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홍준표’ 후폭풍

자유한국당에 ‘지방선거 경보음’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 대 비박 진영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깊고 홍준표 대표의 ‘갈지자 행보’도 계속되면서 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수도권과 부산, 경남(PK)권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가 위험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2011년 홍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에서 5개월 만에 물러난 상황과 유사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당 상황을 들여다봤다.

 

 

“당 지도부가 뭐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 지방선거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감의 중심엔 홍준표 대표가 있다.

홍 대표가 당 자체를 사지로 몰아넣는 형국이라는 아우성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당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기는커녕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는 게 위기론의 핵심이다.

홍 대표의 진두지휘가 결국엔 ‘뺄셈정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외부 영입 인사를 통해 세를 확산해도 모자랄 판에 분열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홍 대표가 친박계의 인적 청산을 시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불평도 내놓고 있다.

친이명박계 출신인 홍 대표는 친박계 중심의 한국당에서 주류세력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대선후보를 거쳐 당 대표가 됐지만 여전히 당의 주도권은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 대표는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참신하고 유능한 외부인사를 대거 수혈해 인물대결에서 여당을 앞서야 한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혁신위를 비롯 당내에선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제를 고집해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자기 반성이 적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대적인 전략공천이 이뤄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분위기 몰이는 당내 반발만은 키웠다. 충분하고 치밀한 전략 없이 전략공천제 도입을 주도해 영남권 의원들마저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이미 전략공천제 백지화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홍 대표’ 사퇴 촉구 집회

무엇보다 홍 대표가 자신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번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과 친박 청산을 강조한 게 결정적인 뇌관이 됐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한국당 당사 앞에서 ‘홍준표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당 지도부가 BNK 회장 선출과 엘시티 특검 등 PK지역의 메가톤급 이슈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것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홍 대표와 측근들이 영남권의 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홍 대표 체제로는 지방선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가 당의 운명과 보수정치권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난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마저 패한다면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당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PK지역에 넘쳐나는 현안에 대해선 한국당조차도 뾰족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BNK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엘시티 특별검사 도입, 항공MRO 사업자 선정 절차 중단 등 민감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사업 중단 여부도 마찬가지다.

BNK 회장직 낙하산 논란은 논란이 된 지 오래지만 중앙당 지도부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엘시티 특검 도입도 상황이 비슷하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엘시티 특검 도입에 적극적이고, 조만간 특검법안도 제출될 분위기다. 하지만 부산지검이 이영복 회장을 비롯 엘시티 의혹 관련 당사자들을 대부분 사법처리한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홍 대표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가동 중단을 선언한 지 2개월여 만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제1야당 대표의 행보치고는 너무나 느렸다는 평가다.

영남권에서도 한국당의 지지율은 전신을 포함해도 최저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PK에서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당의 지방선거는 또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텃밭은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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