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위기설’ 엄습

한국 경제에 밀려올 파고는 아직도 남아 있다. 여전히 ‘안전 지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묵은 숙제인 가계부채와 청년 실업률은 제쳐두고라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북한 리스크가 여전히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역전이 실제 이뤄지면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함께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 10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다가올 어려움들을 살펴봤다.

 

 

“당장 이번 10월을 잘 넘기는 게 급선무다. 추석 이후에도 지금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성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위험 요소 0순위로 꼽았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내년 말까지는 총 4차례 인상안이 언급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달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이 1.25%로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만약 또 다시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한미간 금리는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도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축소 계획을 밝힐 예정이어서 영국 등 각국 국립은행들의 긴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긴축기조를 시작하면 금융시장은 또 한차례 ‘불안한’ 파고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달 말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는 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도 2개월 연속 줄었다.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도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두달 째 상승세가 꺾였고, 기업경기실사지수 10월 전망치도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추경효과를 반영한다고 해도 올 3% 성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내외 상황 불확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북한 리스크도 하반기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북한발 위험 신호는 지난 8월말 통화정책회의 이후 더 나빠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앞으로 북한 리스크가 더 고조된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면 ‘경기의 뚜렷한 성장세’가 확인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14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금리인상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소비감소와 내수 위축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악성 채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 쪽으로 풍선효과가 작용하면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 19일까지 국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한 뒤 새로운 경제전망을 토대로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결단과 함께 일각에선 국내외 상황을 이유로 ‘위기의 10월’을 예상하기도 한다. 실제로 10월엔 굵직한 이슈들이 대거 이어질 예정이다. 추석 연휴인 4일엔 미국 워싱턴 D.C.에서 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리게 된다.

회의에선 FTA 개정협상을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1차 공동위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채 헤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라는 초강수까지 내놓았음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혹은 18일을 전후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번보다 사거리가 긴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 발사가 예상되고 있어 경제 리스크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중 통화스와프도 만기가 다가왔다.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3600억 위안(약 560억 달러) 규모 한·중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드 배치 이후 양국 관계가 예전같지 않아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할 하반기 환율보고서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포함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은 교역촉진법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밝힌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수출 ‘역대 최고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예전과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공비행을 꿈꾸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한 때 당연시 됐던 경제 성장률 3%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2012년 이후 한국 경제는 2014년을 제외하곤 2%대 성장률에 그쳤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추석 이후 한국은행이 내놓을 경제성장률 전망이 기준이 되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나마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출이 효자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매년 1·4·7·10월 등 3개월마다 경제전망을 수정해 발표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한은의 전망치는 2.8%.로 3년째 2%대 저성장을 내다봤다. 그래도 한은은 꾸준히 ‘견실한 성장세’에 무게중심을 맞춰왔다.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6%로 상향했고, 7월에 다시 2.8%로 높여 잡은 것이다.

여기엔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3%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북핵 사태가 길어지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도 지속중이어서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소매판매액은 전달 대비 1% 감소했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도 여전히 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리스크가 앞으로 더욱 커진다면 실물경제 부진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는 달리 수출 경기가 좋아 상향 조정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9월 수출은 551억 3000만달러로 6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내외 상황이 불확실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며 “결국은 북한 리스크가 키를 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3%대 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면 3년 연속 2%대에 머물게 되는데 이는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풍요로운 가을 바람 속에서도 ‘큰 산’을 넘어야 하는 한국경제의 여정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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