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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별분리칸? 더 중요한 건 양보와 배려!

<청춘 &> ‘일본 오사카 여행기’-5회 / 구혜리 구혜리 기자lrz_tes@naver.coml승인2017.09.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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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성(性) 문제

한창 임산부 배려석이 처음 생겨난 시기에 같은 과 친구는 국방의 의무를 지키고 있었다. 힘든 고비를 건너 단비 같은 첫 휴가, 달라진 듯 달라지지 않은 사회 모습이 그에게 얼마나 큰 설렘이었을까. 오랜만에 이용하는 지하철조차 모든 게 행복했던 모양이다. 그의 SNS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는데,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라고 쓰인 핑크카펫 위에 윤이 나게 닦은 군화를 신은 두 발이 사뿐히 올려져 있었고, “오늘도 기분 좋은 서울메트로 덕분에 행복합니다~^.^” 라는 글이 덧붙여있었다. 평소 그의 바른 행실과 훈훈한 이미지라는 인지도 덕분에 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웃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가 아닌 다른 남학우였다면 결코 비난 섞인 뒷말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니 다소 씁쓸해지기도 했다.

 

 

서울메트로를 비롯한 기타 대중교통 내에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된 지 뭇 1년을 넘어가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정확한 인지도나 실현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임산부에게 양보하기’에서 ‘임산부석 비워두기’로 노선을 바꾼 지 오래지만 남성 뿐 아니라 여성을 포함하여 임산부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앉아있기 일쑤며, ‘만삭 임산부’는 물론 ‘티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 역시 ‘배려 의무가 없다는 인식’에서 우러나온 따가운 눈총 때문에 당당히 임산부석에 앉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에는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들을 고발하는 식의 SNS(일명 ‘오메가 패치’)에서 개인 남성의 사진 등이 유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 한편으로는 극단적 성향의 모 사이트에서 임산부석에 앉은 여성의 사진을 올리며 ‘질싸 인증X’이라는 제목을 달아 임산부에 대한 취약한 사회적 인식이 논란되었다. 이는 남녀 갈등 대립 구조의 심화로 볼 수 있는 한편,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건전한 문화를 만들기까지 우리 사회의 현 주소가 얼마나 높은 장애의 벽에 부닥쳤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생활과 개인주의화와 필연적으로 평행한 대중적·공공적 영역의 점진적인 확대에서 지하철을 비롯한 일상영역 속 (철저히) 타인과의 접촉은 현대인에게 극단적으론 위협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그것은 여성에게 취약하며 이러한 위협과 양자 간의 갈등은 평등사회로 도달하기까지 그치지 않을 숙제로 보인다. 다만 임산부 배려석이 임산부와 비 임산부가 아닌 남녀 문제로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출산, 육아 = 여성만의 문제’로 귀결됨을 내포하여 아쉬움이 많다.

 

 

┃일본에서 마주한 지하철 여성전용칸

이른 아침,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로 분주할 시간. 새 여행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놓은 지하철은 유독 낯설었다. 어딘지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뭔가 이상한데, 이상한데… 하며 어색함의 이유를 찾고자 애를 썼다. ‘아 혹시!’ 마침내 필자가 오른 곳이 말로만 듣던 여성전용칸이었음을 깨달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하철 탑승구와 대기선 앞쪽에는 여성전용칸에 대해 미리 예고하는 ‘WOMEN OLNY’ 문구가 붙어있다. ‘러시아워’인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하는가 혹은 온종일 시행제인가는 노선에 따라 다르다.

탑승칸 내에 빼곡하게 살을 맞대고 앉은 승객들의 모습은 다소 평온해보였다. 그들은 저마다 각기 해야 할 일에 몰두하거나 여느 때와 같은 차창 밖 풍경을 감상했다. 게 중에는 학습지를 꺼내 들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도 있었으며, 빠른 손을 놀리며 화장을 하거나, 단잠의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임산부 배려석 다음으로 부산 지하철의 여성전용칸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도 지하철 여성분리칸 도입이 문제되어 논란이 들끓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 도입된 지하철 여성전용칸을 직접 눈으로 마주한 것은 한국의 부산이 아닌 일본 오사카인 셈이 되었다. 일본의 경우 20∼30대 여성의 64%가 지하철 내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답한 상황에서 2000년 초 여성전용칸이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역시 심각한 여성 성범죄 피해상황에도 불구하고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은 일부 남성들로부터 역차별이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모든 성별이 세금을 지불하면서도 수익적 대상이 한 쪽 성별로 명확한 제도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갈수록 극심해지는 성범죄와 남녀 갈등으로 여성이 더 위험해지는 사회 상황 속에서 일본의 지하철 성별분리칸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갈등의 근본을 풀어내지 못한 단순 분리식의 해결책이 임시방편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다. 우리는 아주 극심한, 격렬한 과도기적 단계에 살고 있지 않은가… 다만 성별 전용칸을 만든다면 양성이 모두 동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남성 전용칸을 함께 신설한다는 전제에서 일반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출퇴근시간에 이성 분과 몸이 접촉할 때가 많은데, 오해를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성별분리칸을 통해) 서로 불편함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성○, 27, 男)

“여성전용칸에 대한 필요를 못 느끼는 건 단 한 순간도 남성들이 여성으로 살아보지도, 여성의 입장으로 살아보려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명조차, 평안한 일상조차 위협을 받으며 살아있음이 분투가 되는 여성의 삶을 단 한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런 분리 없이도 함께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도윤○, 21, 밝히지 않음)
- 지하철 성별분리칸 설치 찬성입장 -

 


“성별 분리를 통해 남녀 대립 구조가 심화될 것 같고…도리어 여성들만 모여있는 건 범죄에 더 노출되기 쉬워보여서….” (안영○, 21, 女)

“성별 분리 구도가 성별 불평등 문제의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악화시킨다면 모를까요. 또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다양한 성별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은 제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수○, 27, 女)

“차라리 택시라면 가능할 거 같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현실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나. 지금도 출퇴근 시간은 자리가 없어서 기다렸다 다음 열차를 타는 사람도 많은데 한쪽 성별칸 자리가 많이 남을 경우 결국 또 뒷말이 생기거나 분리가 무용지물 될 테고…. 사회적 인식이 잘 자리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아직 까마득해 보입니다.” (노재○, 29, 男)
- 지하철 성별분리칸 설치 반대입장 -

 

배려는 사실 다른 이의 불편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배려와 천대는 한 끗 차이로 열 끗의 양상을 보인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배려와 천대는 시작된다. 그러나 ‘나의 것을 나누어 줌’으로써 배려와 천대의 차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나와 상대방을 동등하게 생각하는가’, 또 ‘그로인해 내가, 우리 사회가 더 기뻐질 수 있는가’를 충족하고서야 배려가 완성된다. 우선 임산부석에서 만큼은 배려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공동체는 공동육아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만 지하철 성별분리칸은 아직 많은 논의와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좋은 것은 분리 대신 화합으로 규제 없이도 안전하고 성숙한 공동체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다. 양보와 배려, 공동체적 사랑으로 스스로 행복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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