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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철새도래지에 웬 철제펜스를?

<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정수근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8.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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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시는 낙동강과 제방을 차단하는 철제펜스를 치고 있다.

 

구미시 상수도과가 나서서 낙동강을 따라 둔치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명목은 낚시꾼들이 더 이상 강으로 못 들어가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지난 주말 문제의 철제펜스가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로 명성이 드높은 해평취수장 상류 인근에서부터 쳐져 해평취수장 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제방의 자전거도로와 낙동강 둔치를 차단하면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을숙도를 제외하고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이곳 해평습지에다 분리장벽을 쌓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이런 창의적 발상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 불통의 상징이던 MB장벽도 아니고 4대강 사업이 다 끝이 난 작금에 웬 분리장벽이란 말인가?

 

▲ 차단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야생동물 이동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바닥에는 시멘트 작업까지 해놓고 촘촘한 철망으로 된 철제펜스로 강을 완전히 차단하려 하고 있다. 당장 이곳을 이용하는 동물들은 어떻게 하냐는 의문이 생긴다.

4대강 사업은 마실 물이 있는 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전에는 수심이 1~2미터 내외였다. 따라서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야생동물이나 사람이 강을 건너다닐 수 있었다.

 

▲ 4대강사업 전의 해평습지의 모습. 평균 수심 1미터 내외의 강. 아무나 건널 수 있는 얕은 강이었다.
▲ 4대강사업 중의 해평습지의 모습. 유명한 철새도래지이건 말건 철새들이 오건 말건 '4대강 삽질'은 쉬지 않았다.

 

그런 낙동강을 4대강 사업은 평균 수심이 6미터나 되는 깊은 강으로 만들어버렸다. 아무나 강을 건널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야생동물들의 행동반경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졌다. 야생동물들에겐 치명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들의 서식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버렸으니 어떻하겠는가?

"로드킬 같은 것이 급증하게 되는 것도 4대강 사업과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행동반경이 줄어든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접근할 가능성은 반대로 더 높아지는 것이니 말이다."

일찍부터 이 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해온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탄식이다.

 

▲ 4대강사업 후의 해평습지. 평균 수심 6미터 이상의 깊은 호수로 변해버려 아무나 이 강을 건널 수 없다.

딱 인간 눈높이의 단순한 처방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시공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고민해서 시공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낚시꾼들이 상수도보호구역인 이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쓰레기 등을 마구 버리고 있어 펜스를 치기로 구미시가 결정했다. 철제펜스 맨 아래에 40센티미터 짜리 구멍을 뚫어 고라니 같은 동물도 이동할 수 있도록 시공할 계획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이런 로드킬도 급증한다.
▲ 해평습지와 제방을 완전히 분리하는 장벽을 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생각하듯 그렇게 쉽게 구멍을 알아서 찾을 수 있을까? 딱 인간 눈높이의 단순한 처방이 아닐까? 기자의 눈으로는 도저히 동물들이 알아서 건너갈 수 있으리라곤 여겨지지 않으니 말이다.

문제의 발단이 야생 동물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의 행태에 대해 그것을 계도할 노력 대신에 분리장벽만 쳐버린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끊임없는 계도와 교육들이 필요할 것이다.

 

▲ 낚시꾼들이 무심코 버린 낚싯줄에 걸려 죽은 겨울철새 물닭의 안타까운 모습. 낚싯줄 함부로 버리지 말라!

낚시면허제를 도입하자

구미시는 이참에 낚시면허제 같은 것을 도입해서 일정한 소양이 되는 이들에게만 낚시를 허용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순간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공수표로 거치고 말 이번 철제펜스 설치는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야생동물의 습성상 그들의 이동통로에 대한 좀 더 세심한 배려의 행정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현장을 함께 동행한 초록사진가 박용훈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은 낙동강의 중요한 철새도래지 중 하나다. 이 귀한 곳이 4대강 사업으로 망가져,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과 철새들이 큰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구미시의 이번 조치는 그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안길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인 낚시제도의 손질이나, 낚시꾼의 계도, 철제펜스가 유일한 대안인지부터 살피는 구미시의 세심한 행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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