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위기’ 고조, 비대위 통한 ‘역할론’ 주목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대표 등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던 유력 인사들은 이미 정치권 최일선에 복귀했다. 불안하지만 당내 선장역을 맡아 대여공세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유일하게 2선으로 물러났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정도만 행보를 자제해왔지만 최근 당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또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혜훈 대표의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당 존립이 위태로울 만큼 벼랑 끝에 섰다. 사실상 이 대표 자진사퇴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어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무성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분위기를 바꿀 전환점이 요구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가뜩이나 낮은 당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우려가 있는데다 당의 정체성인 ‘개혁보수’도 퇴색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당 정신이 사라지면 내년 지방선거도 치르기 전에 당이 사라질 수도 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은 연일 통합론을 주장하며 바른정당 흡수를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바른정당의 자강론이 어려워지면 결국 다시 합칠 수 밖에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명분 만들기’ 중요
때문에 바른정당 내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당대회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해결 방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등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고 분위기 일신을 꾀하기 위해선 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당 내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적지 않고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유 의원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모두 대선 후보가 당 대표에 나선 상황이어서 가능성은 한층 더 높게 점쳐진다.
유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유 의원 추대라는 방안도 있지만 본인이 끝까지 고사한다면 성사는 쉽지 않다.
당 관계자는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유 의원이 완강히 거부한 것을 보면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통해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면에 나설 만한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금품 수수 사건이 검찰에 배당되는 등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도 이 대표가 회장을 맡은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가 지난해 상인연합회로부터 받은 후원금 5천만원이 이 사업회를 거쳐 불법 정치자금으로 쓰인 단서를 포착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당이 폭풍 속에 휩싸인 가운데 유 의원이 ‘구원투수’로 다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