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보기> ‘콜롬비아나’(2011년 개봉)

액션영화는 주로 근육 탄탄하고 날렵한 남자가 나오는 게 익숙하다. 아직도 여자는 남자에 비해 힘도 없고 보호받아야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여자의 힘을 보여주려는 영화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선 ‘악녀(2017년 6월 개봉)’라는 여자 액션영화가 나왔다. 2017 칸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겐 찬밥 신세였다. 김옥빈의 액션은 좋았으나 연기력은 형편없었고 스토리의 흐름도 순탄치 못했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해외영화는 어떨까. 여자 액션배우를 떠올리자면 기자는 제일 먼저 안젤리나 졸리가 생각난다. 섹시한 얼굴과 액션에 적합한 길쭉하고 탄탄한 몸매,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연기력 또한 빠지지 않는다. 한국엔 이런 매혹적 여성 액션배우가 아직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익숙한 제목의 여성 액션영화를 뒤늦게야 접하게 됐다. 부모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킬러가 된 여성을 그린 ‘콜롬비아나(2011년 개봉)’이다.

액션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테이큰’, 시리즈물 전체가 히트하면서 최고의 액션 영화 자리에 오른 ‘본 시리즈’(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여성판이 될 수 있을 것인지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감독 올리비에 메가턴의 영화 중 ‘테이큰’에 굉장히 열광했다. ‘콜롬비아나’ 역시 감독 특유의 무자비한 액션을 다시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암흑조직에게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9살 소녀 카탈리아. 그 날 이후 그녀는 킬러인 삼촌 밑에서 완벽한 복수를 준비해 간다. 치명적인 매력과 스마트한 두뇌, 프로페셔널한 실력을 갖춘 여전사로 성장한 카탈리아. 부모의 죽음과 관계된 인물들을 하나씩 처단하지만 암흑조직과 FBI 모두의 표적이 된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숨 막히는 추적 속에서 카탈리아는 목숨을 건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초반의 스토리는 탄탄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어린 카탈리아를 맡은 아만들라 스텐버그의 연기가 좋았다. 순수하기만 한 눈으로 슬픔과 분노 그 미묘한 경계를 잘 표현해냈다. 잠깐이지만 작은 몸으로 뽐낸 액션도 인상적이었다. 시작부터 보여주는 어린아이의 액션은 영화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준다.

기대는 거기까지다. 카탈리아가 킬러로 성장한 후 영화의 묵직했던 분위기가 다소 흔들린다. 성장한 카탈리아(조 샐다나)가 나오고 스토리는 고구마를 먹은 것 마냥 답답해진다. 포스터에 나온 ‘복수는 차갑게 액션은 뜨겁게’가 정반대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복수에 눈이 멀다보니 액션은 차가워지는 꼴이다. 복수에 눈이 먼 주인공은 실수만 반복한다. 결국 끝 부분 카탈리아는 모든 것을 잃은 외로운 킬러로 남는다.

 

▲ 영화 ‘콜롬비아나’ 스틸컷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액션 영화 ‘레옹’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레옹’은 1995년의 담백한 오리지널 액션 영화였다. 2011년도 액션 영화에서 조미료 하나 없는 담백함이라, 다소 낯설고 느끼했다. ‘레옹’은 그다지 많은 대사가 필요 없었다. 고요함 속에 감도는 긴장감과 감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콜롬비아나’도 그 두 가지가 공존하지만 액션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감성은 넘칠 정도로 과했다. 강약조절의 실패다.

카탈리아와 대립되는 암흑조직 역시 허술하다. 영화 스토리는 이 암흑조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이어갈 만큼 조직은 강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들의 존재에서 긴장감은 전혀 없다.

여성 킬러라는 다소 색다른 소재, 하지만 나머지 요소들은 뻔한 설정이다.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아이디어들을 욱여넣느라 캐릭터들의 매력과 영화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콜롬비아나’는 ‘테이큰’과 ‘본 시리즈’의 여성판이 될 것인지 관심을 모았더랬다. 필자 역시 포스터를 접했을 때부터 강한 느낌을 받았고 제작자가 뤽 베송이었기에 더 많은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저 카탈리아 역할을 맡은 두 배우(아만들라 스텐버그, 조 샐다나)에게 빠지기엔 적당한 작품일 뿐,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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