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국내 원전들의 관리 실태는 어떤가.

▲ 얼마 전 한빛원전 4호기에서 격납건물에 문제가 있었다. 이 건물은 지붕에 철판을 덮고 그 위에 1.2m의 콘크리트를 깐다. 그래야만 안에서 방사능이 새더라도 방출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격납건물에서 20곳의 구멍이 발견됐다. 건물 준공과 감리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난다.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에 원전공학자에게 안전하냐고 물어봤다면 뭐라고 답했을까. 당연히 안전하다고 말했을 거다. 그러다 대형사고가 났다. 사고 전까지 모두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또 그 책임을 감당 못한다.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한때 일본은 세계 제일의 원자력안전국가로 칭송 받았다. 소문도 파다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그런 안전국가에서 사고가 터졌다. 아무리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하는 노력이 있더라도 안전은 인간의 통제범위 내에 있지 않고, 그 통제 밖에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원전공학자들이 뭐라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원전이 특정지역에 밀집돼있는 것도 문제다.

▲ 밀집도 세계 1위다. 국토면적에 비해서 너무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원전이 한 지역에만 몰려 있다는 점이다. 전남 영광원전만 서해안에 있을 뿐 나머지 모두 동해 이남에 과도하게 집결해 있다. 그것도 한 곳에 6기가 설치돼 있다. 지금 전 세계 원전은 186기가 있는데 이중 한 곳에 6기가 들어있는 나라는 11개 나라다. 우리는 대부분 6기 이상이다. 원전 주변의 인구도 너무 많이 몰려 있다. 거의 380만 명이 거주하는 상태다. 가장 많이 밀집한 파키스탄은 700만 명이 살고 있지만, 용량은 530메가에 불과하다.

 

- 일본과 한국은 원전사고 때마다 국민을 기만했다.

▲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체르노빌 원전 로형(爐型)과 일본의 로형 설계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후, 한국수력원자력도 우리 원전은 일본 원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은 기변형 경수로이고 한국은 가압형 경수로여서 안전하다고 했다. 지금 신고리 5, 6호기를 짓느냐 마느냐 옥신각신하고 있다. 시행되면 오는 2021~2022년 가동하게 되는데 설계수명은 60년이다. 2081~2082년 수명이 끝난다. 2081년이면 지금 원전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뒤겠지만 그럼에도 위험한 원전을 후세에 전해줘야 하겠는가. 수명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핵 쓰레기뿐이다. 이런 문제들은 다음세대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본다. 10~20년도 아닌 60년을 돌려야 하는 심각한 문제다. 지금의 40대 이상은 입을 열면 안 된다. 자신들은 언젠가 죽고 난 다음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대는 단물만 빼먹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이런 원전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고 비윤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그저 이구동성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뿐이다.

 

- 이른바 원전마피아들이 원전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들의 생계이자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원자력산업이 발주하는 연구개발(R&D) 용역만 해도 방대한 규모다. 원전산업과 연관된 업체들도 많다. 이런 것들이 줄어들까봐 염려해서 하는 소리다. 탈원전이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길게는 60년을 잡고 있다. 이것도 너무 늦다. 그런데도 서로 난리다. 문제의 사안이 너무 복잡하고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문제는 그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하지만 국민 전체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위험에 빠지는 결과를 결코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팔짱낀 채 알아서 하라는 것도 아니다. 탈원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고용된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우리나라에선 원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선진국들은 어떤가.

▲ 제가 쓴 논문 중에 ‘독일의 원자력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분석한 것이 있다. 당시 독일의 원전교육이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독일의 교육은 매우 많은 교과목을 통해서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토론식 교육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에게 우리의 원전 4곳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전기가 어떻게 집으로 들어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장단점이 무엇인지 교육을 받지 않았다. 전기가 우라늄 핵분열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학생은 별로 없다. 독일은 이런 문제점들을 토론형식으로 풀어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한다. 왜 원전을 많이 지어오다가 적게 지어야하는지 그 이유 등을 투명하게 가르친다. 독일은 이런 원전문제에서부터 건설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모두 교육하고 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다. 독일 환경부나 관련부처 인터넷에 들어가면, 원전환경과 관련한 정보자료들이 자세하게 링크되어 있다. 우리는 기껏해야 에너지와 원자력 교육을 과학시간이나 사회시간에 그림이나 도표로만 보여줄 뿐이다. 설령 가르쳐도 원전의 장점만 부각시켜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하는 잘못된 정보를 주는 상황이다.

 

-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 때문에 한반도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는데.

▲ 일조량과 강수량 변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해와 서해, 남해의 해양생태계도 급변했다. 1차 산업인 어업도 해수고온현상으로 양식어류가 폐사하고, 임업 또한 소나무 병충해 피해가 심각하다. 1년에 한번 부화하던 애벌레가 이젠 두 번 부화한다. 해수면 상승도 심각하다. 제주 용두암과 우도해안가 해수면도 전보다 많이 상승했다. 울릉도-속초 오징어가 이제 서해안에서 잡힌다. 제주귤 한라봉의 서식지가 남해안 일대로 옮겨가고, 대구-영천 사과가 강원도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벼 품종도 세계적으로 생산이 많지 않은 품종이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 캘리포니아에서만 자란다. 기후가 변하면 벼 품종 생산마저 어려워질 전망이다. 90%의 밀을 수입하는 한국은 기후변화 때문에 머지않아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올 여름 열대야와 열파현상이 전국을 강타했다. 뜨거운 도심에서 고온으로 인한 야외작업 노동자들의 사망도 늘고 있다. 얼마 전 맨홀 안에서 작업하던 분이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고온현상에 따른 산소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 도심 열섬 현상도 심각하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뭐가 있을까.

▲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아스팔트 도로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고층건물들은 햇빛을 받아 열을 내뿜는다. 결국 옥상이나 지붕에 빛을 반사하는 도료나 밝은 색을 칠해 반사시키는 수밖에 없다. 열을 낮추기 위해 옥상에 나무를 심는 녹화(綠化) 작업과 선루프(Sun Roof, 차광막) 설치도 효과가 있다. 옥상녹화는 단열효과가 상당히 커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 차단 조치도 필요하다. 실외기 위에 지붕을 씌울 때와 씌우지 않을 때의 온도차이가 크다. 독일만 해도 건물외부에 블라인드 커튼을 설치해 빛과 열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빛을 따라 자동으로 커튼이 움직이고, 이중창 유리중간에 설치가 가능하다. 독일은 이런 기술이 매우 앞서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비싼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다. 신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창조에 집중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를 역으로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동력을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 우리 대기업들의 기후변화와 에너지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은.

▲ 세계 흐름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기업인의 환경인식은 매우 낮다. 멀리보지 않고 근시안적이다. 마인드의 변화가 중요하다. 2년 전 매주 수요일 오전 7시에 강의와 회의를 여는 삼성사장단 조찬회의가 있었다. 그때 초빙 받아서 ‘기후변화와 기업의 책임’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동안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과도하게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지구 기후변화를 야기한 원인들을 지적했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기후변화시대에서 생존하려면 자구적 노력과 함께 기업 수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제라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집중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 때문에 삶이 어려운 빈곤층 지원사업도 제안했다. 다행히 삼성전자 측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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