 내 모든 상점이 다 엽전 사용이 가능한 게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따로 있으니 잘 참고하길 바란다. 채워진 도시락을 들고 카페로 돌아와 밥과 국을 구입한다. 밥과 국은 각각 1000원이다. 또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면 고객센터 내 카페에서 커피 및 음료가 500원씩 할인된다.

원하는 음식만 골라 담아 먹는 도시락이라니, 신기하다. 이미 SNS 등을 통해 많이 접했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장 안 이곳저곳 펼쳐진 음식들. 전은 물론이고 잡채, 닭꼬치, 스테이크, 김밥, 새우튀김, 장조림, 맛탕 등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팝콘치킨 2냥, 마약김밥 3줄 2냥, 냉모밀국수 2냥, 닭꼬치 1냥…. 대부분 한 메뉴 당 1000원이 넘지 않는다.

 

 

도시락을 이용할 수 있는 상점 외에 맛집도 많다. 특히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국물 자작한 붉은색 떡볶이가 아니라 기름에 달달 볶아 만든 떡볶이다. 1인분에 3000원. 기름떡볶이 외에 간장떡볶이, 빈대떡, 전을 함께 판다. 세트메뉴도 이용해보면 좋겠다. ‘생활의 달인’에 나온 집,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다녀간 집 등 인기를 실감케 한다.

학교 앞 구멍가게 같은 분위기의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어린 시절 먹던 불량식품들과 슬러시(주스 등의 음료를 마시거나 떠먹을 수 있게 살짝 얼린 것)를 판매한다.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이 외에도 상인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식당, 중간 중간 쉬어갈 수 있는 카페, 외관이 귀여운 옷수선집, 방송에 많이 나온 만두집 등 없는 게 없는 통인시장. 평일이어도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다. 대부분 도시락 체험을 위해 찾았다가 시장 구경도 함께 하는 경우다. 엽전 도시락 덕분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홍보되는 셈이다. 꿩먹고 알먹고.

시장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정자가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이 바람을 쐬신다. 참 살기 좋은 동네다. 시장뿐만 아니라 공공물도 적극 활용을 하고, 작은 골목에도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다음엔 혼자가 아닌 친구의 손이라도 꼭 잡고 더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곳. 친구, 연인, 가족과 데이트하기에 좋은 서촌. 이곳에 오거든 통인시장도 꼭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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