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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물려줄 것 없는 불쌍한 자식 세대 등에 올라타서 오래 살라고?”

<심층인터뷰> 윤구병 농부철학자 / 변산공동체마을학교 대표-2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hanmail.netl승인2017.10.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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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에서 이어집니다.>

▲ 윤구병 농부철학자 / 변산공동체마을학교 대표

 

- 일반 학교 교육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 대도시의 교육은 대부분 책상교육이다. 첨단 전자장비도 냉난방도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자연을 가르치지 못한다. ‘콘크리트 교육’으론 인성을 가르치지 못하고 생명존중 교육이 어렵다. 자연·생명 교육이 이뤄져야 미래가 보이고 나라가 산다. 지금 이런 때에 국가가 ‘자연교육 활성화’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1년의 절반인 6개월 정도는 산과 들, 바다로 아이들을 내보내서 몸과 자연이 하나가 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때도 봐라. 탈출하라고 한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참사를 더 키우지 않았나. 이게 모두 물질에 찌든 어른들의 강제순응교육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늘, 땅,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에서 손과 발을 놀리는 상생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과 ‘서로 돕는 법’을 깨닫게 만드는 교육개혁이 절실한 때이다.

 

- 현재 변산공동체에 사는 인원들은 얼마나 되나.

▲ 한식구로 밥 먹는 사람들이 대략 30~40가구 정도 된다. 완전 독립가구로 아이를 낳고 교육을 시키는 단계에 도달한 가구들이다. 나 같은 경우 공동체에서 별도로 떨어져 나와 산속에서 혼자 살아와서 공동체 내부사정을 속속들이까지 잘 알지 못하지만, 공동체에서 한솥밥 먹는 사람들은 학생들과 마을식구들, 외부에서 들어온 장기손님 등 합해서 약 60명 정도 된다. 공동체라는 곳은 개인보다 공동을 위한 통제가 따른다. 어려운 부분이라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거다. 아무튼 변산공동체에 들어와서 빠르면 1∼3년, 또는 5년 만에 독립하기도 한다. 여기서 농사지으며 개별가구를 이루어 산다. 인근에 ‘산, 들, 바다 공동체’가 있다. 농산물 판매를 하며 살아가는데, 여기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들어오고 있다.

 

- 공동체 교육의 근간이 될 ‘기초살림대학’ 설립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진척상황은.

▲ 변산공동체의 기초살림은 세 가지다. ‘들 살림’, ‘산 살림’, ‘바다 살림’, 이렇게 세 가지인데 이런 것들이 튼튼해져야 공동체 모두가 산다. 그러면 다른 어떤 살림을 접붙여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기초살림대학’을 세우자는 취지로 2년제라도 좋으니까 ‘들 살림’ 관련학과 3개, ‘산 살림’ 관련학과 3개, ‘바다 살림’ 관련학과 3개, 도합 9개 학과를 신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잘 이뤄지지 않았다. 예전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었고, 저와 개인적 인연이 두터운 박원순 서울시장도 시장이 되기 전 이곳 공동체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나중에 박 시장에게 기초살림대학을 서울산업대 분교형식으로 세울 것을 건의를 한 적도 있다. 그 일로 관련된 사람들이 오가며 진행이 잘 되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대학을 세우려면 공동체마을 땅을 시에 기부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문제를 마을식구들과 논의한 결과, 박 시장이 언제까지 시장을 할지도 모르고 그런 상태에서 마을 땅을 덜컥 기부했다가 어느 날 서울시가 이 땅이 자신들 재산이라고 주장하면 한마디로 빼앗기고 마는 거다. 이렇게 결론이 나면서 보류된 상태다. 

 

- 공동체에서 3대가 함께 사는데 30년 걸린다고 했다.

