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여의도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여의도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게 급선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 상임위별로 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당은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야당은 ‘안보 실패’와 ‘인사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 국감 증인 채택은 일종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장겸 MBC 사장 등 언급되는 인사들 모두 ‘뜨거운 뇌관’이 될 수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는 정치권 분위기를 살펴봤다.
‘국감 극장’의 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전현직 정부 핵심 인사들이어서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과 ‘각종 의혹 규명’을 최전선에 내세웠다. 이에 반해 야당은 문재인 정부들어 불거진 ‘안보 문제’와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이미 각 상임위별로 주요 이슈들과 핵심 증인들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중이다. 여당 소속 국회 국방위 의원들은 지난 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과 관련해 MB 정부를 정조준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이태하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을 국회로 불러내 하나씩 집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호남 민심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국민의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시 되돌아볼 계획이다. 당시 직접 발포를 명령했는지 증언을 듣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증인대에 세우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회 운영위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을 여당이 요구하자 야권에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카드를 꺼내들었다.
방송사 공정성 문제를 놓고선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등이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불러 MBC, KBS 파업과 관련해 언론탄압 등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국당 등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계, 재계도 ‘들썩’
일단 여야의 ‘증인 채택’ 싸움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을 부르겠다며 팔을 걷어 붙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명단을 협상대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들이 대거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여당은 연예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야당은 맞불작전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덕화 심현섭씨 등을 신청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정무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는 기업인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무위에서 확정한 기업인 증인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여승동 현대자동차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해욱 대림코퍼레이션 부회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등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엔 신동빈 롯데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환경노동위도 서장원 넷마블즈 부사장,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등을 증인에 올릴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국정감사인데다 향후 4년간 전개될 정국 주도권 싸움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를 ‘사찰공화국'이자 '공작공화국'이라고 규정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친이계의 긴장감이 만만치 않다. 그 동안의 적폐 청산 작업이 박근혜 정부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번엔 4대강 사업을 비롯 이명박 정권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가을 바람과 함께 시작될 ‘국정감사’의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