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피아-農피아 등 관료·산학세력이 ‘안전공포’ 키워”
“核피아-農피아 등 관료·산학세력이 ‘안전공포’ 키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9.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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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석면에 의한 발병 경로는.

▲ 석면가루를 폐로 흡입하면 10~50년 잠복기를 거쳐 폐암 또는 중피종 발병확률이 높아진다. 빠르면 6개월 만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시한폭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석면폐증’으로 판명되면 불치병이 된다. 현대의학으로 치유가 안 된다. 건물공사가 많고 대기 중 석면 섬유를 마시게 되는 도시인들의 폐 안에는 대부분 석면가루가 있다. 한번 흡입하면 빠져나가지 않고 조직과 염색체에 이상을 초래해 결장암, 위암 등이 생길 수 있다. 구강 등 호흡기 유입을 막아야 한다. 입자가 크면 호흡기관으로 들어와도 비강 내 코털 등 기관지에서 걸러져 폐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산업보건성(IARC)는 석면을 인체 암 유발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직업병 중 석면질환 피해가 단일요인으로는 연간 농약중독으로 7만 명 사망을 상회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 산업계에선 석면을 어떤 용도로 이용하고 있나.

▲ 석면은 사문석과 각섬석에서 추출되는 매우 미세한 형태의 천연광물이다. 그리스어인 아스베스토스(Asbestos)는 ‘불멸의 물질’이란 뜻이다. 섬유 굵기가 머리카락 5000분의 1크기다. 부식과 마모에 강하고 단열효과가 뛰어나다. 내약품성, 전기절연 효과도 탁월한데다 값도 싸다. 광물질 중에 석면만큼 다양하게 쓰이는 물질은 없다. 석면이 가진 특질이 너무 우수해 쓰임새도 광범위하다. 석면은 가정용 다리미와 선풍기, 냉장고에도 쓰인다. 이외에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피복재, 방화복, 방음재, 램프심지, 배관용 파이프 피복재 등에 쓰이는데 무려 3000 가지에 달한다. 선박화재방지 내부단열재로 쓰이고, 화학공장에서도 쓴다. 도심 건물 대부분은 석면건축자재로 봐도 무방하다. 상가건물과 일반사무실, 오피스텔, 학교 등 건축물의 95%에 석면이 들어있다. 화재에 대비한 건축방열재로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

 

- ‘달걀-생리대’ 독성물질오염 사태를 대하는 당국의 태도, 어떻게 보나.

▲ 얘기했듯 이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주무부처인 식의약처와 농림부도 알았고 홍성 농림품질관리원도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 8월 CBS ‘노컷뉴스’가 이 내용을 집중보도하자, 뒤이어 다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당국이 그동안 관리감독을 못했던 것이 아니라, 한쪽을 너무 세게 까발리면 사회불안이 고조되기 때문에 문제를 느슨히 갖고 가다가 사건이 터졌다. 설마 했던 문제가 일시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후약방문이 된 것이다. 숲보다 일부 나무가 문제였다. 10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관료들이 업무 특성상 통찰력 없이 대응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 3월 소비자단체가 식의약처에 전문가 의견과 자료를 넘겨주었지만, 그때가 촛불정국이어서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권이 교체되고 사람도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유럽 발 ‘벨기에 살충제’ 문제가 터진 것이다.

 

- 생리대의 경우 외국에서 먼저 논란이 있었는데.

▲ 작년에 우리의 여성환경연대와 비슷한 미국과 프랑스의 ‘지구환경을 위한 여성의 목소리’라는 단체가 ‘생리대 유해성물질’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놀란 여성단체가 생리대 유해성평가까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유해성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미국은 생리대의 안전기준이 없다. 선진국 제품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건 비슷하다. 미국과 프랑스는 이 문제를 슬쩍 넘겼다. 외국에서 평가시험을 하자 여성단체도 검사시험을 할 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검사방법도 몰랐고 기준조차도 없었다. 유해물질도 워낙 극미량이라 찾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지난 3월 강원대 김 모 교수가 식의약처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식의약처도 검사방법이나 자료가 없었다. 화학물질도 수십 종류인데다 생리대 제품도 너무 많았다. 그런 찰나에 사태가 났다. 언론에서 ‘릴리안’ 생리대 문제를 먼저 지적했고, 이후 다른 제품으로 파장이 번져나갔다.

