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VS ‘신적폐’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공수의 위치가 바뀐 국정감사도 관심이지만 무엇보다 쟁점이 되는 것은 429조원에 달할 예산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선명성’을 강조한 상황이어서 야당의 공세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각종 개혁안이 성사되기 위해선 ‘예산’이라는 전초전을 넘어야 한다. 국회에서 시작될 ‘예산 전쟁’을 전망해 봤다.

 

 

“협치는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다. 정권 교체가 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기국회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동력을 얻기 위해선 내년 예산안 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람 중심’을 기치로 민생, 개혁 예산을 고수하겠다는 분위기지만 이를 막기 위한 야당들도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야권의 강한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예산심사 대응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는 등 대응책 마련이 한창이다. 각 상임위별로 예비심사 전략을 수립하고 11월 이후엔 예결위 조정소위 집중 점검회의도 개최할 계획에 있다.

이에 맞서 야당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견제와 균형’이라며 대대적인 칼질을 준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을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당의 경우 “11월 예산투쟁이 돌입하겠다”는 선전포고까지 한 상황이다.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대폭 상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집중포화를 준비중이다. 내년 사회간접자본 예산안은 올해보다 20% 줄었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6·19와 8·2 부동산 대책으로 올해 건설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SOC 예산조차 깎으면 성장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부터가 현격하다.
 

권력기관 수술 ‘불가피’

새로운 선장으로 안철수 대표를 뽑은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SOC 예산 축소는 국가의 장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지방의 일자리 감축과 중소기업의 일감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당은 또 자체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소요되는 비용이 애초의 178조원보다 83조원 많은 261조 원에 달한다며 재정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확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성 유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SOC 등 물적 투자를 축소하고 소득주도의 성장을 위한 일자리, 보육·교육 국가책임 강화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TF를 책임진 윤후덕 의원은 “SOC 예산은 4조 4천억원이 줄지만, 올 예산의 이월 등을 고려하면 순감은 4천억 원 남짓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여야 예산전쟁의 또 다른 쟁점은 중요한 현안들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중앙직 공무원 1만5천명 증원 방안, 최저임금 인상 보전, 아동수당 도입 등 하나같이 굵직하다. 기초연금 인상 등 다른 예산과 국정원 개혁 등 ‘적폐척산’을 위한 예산조정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방예산의 구체적인 증액과 규모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한 이슈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언론개혁, 권력기관 개혁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를 위해선 수백건의 법률 등이 개정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신적폐’로 규정하며 제1야당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하 추진이라는 초강수도 내놨다. 여야의 대결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쟁점사안들이 모두 예산 편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전쟁은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이어진다는 특수성 때문에 여야간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예산전쟁으로 이어질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어떤 보따리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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