▲ 저는 과거를 상징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현재를 상징하는 부모 세대,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들 세대가 뭉쳐야 하나의 온전한 공동체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이게 최소한 30년 걸린다. 여기에 들어온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넓은 세상도 보고 공동체생활을 겪으면서 더 좋은 삶을 선택하게 한다. 공동체에 다시 들어와 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다시 또 아이를 낳아 대를 이어가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런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완전한 독립가구로서 뿌리내리는 세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농사철학이다. 핵가족만으로는 공동체를 이룰 수 없다. ‘과거 세대-현재 세대-미래 세대’ 세 박자가 모두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차츰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10여년 더 지나면 기본골격은 갖춰지리라 본다.

 

- 전기시설과 난방은 어떤가.

▲ 저야 이제 할 일이 없는 노인네니까 산속으로 쫓겨난 처지다. 공동체마을까지 산길이라 자전거로도 못가고 30분 정도 걸어서 가야 한다. 기름을 땔 수 없기 때문에 2층이 없는 단층집들이다. 산에서 죽은 나무들을 주워와 아궁이에 불을 때는 황토로 된 단층집이 대부분이다. 내가 지금 사는 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시설이 없었는데, 후배가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줘서 전기혜택을 누리고 있다. 아래 공동체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온다.

 

- 한때 건강이 안 좋았다. 지금은 어떤가.

▲ 한마디로 내 몸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갑상선, B형간염, 당뇨병 등으로 많이 고생했다. 그러던 중에 언젠가 책에서 본 내용이 기억났다. 옛날에는 ‘위(胃)’를 한문으로 ‘양(量)’이라 불렀다. ‘양에 넘치도록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전체적으로 과식하며 과하게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소식다작(小食多嚼)’이다. 적게 먹되 오래오래 잘 씹어라. 적어도 30분 이상 식사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에 들어갈 무렵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씹는 시간은 약 5배 늘렸다. 제가 예전에는 밥을 항상 빨리 먹었었는데 습관을 확 바꿨다.

 

- 건강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 처음에는 밥을 적게 먹으니 공복감이 컸다. 많이 먹다가 식사량을 갑자기 반으로 줄이니까 몸이 적응하는데 좀 힘들었다. 그렇게 2년 동안 꾸준히 적게 먹고 오래 씹어 먹으니까 건강이 회복되더라. 미국에서 시작된 ‘플레처리즘’(소식운동, Fletcherism) 실천으로 병을 완치했다. 변산에 온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치과만 2~3번 갔을 뿐 다른 병원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간암이 상당히 깊은 상태로 퍼져서 의사가 병원치료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거부했다. 예부터 ‘칠십고래희(七十古來稀)’라고 70세를 넘겨 사는 것은 드물다 했다. 난 70세가 넘었고 그러니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과 달리 암의 진행이 느리다. 질병이 천천히 진행되니까 혼자 천천히 가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리고 우리 세대가 얼마나 고약한 세대인가 하면, 그동안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를 모두 말아 먹었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우리 세대가 다 망가뜨렸다. 평균수명은 자꾸 늘어나는데 우리 자식세대들은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을 물려받을 게 없는데다 비정규직 등 소득이 줄어드는 유일한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불쌍한 젊은 세대의 등에 올라타서 오래 살라고? 그런 욕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들 있다.

 

- ‘따복공동체’도 운영하고 있다.

▲ 변산공동체는 너무 외진 곳에 있다. 사실 도시근방에 사는 젊은이들이 와서 몸 놀리고 손발 놀려서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와중에 아는 지인이 경기도 파평에 국유지 땅을 하나 마련했다. 땅이 하천부분을 끼고 있어서 비교적 싼 값에 마련할 수 있었다. 학교건물을 짓는 것이기에 가능했다. 천년농부학교를 지으면 아이들을 위탁교육하고, 스스로 채소농사 등 농법을 배우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제 시작했다. 변산공동체에서 가장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고 아이들을 잘 아는 한 친구가 이곳으로 와서 그 일을 맡겠다고 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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