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체험기> 정다은의 ‘1시간 30분의 출퇴근 시간 풍경’

▲ 정릉천 자전거도로

 

어릴 땐 그렇게 운동을 좋아했는데 성인이 되고나니 코앞도 걸어가기 귀찮다. 아직 젊으니 운동 따윈 뒷전. 그렇게 점점 몸이 퇴보됐다. 움직이긴 귀찮고 다이어트 한답시고 끼니만 굶었다. 먹는 게 없으니 살이 쭉쭉 빠지지만 엄청난 ‘저질체력’이 됐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찬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저녁은 굶어야겠고 힘은 없으니 침대에 쓰러진다. ‘귀차니즘’의 전형이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렇게 체력이 딸려선 안 되겠다. 따로 시간 내서 할 자신은 없으니 일상생활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출퇴근 시간.

 

▲ 카이스트 맞은 편의 자전거 거치대
▲ 정릉천 주변의 집들, 오래됐지만 정겨운 모습이다.

 

예전엔 아주 가끔 걸어서 퇴근을 했다. 이른 출근시간엔 엄두를 못 낸다. 대신 퇴근길은 가끔 날씨 좋으면 걷는다. 약 5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릉천을 따라서 쭈욱 걷는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따로 놓여있어서 걷기 정말 좋다. 차도와 떨어져있어서 조용하고 관리도 잘돼있다.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도 예쁘다.

몇 개월 전까진 흔들리고 혼잡한 버스를 싫어해서 거의 전철을 이용했더랬다. 하지만 집에서 전철역까지 약 15분 이상을 걸어야 하다 보니 날씨가 더운 여름철엔 땀범벅이 되고 만다. 그 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지 않아 좋다. 하지만 직장인들 출근시간과 겹쳐 늘 만원이다. 또 소요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천차만별. 교통비도 한 달에 7만원이 넘게 나온다. 아깝다. 편하게 앉아 가는 것도 아닌데….

 

▲ 원래 오토바이와 사람은 이 길에 들어오면 안된다.
▲ 정릉천위 고가도로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따악 들어온 그것. 바로 서울자전거 ‘따릉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이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사회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서울시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따릉이는 핸드폰에서 어플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다운로드 후 간단한 회원가입을 한 다음 이용권을 구매하면 된다. 이용권은 기간마다 가격이 다른데 장기로 끊을수록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일단 기본권과 프리미엄권으로 나뉜다. 시간의 차이다. 기본권은 1시간, 프리미엄권은 2시간이다. 이 시간을 초과할 경우 둘 다 30분당 1000원 씩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꼭 정기권을 끊지 않아도 된다. 일일권이 있다. 일일권은 비회원(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일일권 구매로 탈 수 있다)과 회원 둘 다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둘 다 기본권 1000원, 프리미엄권 2000원이다. 마찬가지로 시간 초과 시 30분당 10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자전거 따릉이(www.bikeseoul.com)’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되겠다.

 

▲ 한국산림과학원

 

 

일단 한 달 정기권을 끊었다. 한 달 출근길을 담당하는데 고작 5000원이면 된다. 우리 집은 경희대와 카이스트 사이에 있다. 그리고 카이스트 바로 건너편, 한국콘텐츠진흥원 시연장 옆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중요한 건 한 달에 7만원 잡아먹는 버스나 전철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것. 게다가 교통체증도 없어 일정한 출근 시간을 갖는다. 덤으로 건강까지 챙기니….

회사 출근시간은 8시 40분. 8시에 집을 나선다. 한적한 길을 5분여 걷다보면 자전거 대여소가 나온다. 어플로 ‘대여하기’를 누른 다음 ‘카이스트 대여소’를 클릭해 남아있는 자전거 중 한 개를 선택한다. 오늘은 7번. ‘럭키세븐’이다. 하루를 럭키하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7번 자전거로 가서 ‘홈버튼’을 누른다.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잠겨있던 자물쇠가 풀리면 키에 맞춰 안장을 내린다. 키가 작은 편이라 항상 안장을 내려서 사용한다. 하하;

 

▲ 과속은 금물
▲ 다리아래 구불구불 코스

 

그렇게 대여가 완료되면 자전거에 달린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힘껏 페달을 밟아 출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근하면 우울했던 기분이 금세 상큼해진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평화로운 아침이 펼쳐진다. 홍릉수목원과 한국과학기술원, 국방연구원을 지난다. 숲이 우거져있어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길이다. 국방연구원을 지나면 정릉천이 나온다. 종암대교에 진입로가 있다. 물이 흐르는 개천을 사이로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양분돼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을 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동화된다. 자전거길에도 걷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을 피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가면 금상첨화.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고, 개인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길이 잘 단장돼있으니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아침 출근길이 참 좋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이곳 자전거도로의 제한속도는 10km다.

용두동과 제기동 서울약령시장을 잇는 용두교에 이른다. 탈출로가 있다. 큰 도로로 올라간다. 이제부턴 조심해야한다. 자전거길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도는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인도를 이용한다. 바삐 걷는 사람들, 속도를 무시하고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 등 전부 주의해야 한다.

 

▲ 세종대왕기념관 길
▲ 자전거도로 진입로
▲ 자전거도로가에 피어난 맥문동꽃

 

그렇게 달리다가 허벅지가 아파올 즈음 신설동 도착. 신설동 오거리 대여소는 출근시간에는 늘 만원이다. 회사에 나가는 사람들이 따릉이를 타고 와 반납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퇴근시간에는 전부 대여해가서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바람에 5:5 가르마가 된 머리를 정리하며 사무실에 도착한다. 다리근육이 터질 듯 당긴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래도 뿌듯하다.

퇴근할 때는 다리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걷는다. 자전거길 반대쪽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다른 매력이 있다. 아침이 싱그럽고 상쾌하다면 저녁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아침엔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녁은 퇴근하는 사람들과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 집에서 자전거 타러 가는길
▲ 한국콘텐츠진흥원 인근 연못에 분수대도 보이고...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와 달리 1시간 30분 정도의 출퇴근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운동하며 스트레스 풀고 환경도 챙기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다보니 나에 대해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기개발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온갖 잡생각을 내려놓고 움직이는 팔다리, 숨소리에 집중을 하다보면 내 몸에 대해 이해하고 아끼게 된다. 정신건강에도 좋다.

서울시에서 만든 서울자전거 따릉이 프로그램은 정말 칭찬할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대여하고 반납하는 과정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두 번 하다보면 금세 적응이 된다.

건강이 최우선인 시대다. 게다가 요즘 날씨도 딱 좋으니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날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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