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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원전기업 파산, 산업시대 원전신화 막 내려”

<심층인터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1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hanmail.netl승인2017.09.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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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이 세계적인 트렌드다. 30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원전을 폐기하거나 줄여왔다. 그동안 유럽이 50개 원전을 줄였고 미국도 10개를 줄였다. 폐쇄와 감축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과 중국, 인도는 거꾸로 갔다. 특히 좁은 국토에 원전밀집도 1위국인 한국은 여전히 원전위험 불감증이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늦게나마 고리 1호기 원전폐쇄를 시작으로 탈원전 정책이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24개 원전이 가동 중이고 5개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몇 년 후면 모두 29개 원전이 들어선다. 신고리 5, 6호기가 중단될 경우, 27개가 된다. 3개 또는 5개가 많아지는 것이다.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의 ‘원전마피아’들은 원전이 매우 안전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구소련 체르노빌원전 사고 당시, 일본은 체르노빌원전과 로형(爐型)이 다르다며 자신들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하면서 그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가 입증됐다. 원자로 내에 응축되어 있던 수소폭발과 함께 대규모 방사능의 방출을 목격한 세계인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원자력 대신 태양광을, 석탄 대신 풍력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동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경제성만 따지던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도 원전 2기 중단에 이어 파산을 맞는 등 원전신화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유럽도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부원장)의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신고리 5, 6호기 존폐를 놓고 ‘탈원전’과 ‘경제성’ 공방이 뜨겁다.

“신고리 5, 6호기가 중단되면 매몰비용이 1조 5000억 원에 달하고, 추진할 경우 7조원 이상 들어간다. 이 돈을 신재생에너지로 돌리면 경제성도 살리고 일자리창출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윤 교수는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정부가 나서서 싼 이자로 건설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외국은 그런 경우가 없다. 외국원전은 모두 민간이다. 미국과 프랑스 원전기업들은 공급수요도 없고 높은 이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산했다”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숙명여고 교사시절 동료교사들과 환경모임을 통해 환경문제를 공부하면서부터 원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방류 사건과 인천 굴업도 핵 폐기장 사태 등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실에서 윤순진 교수를 만나 우리사회의 이슈인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등에 관해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사회학과 졸업 후, 1990년 숙명여고에서 4년간 교편생활을 했다. 그때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교사모임을 통해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교사들 대상의 환경교육을 받으면서 학생들과 ‘시사환경반’을 만들어 환경신문도 발행하고 환경전시회, 발표를 통해 심각성을 알렸다. 1991년 낙동강 페놀 폐수 방류사태가 터졌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선 유엔환경개발회의(UNDP)가 열렸다. 한국은 페놀 외에도 한강오염 문제 등으로 여론이 비등하던 때였다. 당시는 환경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낄 만큼 심각했다.

 

- 경주가 고향인데 월성 원전과 가깝다.

▲ 신경주역 부근 건천이 내 고향이다. 아름답고 전형적인 시골로 문무대왕릉과 몽돌해변이 유명하다. 월성 원전과 좀 떨어져 있지만 어릴 때 그 주변에 놀러 다니곤 했다. 어린 내 눈에 엄청 크게 보였던 회색 건물이 있었는데 나중에 커서야 그게 원전임을 알았다. 대학 2학년 때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보고, 우리 집 근처에도 원전이 있는데 어쩌나 걱정도 많았다. 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면 마을에서 오폐수 악취가 심했다. 이걸 누구한테 어떻게 신고해야 하나 할 정도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가 1남 3녀 중 막내딸인데, 아버님이 군인이셨다. 어린 시절 부친 무릎위에서 컸을 만큼 재롱을 떨며 자랐다. 부녀지간에 정도 깊었다. 대위로 예편하신 국가유공자로 6.25때 학도병 참전 후 직업군인이 되셨다. 군 출신이어서 보수적인 분이다. 아버지와 대화할 때 정치사회적 의견 차이로 갈등도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는 일치했다. 바로 원전반대다. 2005년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주민찬반투표에서 아버지는 반대표를 찍으셨다. 군인 시각으로 봤을 때 원전은 핵무기 원리와 같고 인간이 통제하기에는 위험한 기술이라고 하셨다. 반대는 극소수였는데, 돈 몇 푼 때문에 원전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이 너무 어리석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 우리나라에서도 탈원전이 화두다. 원전의 미래 어떻게 보나.

▲ 원전 경제성이 정말로 높은 에너지였다면 각국이 경쟁적으로 지어야 맞다. 그것이 틀렸음을 각국이 증명해주고 있다. 지금 급속히 늘어나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뿐이다. 원자력발전은 10분의 1 미만이다. 중국이 13기의 원전을 증설하려 하지만 오히려 태양광과 풍력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도 원전 4기를 더 지으려다 2기를 폐기했다. 원전비중이 19%였는데 재생가능에너지가 20%를 넘었다. 원전을 지을수록 손해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단하는 것이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와 달리 민간이 원전기업이다. 국가정책지원이나 보조금도 없다. 따라서 시장반응에 민감하다. VC서머 2, 3호기를 시공하던 ‘웨스팅하우스’는 첨단 원전기술로 원전수출을 가장 많이 한 회사였지만 결국 파산했다. 프랑스 원전기업 ‘아레바’도 파산했다. 시장수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의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보증으로 원전건설비를 낮은 이자로 조달해 쓴다. 파산해도 국민세금으로 막아준다.

 

-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 안전하다는 거다. 내진설계도 아주 잘 되어 있고 원전기술도 세계제일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최근 신고리 3, 4호기 내진설계를 이전의 6.5에서 7.0으로 강화했다고 한다. 지금 와서 설계를 강화했다는데, 이것은 처음 설계할 때와 전혀 다른 별개 문제다. 원자력기술이 우수하다지만 우리는 원천기술이 없다. 미국이 핵심기술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UAE)로 원전을 수출할 때도 미국과 함께 협업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헛수고다. 그때 1조 2000억 원의 비싼 기술로열티를 지불했다. 원전비중이 작았음에도 기술비용은 값비쌌다. 중국에도 수출을 하려했다가 원천기술 부족으로 물거품 됐다. 외적인 건설은 잘하는데 내적 실속이 없다. 핵심 원천기술 없이 원전수출을 해봤자 수익창출은 요원한 일이다.

 

- 탈원전 찬성측 입장은.

▲ 안전하지 않다는 거다. 기술적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하고 안전하다 해도 원자력기술 자체가 인간의 개입이 많고, 사고원인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체르노빌도 그랬고, 미국 쓰리마일 원전사고도 인간의 기계조작 실수가 개입돼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지진해일로 인한 자연재해라 말하지만 이미 그전부터 지반이 흔들렸다. 9.0의 지진 여파로 원전전원공급 송전탑이 쓰러져 단전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기를 만드는 원자로가 전기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1~6호기의 비상발전기가 13대 있었지만, 해일로 12대가 침수되고 1대만 살아남았다. 전원공급이 끊기고 핵분열이 계속됐지만 신속하게 식히지 못했다. 원자로 고열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용융사태도 일어났다. 처음부터 바닷물로 원자로를 식혔으면 끝날 일이었다. 동경전력이 시간을 지체하면서 판단을 못 내렸다. 원자로에 바닷물을 넣는 순간 가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원전사업자 입장에서 어떻게든 원자로를 살려서 재가동하고 싶었던 거다. 이렇듯 모든 것에 인간의 판단이 개입된다. 체르노빌과 쓰리마일, 후쿠시마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원자력은 인간의 통제가 어렵고 언제든 인간의 실수가 개입한다는 사실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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