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의 ‘일흔 즈음에’

 

선생 노릇하던 젊은 날
깨달은 바 있어 실천하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을
학생들에게 공표함으로 보증을 삼았다
비폭력의 다짐이었다
매 해 첫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어떤 폭력도 반교육적이므로
나는 일체의 폭력행위를 하지 않겠다
여러분 앞에 엄숙히 다짐한다
이런 식이었다
참 어려웠지만 나는 그 약속 때문에
교단생활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나이에 겨우 깨쳐서
나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힘쓰고 있는 내 행동거지를
여기 만천하에 공개함으로 힘을 얻고자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주고받을 땐
어떤 경우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경청하며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는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기분 나빠 할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
세상에 나만 못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좋아하는데
마음을 열고 대해주지 않을 사람 어디 있으랴
특히 가족 아내에게는 더욱 그렇다
모든 불통과 다툼의 책임 대부분이 내게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겸손히 머리 낮추고 사는 지혜
묵은지가 들어가야 찜이든 찌개든 은은히 맛이 잡히는
그 깨달음을 준 일흔 나이를 고마워한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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