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어오는 바람 속에
<신간> 불어오는 바람 속에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7.09.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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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존 J. 무스 지음/ 문학동네어린이

2016년,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상 최초로 음악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지만, 이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지만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며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온 시인이기도 하니까. 지금까지 밥 딜런의 시를 귀로 만나 보았다면, 이제는 그림책 '불어오는 바람 속에',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를 펼쳐 눈으로 만나 볼 시간이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는 밥 딜런의 두 노래 가사에 각각 존 J. 무스와 짐 아노스키의 아름다운 그림을 더한 그림책이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1960년대 미국 시민권 운동에서 널리 불리며 밥 딜런에게 “시대의 목소리”라는 칭호를 안겨 준 바 있다. 그 노랫말에 칼데콧 아너상 수상 작가 존 J. 무스의 시각적 은유가 더해져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자유와 평화, 반전의 메시지를 한층 또렷이 전하는 그림책이 탄생한 것이다.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는 여러 동물의 특징과 이름을 재치 있게 노래한 곡이다. 자연을 그리는 화가 짐 아노스키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더불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신나게 동물 이름을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듣기만 해도 까마득해지는 질문들을 던지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이 쏘아 올려야 포탄이 영영 사라질까.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어야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버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산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갈 만큼의 아득한 심상과 맞물려, 이 세계에 평화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에 잠길 때쯤 질문에 대한 답이 등장한다. “그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이 후렴구는 여전히 아득하고 모호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분명하고 희망적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곁에 있으며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호흡하는 공기, 그 공기가 움직일 때 비로소 일어나는 "바람"에 답이 있다는 목소리.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간곡히 전하는 밥 딜런의 메시지다. 

1963년 발표된 밥 딜런의 노래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60년대 미국 시민권 운동의 상징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저항의 노래였다. 수많은 이들이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은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리고 투쟁이 멈추지 않았듯, 노래의 메시지 또한 오십여 년이라는 시간의 파도에 바래지 않았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에 담긴 자유와 평화, 반전의 메시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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