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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이 가을!!

<화보> 어느 가을날의 풍경들 정다은 기자lpanda157@naver.coml승인2017.09.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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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길었고, 여름은 지났다. 집요할 것만 같았던 계절이 굵고(?) 짧게 지나가 살짝 아쉽지만…. 바람을 느끼며 걷기만 해도 좋은 날씨. “요즘 날씨는 돈 주고 사야 된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몸속 곳곳을 헤집는다. 기분 좋은 돌기가 솟아난다.

여름엔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자 고개 숙이고 다녔지만 허리 쫙 펴고 파랗게 높은 하늘을 만끽한다. 해질녘 집으로 돌아가는 백로 떼가 반갑다. 높은 하늘 속을 줄지어 가는 모습. 구름마저 그들이 흘리고 간 깃털마냥 자유롭다. 수채화 물감을 섞어놓은 냥 붉게 번진다.

 

 

기나긴 가뭄 끝 시원하게 내려준 비 덕분에 풍년일 줄 알았건만 지나쳤나 보다. 농촌에선 한숨소리 깊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고추인 것 같다. 노지에 심은 고추들이 대부분 탄저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나마 비닐하우스에 심은 것들은 살아남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비료, 농약 한번 안친 밭의 고추는 그나마 버텨주었다.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오이고추와 청양고추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모두 맵다. 몇차례 수확한 잘 익은 빨간 고추는 올 가을 김장용 고춧가루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햇볕에 바짝 말려 곱게 갈아준다. 가을 햇살을 고스란히 담았다. 말 그대로 태양초다. 올 김장김치는 때깔도 좋을 것 같다.

발악을 하던 매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대신 찌르릉 여치와 쓰르라미, 귀뚜라미 소리가 사위를 채운다. 가을벌레 소리는 시끄러워도 고요하다. 밤에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자연의 음악을 틀어놓은 듯하다. 발소리 죽이고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행복이 밀려든다.

 

 

모든 작물이 슬슬 저물기 시작하는 시기. 파릇했던 나무의 이파리도 하나둘 울긋불긋 떨어질 준비를 한다. 그 사이로 꼿꼿하게 피어난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롭다.

모기들은 날씨에 아랑곳 않고 기승을 부린다. 그나마 가을하늘의 새 주인 고추잠자리 덕에 위안을 받는다. 물을 만난 듯하다. 파아란 하늘 아래 고추지지대, 잠자리 한 마리가 아슬아슬 명상을 하고 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평온의 계절이다. 적막의 계절이다.

 

 

거미들은 노동에 한창이다. 자고 일어나면 이곳저곳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거미줄. 밤샘 노동의 결실이다. 농부는 집에 있는 거미줄을 걷어내지 않는다. 새 식구를 들였다. 왔다 갔다 하며 가만히 관찰할 뿐. 나방이 거미줄에 걸려있다. 식사시간이다. 그래 배 좀 채워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짠 거미줄인데 무지한 인간의 손으로 무자비하게 무너뜨릴 순 없지. 날도 추워지는데 너도 든든히 먹어두렴.

쓸쓸, 고독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가을이다. 모든 것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계절, 싸늘한 바람 탓만은 아닐 게다. 따뜻한 책 한권이 간절해진다.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휴일에 늦잠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먹은 뒤, 창 활짝 열어놓고 침대에 기대어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테라스 있는 카페나 한적한 공원에서 책을 잃는 것도 가을을 오롯이 즐기는 법이다.

 

 

요즘 출근할 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시도도 못했다가 아침, 저녁 선선한 날씨에 아예 한 달 이용권(5000원)을 끊었다.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린다. 참 좋다. 잔잔한 노래까지 들으면 금상첨화다.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좋은 일이다.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최고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다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줄어든다. 출근시간 때문에 아침엔 자전거를 타지만 퇴근할 땐 약 한 시간가량을 걷는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걷는 길, 번잡한 도심 속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가신다. 돈 주고도 못 사는 날씨, 이렇게나마 한껏 즐겨보련다.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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