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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과 바다, 꿈결처럼 이어지다

<김초록 여행스케치> 가을날의 수채화, 당진 나들이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9.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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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바야흐로 가을의 초입, 포구 산 바다 섬 등 청정한 자연을 간직한 충남 당진은 초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여기에 역사 유적지도 곳곳에 남아 있다.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나들목을 빠져나오면 당진땅 북부해안길이 꿈결처럼 이어진다.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한진, 안섬, 성구미, 장고항, 왜목, 도비도는 포구 특유의 정감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 심훈 선생의 옛집인 필경사

심훈 선생의 자취

해안길이 시작되는 송악면 부곡리 상록초등학교 뒤편에는 우리나라 농촌계몽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를 비롯해 ‘영원의 미소’, ‘직녀성’, ‘그날이 오면’ 등을 쓴 작가 심훈(1901∼1936) 선생의 옛집(필경사)이 있다. 심훈은 1933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그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곳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로 내려와 한 동안 아버지와 한집에서 살면서 여러 작품을 썼는데, 필경사(筆耕舍)는 1934년 자신이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아담하게 꾸며진 가옥 앞에는 심훈의 일대기와 손때 묻은 원고, 책상 등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이 있고 경기도 안성에서 이장해온 심훈의 묘도 있다. 일제 강점기 저항 문학인이었던 심훈 선생은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독립운동가, 시인, 기자, 방송국 프로듀서, 영화감독, 소설가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뽐내며 한 세상을 열정적으로 살았다. 기념관 앞에 서 있는 심훈 선생의 동상을 보고 전시공간으로 들어서면 심훈 선생의 삶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심훈기념관 관람시간 :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입장료: 무료)


 

▲ 안섬포구의 평화로운 모습

포구의 가을을 즐기다

38번 국도는 당진 경제를 이끌어가는 고대, 부곡공단을 가로지른다. 공단 우측으로는 작은 어촌 마을이 줄줄이 자리 잡았다. 먼저 한진포구로 들어선다. 30년 전만 해도 당진쌀을 실은 70-80톤 규모의 대형어선이 정박했던 곳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옛 영화가 돼버렸다. 포구 앞 갯벌은 예부터 바지락, 피뿔고둥, 박하지게, 낙지 어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 또한 아산만과 삽교천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준치, 민어, 삼치, 숭어, 꽃게의 주산지로 이름났던 곳이지만 이것도 다 옛일이 돼버렸다. 세월은 이렇듯 자연환경을 바꿔놓는다. 포구 앞에 서면 푸른 바닷물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고, 서해대교의 대형 주탑 2개가 그 위에 그림처럼 떠 있다.

 

▲ 안섬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
▲ 한진포구

 

한진포구에서 북쪽 해안길로 조금 더 가면 당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철강단지가 나오고, 안섬-성구미 포구가 차례로 나타난다. 안섬은 원래는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됐다. 주말이면 밀물과 썰물에 맞춰 바지락, 낙지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해마다 봄에는 어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안섬당굿(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이 열리는데 약 3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석문방조제와 붙어 있는 성구미는 주변 철강단지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을 좀 갉아먹었지만 주말이면 회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포구 사람들의 도타운 정도 옛날 그대로이고 선창에는 싱싱한 활어가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한때는 “성구미 가서 돈자랑 마라"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활력은 느낄 수 없다.

 

 

▲ 굴을 캐는 국화도 아낙네

상쾌한 드라이브

성구미를 나오면 상쾌한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석문방조제길(길이 10.6km)은 한마디로 아득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방조제길이 10여 분 동안 이어진다. 들바람 바닷바람을 마시며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석문방조제는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와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를 연결하는 동양 최대 규모이다. 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로 나가면 화성땅과 당진 사이 바다에 떠있는 어선과 갯벌이 정겹게 펼쳐진다.

 

▲ 경기도 화성땅에 속하는 국화도
▲ 낚시 포인트로 좋은 장고항

 

석문방조제를 지나면 곧바로 장고항이 나오고,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항도 지척이다. 장고항은 포구를 에워싼 뭍의 모습이 장고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고항 앞 용무치에는 어촌계에서 마련해놓은 개펄 체험장이 있다. 호미로 뻘을 뒤지면 조약돌 같은 바지락과 각종 조개류가 올라온다. 운이 좋으면 낙지도 잡을 수 있다. 장고항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앞바다에 떠 있는 국화도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화성땅인 국화도는 세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이 빠지면 세 섬을 걸어서 둘러 볼 수 있다. 국화도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한적한 섬으로 장고항에서 배가 하루에 여섯 번 운항(50분소요)한다.

