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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예쁜 집에서 예쁜 사람이 예쁘게 살아가는 컨셉이라고?

<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임미숙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9.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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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장만나는 커피향 항아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9월은 마음 단디 잡고 시작해야한다. 큰 행사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신경써야하는 일들이 줄줄이다. 계절 좋은 시기, 늘 이렇게 일이 먼저이니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한지가 언제인지…. 아직 시도조차도 못하고 있다. 자연 속에 살고 있지만 또 다른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늘 내 머릿속을 맴돈다.

걱정과 염려 속에 준비하던 ‘경상북도 여성생활개선회’의 도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귀빈들 점심식사와 다과준비를 맡았던 김천우리음식 연구회. 점심식사는 김천의 향토 맛집에서 준비를 했지만, 전반적인 일들을 봐야했다. 다과는 고급스럽게 단아하게 차려내는데 중점을 뒀다. 김천을 잘 표현하기 위해 김천호두, 김천포도, 김천자두 등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준비했다. 우리 쌀 소비촉진을 위해 쌀 쿠키도 직접 구웠다.

많은 분들이 고생 많다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셔서 안도의 웃음꽃이 폈다. 경북도기술원의 반가운 분들도 만나 뵙고, 여성생활개선회의 잔치 한마당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행사 하루 전, 그동안 누적된 피로 때문에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온종일 끙끙 몸살을 앓다가 영양제 링거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난생 처음 맞아보는 영양제. 주사바늘 공포증이 심해 병원 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큰 행사를 앞두고 책임자로서의 부담감이 병원까지 찾게 한 것이다. 덕분에 행사 당일은 쌩쌩한 모습으로 접대를 할 수 있었다. 많이 힘들 땐 병원에 가는 게 좋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싫다 병∼원!ㅎㅎ

도대회를 마치고 이틀 뒤 집으로 손님들이 오기로 했다. 보름 전, 한통의 전화로 시작된 일이다.

 

 

TV조선 ‘자연애 산다’ 작가로부터의 전화. 우사 리모델링은 더 이상 방송을 안 하겠다고 미리 말을 잘랐더니 그게 아니고 자연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단다. “요즘 여러 채널에서 자연, 귀농, 농부,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등 많이 나오던데… 저는 자연인도 아니고, 딱히 농부라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요?”했더니 “어머, 선생님! 된장을 담그시는 전문인이시잖아요?” 한다.

귀가 당나귀 귀만 해졌다. 된장사업을 시작하면서 메주 만들기라던가, 된장에 관련된 방송이 들어오면 꼭 출연해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던 터였다. 저녁에 다시금 통화를 해보니 방영시간이 근 1시간이 된단다. 그러면 나의 생활이 완전 노출된다는 것인데… 슬쩍 한걸음 물러나게 된다. 썩 내키지 않았다. 뭐 그리 사생활 노출까지 하면서…?

경험에 의하면 작가한테 한번 걸려들면(?)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더라. 결국 설득을 당하고 만다. 이번 작가처럼 나긋나긋 이야기를 풀어가며 최대한의 배려가 곁들인 상황 설명을 듣다보면 어느 덧 작가에게 빠져들고 만다. 촬영 온다는 날짜와 나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여러 번 조율 끝에 잡았다.

흐미~ 엄청 바쁜거…. 손님맞이에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이 청소다. 우리 작가님, 본인이 일찍 내려와서 청소까지 해주겠다고 밀어붙이는 끈기. 높이 평가한다. 청소와 이런 저런 준비로 촬영 당일 2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눈알은 빨갛게 충혈됐고,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원래의 리포터 말고 나를 위해 여자 리포터를 다시 선정했다. 내 스케줄에 맞춰가면서 김천에서 된장 담그며 살아가는 아줌씨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저리 애를 쓰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피디님과 작가님 미팅 때 하는 말이 산골 예쁜 집에서, 예쁜 사람이, 예쁘게 살아가는 컨셉이란다. 엥? 예쁜 사람 다 어디 갔는가…. 그건 아닌 것 같은디요.

아마도 예쁘게 잘 찍어 주시려나보다. 하긴 예쁘게는 살아가고 있으니 그 부분은 문제없다. 산골에서 왜 꼭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만 있겠냐며, 밝고 웃음 띨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만들고 싶단다.

