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에 ‘북 미사일’ 후폭풍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올 2분기 적자가 심화되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들이 내년 3월 결단을 내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은 여전하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도 여행객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액의 임대료를 놓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업체들과 인천공항공사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안의 사진=인천공항 사이트 캡쳐

 

‘면세점’은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공사 측과 체결한 ‘상업시설 임대차 표준계약’은 각 업체들이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계약기간의 절반 이상이 경과된 후에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9월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각 3기 사업자들은 3년차 운영을 시작한 셈이다. 내년 2월까지 운영을 마치게 되면 전체 계약기간의 절반인 2년 6개월을 채우게 되고, 이 시기부터는 계약 해지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마지막 5년차 월 최소보장액 3개월분과 부가가치세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항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점하는데 따른 일종의 위약금인 셈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이 금액이 약 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 고객 ‘급감’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은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위 사업자인 롯데호텔(롯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는 각각 298억원, 43억원의 적자를 냈다.

과거엔 수천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시내면세점 운영을 통해 보전했지만, 지난 3월 이후 중국인 고객이 급감하며 충격을 입었다.

향후 임대료 납부 잔액은 더욱 부담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 1~2년차엔 각각 5000억원, 5100억원 수준의 연 임대료를 납부했지만 운영 3년차부터는 7700억원으로 금액이 급증하게 된다. 4년차에는 1조 1600억원, 5년차에는 1조 18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면세점도 1~2년차에 2600억원, 2800억원을 납부한 뒤 3년차부터 2900억원, 3100억원, 3300억원으로 액수가 증가하게 된다. 신세계도 매년 800억~900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 측은 임대료와 관련 국가계약법을 준수해 거둬야 하는 세수이기 때문에 임의로 인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 여객 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도 인하 불가의 이유로 꼽힌다.

하계 성수기 기간인 7월 15일부터 8월20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677만명이었다. 일평균 여객은 전년 하계성수기 대비 2.4% 증가한 18만 3038명이다.

인천공항 매출의 40% 가량은 면세점 사업자들의 임대료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규직 전환 등 이슈가 산적해 있어 공사측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무리한 경쟁’ 자충수

면세점들의 무리한 움직임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면세점 운영 3년 차에 접어든 올해부터 많게는 2배 이상의 연 임차료를 내는 조건을 제시한 게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롯데는 신라나 신세계에 비해 인천공항면세점 특허 입찰에서 유독 높은 금액의 임차료를 적어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는 신라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낸 1구역의 경우 신라의 7250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많은 1조1651억원을 적었고, 8구역도 신라보다 4700억원가량 많은 1조1583억원을 베팅했다.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수치로 대변되는 정량평가를 40%, 사업자의 능력을 보는 정성평가 60%를 반영해 평가했다. 때문에 정량평가 항목인 임대료를 높게 적어내는 업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드보복과 같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높은 임차료를 써낸 롯데가 결국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20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롯데의 경우 타 업체에 비해 스스로 임차료를 높게 적어냈고, 공항면세점의 매출액 자체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 요구와 관련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를 하는 격”이라며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도 줄지 않았는데 업계 스스로 과당경쟁을 줄이는 자정노력부터 먼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현실 상황을 반영한 정부측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주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등 4개 공항의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면세업계의 요청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면세점 및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30% 인하하고 납부시기도 여객 실적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예할 계획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중국노선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특히 중국 비중이 높은 지방공항의 국제여객 및 면세점상업시설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맞춤형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적자가 계속될 경우 면세점들이 끝까지 버티는 상황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내면세점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것도 자승자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게 알려지면서 중국의 첫 번째 목표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중 80여개의 영업이 중단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까지 겹친 극한의 안보 불안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과 미주, 유럽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줄고 있는 것도 악재다.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중국 중화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했다.

이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적자를 보지 않았던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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