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이슈 “트럼프의 트럼프를 위한 협상”

새로운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재협상’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에 어떤 후폭풍을 남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추석 연휴에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 양국 관계자 등이 함께 했다.

양국은 미국측의 요구대로 우선 개정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효과 분석부터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는 후속 협상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농산물 개방 우려가 큰 농민들은 ‘김현종 파면’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경제적 타당성 평가와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통해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감춰져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협상 대상과 범위 등이 모두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까지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이 낮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익균형’ 강조

일차적으로 미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무역 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미국이 당시 공동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농산물 관세를 당장 없앨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한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5~10년 더 부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체결 당시 쌀을 비롯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추, 마늘, 양파 등 118개 품목에 대해선 15년 이상 장기 철폐 기간을 확보했다.

정부는 협상과 관련 여전히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상 전략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익 균형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심은 이미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김영호 의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1차 협상 때와는 달리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 준 것”이라며 “개정협상 소식을 들은 농민들은 어느 국민보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전농은 이어 “트럼프가 자신의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FTA 재협상을 활용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고 주장했다.

농민들뿐만 아니라 철강, 자동차 업계 등 다른 산업들도 FTA 재협상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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