 

▲ 왜목마을 앞바다

 

장고항을 지나면 일출과 일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이다. ‘왜목’은 왜가리의 목처럼 불쑥 튀어나왔다고 해서 붙은 이름. 일출은 하지와 동지를 기준으로 국화도와 장고항의 해안선 끝자락인 노적봉을 사이에 두고 떠오르는데, 마을 사람들은 맑은 날보다 약간 안개가 낀 날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마을 뒤편 석문산(해발 79m)에 오르면 해가 지고 뜨는 광경을 좀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 도비도 앞바다

한 폭의 진경산수화

왜목마을 앞을 지나는 38번 국도는 대호방조제로 이어진다. 방조제 앞은 강과 드넓은 습지로 이뤄진 간척지로 철새들이 날아드는 생태계의 보고다. 방조제 끝에는 해수탕, 숙박시설, 전망대, 음식점, 해변 산책로, 유람선선착장, 잔디밭, 운동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도비도 휴양단지가 조성돼 있다. 유람선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섬 앞에 떠 있는 난지도로 갈 수 있다.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자랑하는 이 섬에는 당진에서 하나뿐인 아담한 해수욕장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다.

 

▲ 도비도 휴양단지 앞의 해안산책로
▲ 직선으로 뻗은 대호방조제 옆으로 개펄이 펼쳐져 있다.
▲ 삼길포항 선상 횟집

 

여객선은 도비도를 출발해 대조도-소조도-비경도-우무도를 거쳐 난지도에 닿는다. 도비도 휴양단지에서 서산 쪽으로 접어들면 수 백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삼길포항이 나온다. 둥그렇게 돌아간 포구 양쪽으로 횟집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그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지중해 연안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횟감용 생선을 사서 배에서 직접 먹을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항구 한쪽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인근 섬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 삽교호에 들어선 해양테마과학관

놓치면 아쉬운 곳들

삽교호에 들어선 함상테마공원은 귀로에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국내 최초로 퇴역 함정 2척(상륙함과 구축함)을 전시한 곳으로 해군과 해병대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신비의 바닷속을 완벽하게 재연 전시한 해양테마과학관(041-363-6960)도 볼거리다. 닥터피시 체험존(터치풀), 열대 해수어 수족관, 어패류표본 전시관, 토종 해수어 수족관, 게 표본전시관, 화석전시관 등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다양한 전시물이 갖춰져 있다. 바다 조망이 좋은 바다사랑공원과 놀이동산은 가족들 쉼터로 아주 좋다.

 

▲ 삽교호 어시장에 나온 조개
▲ 솔뫼성지의 솔밭

 

이밖에 당진의 명산인 아미산(해발 349m)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아미산은 당진 남쪽의 면천에 우뚝 솟은 산으로 다불산(310m)과 몽산(298m)으로 양 날개를 펼친듯 능선을 이루고 있다. 이 3개의 산은 아미산 정상을 기준으로 서로 이어져 있어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김대건 신부 생가
▲ 김대건 생가 앞에 서 있는 김대건 신부 동상
▲ 함상공원에 전시된 상륙함

 

한편, 당진은 한국 천주교가 최초로 뿌리내린 곳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천주교 성지들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를 비롯해 최초의 교구청인 신리성지, 순교지인 해미성지와 갈매못성지, 합덕성당 등이 있다. 수백 년 된 소나무숲과 김대건 신부 생가, 기념관, 피정의 집 등이 있는 솔뫼성지는 차분하게 나를 돌아보는 장소로 아주 좋다. 재작년 8월에 교황이 방문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 성구미포구 앞 방파제

여행팁(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으로 나와 필경사-한진포구-안섬포구-성구미포구-석문방조제-장고항-왜목포구-대호방조제-도비도-삼길포항 순으로 돌아본다. 충청권에서는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당진행 직행버스 이용, 30분 간격. 대전, 천안, 평택, 수원, 인천, 성남, 서산 등지에서 당진행 시외버스 이용. 도비도-난지도행 여객선, 20분 간격,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도비도 선착장: 352-6865, 6864. 국화도는 장고항이나 화성 궁평항에서 여객선 이용.

◆숙박=일출(일몰)을 보려면 왜목마을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왜목하우스모텔(354-2911). 난지도에 난지캠핑장(304-0061), 로그비치펜션(353-2772), 바다정원펜션(352-1427) 등이 있다.

◆맛집=안섬포구, 성구미포구, 장고항, 도비도 주변에 횟집이 많다. 대송회관(352-3886), 용왕횟집(352-4649), 거북이횟집(353-0765) 등. 함상공원이 있는 삽교호 바다공원 주변에서 백합과 맛조개, 피조개, 가리비 등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다. 당진읍내 재래시장 앞 행운식당(354-1049)은 백반 정식이 맛있다. 열 가지 이상의 반찬이 찌개와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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