1박 2일간 16명의 스텝들이 함께 하며 나의 일상들을 찍었다. 낮엔 햇살이 뜨거워서 땀이 났지만 함께하는 리포터와 재미나게 찍었다. 그동안은 VJ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만 와서 반나절만 수고하면 되었는데 이번엔 긴 시간 촬영으로 힘들었다. 연예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부모님 감사합니다! 배우 될 만큼 예쁘게 낳아주지 않으셔서….ㅎㅎ

피디와 스텝들, 말할 것 없이 1박 2일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 식사도 배달시켜 먹겠다는 것을 “시골인심이 어찌 그러냐고 밥이랑 국만 해주겠다”고 시작한 것이 우리 마녀들이 과일이며 간식거리까지 챙겨줘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마녀들이 없으면 어찌 살아갈까 싶다. 옆에서 말없이 챙겨주는 그녀들의 고마움에 감사를 보낸다. 연차휴가를 내서까지 누나 촬영을 위해 제초작업이며 아궁이 장작불 지키기를 해준 동생에게도 고마움을 보낸다. 남들은 흔히 그런다, 동생이 누나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저렇게 깊을 수가 있냐고. 그렇다. 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켜주는 동생. 어느 누구보다 누나 맘을 잘 읽어내고 챙겨준다. 우리 삼남매 끈끈한 정으로 그렇게 다정하게 나이 들어가야겠지.

한창 오미자 수확철이다. 빨갛게 익은 오미자가 지천으로 보인다. 호두농장에서는 호두를 따느라 분주한 나날들이다. 새송이농장의 마녀는 자연산 송이를 채취한다고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녀 덕분에 작년엔 송이를 실컷 먹는 호사를 누렸다. 올해도 살짝 기대를 해본다. 부지런한 그녀는 새벽부터 산에 올라 송이를 찾고, 낮에는 밭에서 과일나무에서, 그렇게 매일매일이 일이다. 거기에 가공체험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우리마녀들 걱정이 앞선다. 일은 너무 많이 벌려놓으면 그만큼 몸이 고되니까.

 

 

시골생활 하면서 느끼고 정리된 생각 하나! 하고 싶은 일이라고 무조건 펼쳐놓으면 안된다. 자연에서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할 일이 참 많다. 도시인이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안하던 텃밭농사부터, 낯선 일들이 모두 몸으로 하는 노동이므로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 정말 평생 벌어둔 돈으로 쓰고 살아도 될 정도라면 그럭저럭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대개가 그렇지는 않다. 뭔가 수익이 나기를 기대하고 농사든 가공이든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일은 끊을 수가 없다.

친구에게 “나 너무 힘들어… 시골생활 녹녹치 않아.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가지를 않아”라며 투정을 부리면, “안하면 되지, 우리가 이제 그럴 나이 아니거덩?”이라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째 세상일이 끊는다고 해서 딱딱 끊어질 수 있겠는가. 이렇게 저렇게 실타래처럼 엉켜있고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것 하나 딱 끊어내기가 애매하다는 것.

농촌에선 여성들이 참 많이 활동한다. 단체도 참으로 많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아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집밖으로 불려나가야 한다.

 

 

쇼핑몰에 된장을 올리고 나니 몇 개씩 들어오는 된장주문 택배로 매일 신경이 쓰인다. 온라인상에서는 정해진 룰대로 배송을 해야 하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

하늘은 날마다 높아져만 가고, 호두나무의 호두들은 겉껍질이 벌어지면서 알호두가 드러나는 그런 청명한 날들이다. 여기저기서 예초기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성묘를 위해 벌초 작업들이 한창인가보다. 며칠 사이 매미소리는 힘이 없어지고 밤이면 들려오는 여치소리는 더 힘차졌다. 밤마다 우는 저 새는 무슨 새인지….

춥다면서 보일러 틀고 잠자리에 드는 게 벌써 여러 날 됐다. 낮에는 더운 것이 싫고, 밤에는 차가운 것이 싫은 낮과 밤이 아주 다른 그런 계절이다. 아직은 앞산의 푸르름이 여름을 얘기하고, 어느새 떨어져 낙엽이 된 이슬 젖은 잎새는 가을을 알린다.

미리부터 호들갑 떨어가며 가을앓이 할 준비해야겠지. 이번엔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가을을 만들고 싶다. 자유로움, 혼자의 시간,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

아침저녁 찬 기운에 시들어져 가는 꽃들도 마지막 힘을 내고, 여름내 뜨거웠던 항아리들은 생기를 되찾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줄에 걸린 감물 염색한 기다란 천은 나풀나풀 춤을 춘다. 오늘도 참 한가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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