 

- 시장 장악을 위한 생리대 회사들 간의 암투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 그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1989년 우지(牛脂) 라면 파동 사건에 연루된 삼양식품과 오뚜기 등 5개 회사 회장과 부회장이 구속됐다가 20일 만에 나왔다. 100% 무죄였다. 검찰이 인지수사를 했다고 하지만, 검찰 자체만으로 이런 내용을 잘 알 수 없는 일이다. 검찰도 왜 수사를 한 것인지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어찌됐든 이 사건을 계기로 후발주자였던 농심라면이 부동의 1위로 급성장했다. 이외에 커피믹스 사건도 있다. ‘인공합성물질이 아닌 천연 카제인 나트륨을 쓴다’는 한 업계의 광고가 마치 다른 업체제품이 인체에 유해한 것처럼 보이게 한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광고를 믿고 ‘천연 카제인’ 성분으로 여겼다. ‘카제인 나트륨’은 일종의 단백질이다. 세계 어느 누구도 인공합성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구조상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인공합성 카제인을 쓰지 않는다고 선전했다. 모든 카제인은 100% 자연산이다. 여기에 안정화를 기하기 위해 나트륨(Na) 하나를 더 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합성품처럼 몰아갔다. 본래 기업들은 이런 식의 비윤리적 속성이 있다.

 

-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은 어떤가. 효력이 있다고 보는가.

▲ 화학안전 관련법은 국회와 대기업-관료-정치인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정권 비호를 받아 만들어진 부실한 법과 시행령은 언제든 시한폭탄이었다. 대형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민 불안은 증폭됐고, 그때마다 정부가 조금씩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사고 후에도 땜질처방에 그쳤다. 이 법은 2013년 기업이 모든 화학물질의 위해성여부에 대한 분석-평가결과를 정부에 의무보고토록 한 것으로 2013년 국회통과 돼 2015년 시행됐다. ‘화평법’은 2012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유해화학물질 관리규제차원에서 만든 법이다. 작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확산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기업이 사고를 냈을 경우 사업장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체물질을 쓰도록 규정했다. 이 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제로 알려진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인식이 이제 과거와 같지 않다. 개혁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개혁의 기회다. 정부의 사회 안전정책기조와 공조하게 되면 기업과 언론도 제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다. 그동안 정권의 특혜를 누려온 대기업용 법조항을 제대로 손질해야 국민생명과 안전이 지켜지게 된다.

 

-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 당시 발끈했다. 화학물질 등록 여부를 평가하는데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개발(R&D)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을 겨냥한 이 법안이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불만이 컸다. 사실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도 1톤 미만의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등록을 면제하고 있기는 하다. 우리의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이라도 용량에 관계없이 모두 등록해야한다는 면에서 매우 강력한 규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해성물질로 평가된 물질도 시간을 두고 손질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게 되면 기업들의 비용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편했는데 앞으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보수언론을 통해 여론형성 작업을 하려 할 것이다. 핵(核)피아, 농(農)피아가 그렇듯이 전문가를 동원해 기업규제완화와 국제경쟁력강화, 가격인상 등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 화학물질 사고가 났을 시 주민대피 등의 매뉴얼은 있나. 

▲ 기업의 무책임하고 허술한 유해 화학물질 관리는 곧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 1984년부터 우리도 미국처럼 비상대응 주민대피훈련을 실시한다지만 형식적일 뿐이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인식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낮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아프리카에 비하면 높다.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들은 늘 잠재하고 있고 실제로 큰 사고가 났을 시 거의 무방비 상태다. 2015년엔 군산에서 OCI 폴리실리콘공장에서 염화규소(SiCl4) 누출사고가 났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군산시도 대피명령이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민에게 사전정보 전달도 하지 않아 장시간 위험에 노출시켰다. 인근 익산화학재난방재센터의 기술적 대처도 미흡했다. 그런 이후에도 화학물질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2012년 12건에서 2014년 104건으로 급증했고, 화학물질 취급양도 2006~2012년 동안 27% 늘었다.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규정한 선진국 형 화학물질관리법도 사고현장에서 기능을 못했다. 사고대응도 부실했다. 지역별, 업체별 화학물질배출량과 이동물량에 대한 정보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화학공정과정의 화학물질 안전성에 대한 전체조사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전문분석기관을 통해 실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 정권이 바뀐 뒤 원전문제가 화두다.

▲ 1983~1984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과학기자를 하고 있을 때, 경주지진 활성단층을 둘러싸고 학계의 논쟁이 뜨거웠다. 당시 서울대 이기화 지질학과 교수가 활성단층 존재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반대파 교수들에 의해 사장됐다. 세월이 지난 지금 이 교수가 말한 활성단층 존재는 팩트가 됐다. 예산을 들여 지질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원전건설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6.5~7.0 이상의 지진이 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실한 것도 아니다. 1만년에 한 번 일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꼭 1만년 지나서 터지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경주지역의 원전건설은 부적절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서해와 남해지역에 원전을 세워서는 안 된다. 온배수 배출문제 때문이다. 동해안이 유일하게 태평양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주로 동남해안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동해안 이외에 적지가 없다. 경주와 양산은 활성단층대로 여전히 불안한 곳이다. 일본도 원전이 태평양쪽으로 배치되어 운용중인데, 우리는 국토는 좁고 인구가 밀집된 위험성을 안은 채 풀가동 중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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