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일본 오사카 여행기’-6회 / 구혜리

┃관광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

“아마 너가 가는 곳 나도 다 가봤을걸?” “어디 가봤어? 여기 꼭 가봐!”

파리는 에펠탑, LA의 할리우드, 라오스와 블루라군. 여행을 즐기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미 다녀온 것처럼 몇몇 여행지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가 있다. 소위 관광지란 곳들은 하루에도 몇 천 몇 만 명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패키지 관광상품’은 주로 몇 개의 유명 관광지를 정해놓고 항공권을 포함한 이동 수단 및 입장권과 숙박 정도로 구성된다. 한정된 기간 동안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없으니 정해져 있는 관광지를 돌아보기에도 빠듯하다. 그래서 패키지 상품은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효율성 측면과 비용면에서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여행자의 시각은 협소해진다. 새로움을 찾아 떠나온 곳조차 이미 익숙한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얼룩져 있는 꼴이다. 같은 것을 보고, 먹고, 특히 찍는다. 지역명만 검색해도 같은 곳에서 같은 포즈로 찍은 기념사진을 수두룩하게 볼 수 있다. 서 있는 사람의 얼굴만 대체되는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커다란 자판기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이 쥬스통처럼 뽑혀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우리는 ‘즐거움’을 산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도처에 만연한 숙박업소와 지역문화, 사소한 먹거리 시장과 쇼핑센터도 모두 ‘관광’으로 소비된다. 아마도 자본이 유통되는 한 관광이라는 샘은 마르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소비로써 여행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아마 100명이라면 100가지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저 사람에 돈에 휩쓸려버리기 않기 위해, 자본 속 객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누리며 살자.

교통수단을 상품으로 만드는 데 주력한 일본의 경우, 관광객 사이에 통용된 ‘코스’라는 것이 있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자!’는 목적에서 공유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와 이동 경로의 차이가 좁은 편이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오사카의 주유패스, 도쿄의 메트로패스, 큐슈의 산큐패스 등이 있다. 이 중 오사카의 주유패스에 대한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주유패스는 오사카의 시내 대중교통(지하철, 트램, 버스)을 일 단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제휴업소 특전으로 주요 관광지에 대한 입장권과 할인권을 제공받는 관광 상품이다. 가격은 1일권이 2만5000원, 2일권이 3만3000원 정도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주요 관광지 무료‧할인 혜택 상품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그 할인율이 낮은 편이라서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반면 주유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 할인혜택은 비용과 질적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오사카 여행 필수품이다.

 

┃주유패스로 알짜배기 여행을!

주유패스로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본인의 체력과 여행 일정을 잘 고려하여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필자가 제시하는 여행 일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나열한 것일 뿐 참고용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특히 주유패스가 무료로 제공하는 특전만 30여개가 넘는데, 하루 만에 모두 돌아보기는 어려워 2일 권을 구매했고, 물론 2일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곳을 위주로 일정을 짜보았다. 이번 회엔 시텐노지 절까지 소개해보려 한다. 나머지 7곳은 다음 회로 이어진다.

 

 

- 첫째 날 : 발이 닳도록 오사카 일대를 거닐다 -

1. 시텐노지 절

四天王寺로 표기하는 이 절은 덴노지 구에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꼽힌다. 593년에 세워져 오사카 일대의 불교 진흥을 위한 자리매김을 해왔으며 ‘시텐노지 양식’이라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하다. 도심 한 가운데 있다기엔 꽤 큰 규모로 인근이 산지가 아닌 주택가라 다양한 행사와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아쉽게도 벼룩시장이나 불교 행사를 보진 못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원을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하기에 무척 좋았다. 오사카에서 일본의 절을 구경하고자 한다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시텐노지 절을 추천한다.

 

 

시텐노지 절의 대부분 시설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중심가람’이라는 5층 목층 석탑을 올라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끊어야 했다. 주유패스로 무료입장 시에는 주유패스 하단에 그려진 바코드를 매표소에서 바코드기계로 인식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필자가 시텐노지를 방문한 때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주유패스 바코드 인식기를 사용할 수 없었는지 매표소에서 난처해 보이는 눈치였다. 이때 매표소 측은 융통성을 발휘해 미리 사찰을 구경하고 바코드를 찍으러 오라는 눈치였는데 이를 외국인에게 전달할 궁리를 찾는 듯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 젊은 여행객들이 일본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며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얼굴과 경쾌한 옷차림의 밝은 여성들이었는데 일행이었던 양 한순간에 훅 거리를 좁히고 들어왔따. 별다른 고민 없이 베푼 친절에 덩달아 가벼운 경쾌함이 들었다. 이유 없이 낯가림이 심해진 요즘의 필자에게는 그런 식의 선의가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다. 또 이렇게 친절을 받고 나면 이어달리기의 배턴을 넘겨받은 것처럼 다음 상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이 때다!’ 싶어 냉큼 선의를 베풀고 혼자서 좋아라한다.

 

 

사찰내부에서는 금으로 된 커다란 불상 앞에 향을 피우고 불경을 읊는 노승이 있었다. 그 뒤로는 기도를 드리는 어머님들이 줄지어 염원을 빌고 있었다. 불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천장을 뚫을 듯한 거대한 불상 뒤로 후광이 반짝임을 표현한 줄 알았던 조각들은 손가락만한 작은 불상들이었다. 작은 불상들은 족히 몇 백 개는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 작은 크기에 그려진 섬세한 손길을 보자니 불교를 통한, 간절한 마음으로 새긴 불상을 통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이 어떠한 마음인지 전해져왔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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