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핵발전은 지금 현재 세대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불의한 에너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장영식

 

지난 대선 기간 동안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그리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크게 전환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공약에서 크게 후퇴해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로 넘겨 버렸습니다. 이후 각 정당의 핵발전소와 관련된 정책도 크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초기에 보였던 탈핵으로의 적극적 대응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3-4달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물론 이 모든 거짓말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비롯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에 대해 조건 없는 공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신규 핵발전소 중에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와 신울진 핵발전소 1, 2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파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9일,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신고리 5, 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핵발전은 미래 세대에 가하는 폭력입니다. 플루토늄 같은 인위적 방사성 물질이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는 24만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24만 년 동안 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누군가는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핵발전은 지금 현재 세대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미래 세대의 환경권과 생존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발전은 사회적 약자, 저발전 지역,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불의한 구조를 확장하는 에너지입니다.(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103항 참조)

따라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의 상징인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의 공사 중단은 시대의 표징입니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정부 당국과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전문가집단은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 줄 것을 촉구합니다.(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11쪽 참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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