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여백

여대생 카롤리나는 왜 김정은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16회 / 이석원 이석원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9.07 15:3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4차나 5차에 비해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 이 핵실험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며 군사적 경제적 압박 카드에 더 무게중심을 둘 정도다.

다겐스 뉘히에테르(Dagens Nyheter)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등 스웨덴의 주요한 언론들도 연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급박한 전쟁 위험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만나는 스웨덴 사람들마다 북한과 김정은 얘기를 물어온다. 그런데 사실 북한이나 김정은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이 스웨덴에 사는 한국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스웨덴에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얘기해보기로 한다.

시드코리아(Sydkorea)는 스웨덴어로 남한을 뜻한다. 노드코리아(Nordkorea)는 북한이라는 뜻이다. 스웨덴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었을 때 그냥 “Korea”라고 대답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상당히 많은 스웨덴 사람들은 ‘Korea'를 그냥 ’Nordkorea‘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아니면 되묻는다. “Nordkorea eller Sydkorea?” 'Korea = 남한’이라는 인식이 스웨덴에서는 일상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제법 오래됐다. 스웨덴은 북한과 1973년 수교한 후 1975년 평양에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을 설치했다. 이른바 서방세계에서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스웨덴인 셈이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인 등 서방 세계 사람들을 납치 또는 억류했을 때 스웨덴 대사관이 그 대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대한민국보다 북한과 더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과는 이미 한국 전쟁 때 의료진을 파병한 이후 1953년 10월 대사급의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우리는 스웨덴에 1963년부터 상주대사를 보냈다. 하지만 스웨덴이 대한민국에 대사관을 설치한 것은 1979년이다.

 

▲ 스웨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심지어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사진 출처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화면 캡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스웨덴 제1의 대학인 스톡홀름 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북한 서적들만 모아놓은 장서실이 따로 있었다. 당시 흔치 않게 스웨덴으로 유학 간 우리 대학생 중에서는 중앙도서관 북한 장서실 쪽을 어슬렁거리다가 정보기관의 요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스웨덴의 관심이 높았다는 반증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이데올로기의 동질감이기도 하다. 스웨덴 사회는 사회민주주의 기반의 사회다. 사회민주주의를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수정 자본주의’라고 해서 굳이 자본주의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보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자신들을 굳이 ‘Socialdemokratist(사회민주주의자)’라고 하지 않고 편하게 ‘Socialist(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인 올로프 팔메 전 총리(1927∼1986)는 “나를 사회주의자로 만든 것은 미국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한 것이다. 사민주의를 이념으로 삼은 사회민주당도 결국 사회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니 북한과 이데올로기의 동질감은 당연한 것이다.

스웨덴의 젊은이들 중에는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제법 많다. 웁살라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카롤리나는 김정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내년 8월에 평양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그가 무척 섹시하다고 카롤리나는 생각한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미카엘은 지구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 지도자로 체 게바라와 마오쩌뚱과 김일성을 꼽는다. 그는 현존하는 정치 지도자 중에서는 김정은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반미 성향이 강한 편인 그가 김정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세상에서 트럼프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스웨덴 내에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높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사진 출처 - 다겐스 뉘히에테르 화면 캡처)

 

스톡홀름 시내를 다니다보면 아주 드물게 북한 사람들로 추정되는 한국인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이케아(IKEA)나 H&M과 같은 곳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와 쇼핑을 하는 북한 가족들도 가끔 보인다. 이들을 북한 사람들로 추정하는 근거는 그들의 말투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사람이 아니고는 그가 북한 사람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입은 옷이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로는 더더욱 대한민국 사람들과 구분이 안된다. 오히려 일부 중국 사람들보다는 훨씬 세련된 느낌과 부유한 기운까지 감지되니….

스톡홀름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30분 거리에 리딩외(Lidingö)라는 섬이 있는데, 시내 중심 외스테르말름(Östermalm)이라는 전통적인 부자 동네와 더불어 ‘스톡홀름의 비버리힐즈’ 또는 ‘스톡홀름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얼마 전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스톡홀름에 왔을 때 최고급 호텔을 마다하고 머물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이 있다. 특히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북한 사람들이 그 대사관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에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스톡홀름의 젊은이들은 ‘리딩외에 사는 멋지고 부유한 북한 사람들’로 스웨덴의 북한 사람들을 인식하고 있다.

스웨덴의 중장년층은 시대적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전쟁 조짐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정은의 독재를 비웃기도 하고, 가끔 그런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는 미국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김정은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북한이 ‘개척해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인양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 스웨덴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핵실험’ 정도의 관심이다. IT나 Kpop 등으로 대변되는 남한에 대한 관심과는 종류가 다르다. 인식의 빈도도 북한보다는 남한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촛불 혁명, 박근혜 탄핵 등에 대해서도 많이 아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고(안하는 건지도) 같은 나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인식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점인지도 모른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뉴텍미디어그룹  |  등록번호 : 서울다07108  |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발행인 겸 편집인 : 정서룡  |  발행소 : 서울시 종로구 난계로 29길 27(숭인동) 동광 B/D 2층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Copyright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  master@weeklyseo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