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깃발 합치기’ 역풍 불까
‘명분 없는 깃발 합치기’ 역풍 불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7.10.1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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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 논의 급물살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보수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어서 이미 예상됐던 바지만 명분없는 통합 목소리에 비난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제히 제기됐다. 바른정당 전당대회 예정일인 11월 13일 이전에 두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분열됐던 연초와 정치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뭉치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통합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과거 회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기 위해선 현상황으로는 힘들다는게 일차적인 이유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대로 가면 영남권조차도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는게 양당의 공통된 우려다.

하지만 9개월만에 추진되는 보수통합은 ‘명분없는’ 야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 또한 보수통합 움직임에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양당 각 3명과 외부인사 3명 등으로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최대한 이른 시일내에 보수통합을 마무리한다는 시나리오를 추진 중에 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하되 유승민계 의원들이 계속 거부할 경우 통합파 의원들과의 ‘부분통합’을 해나가기로 했다.

바른정당에선 김영우 의원 등 통합파가 1차로 먼저 탈당하고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2차 탈당을 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불과 1달 가까이 남겨놓은 시점에서 나온 탈당 움직임은 ‘콩가루 집안’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적극적인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지금처럼 보수정치권이 분열된 상황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임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홍 ‘정치 운명 건 모험’

홍 대표와 한국당은 당 소속 당협위원장들의 사표를 모두 받아 바른정당 원내외 위원장들의 복귀를 돕기로 할 만큼 적극적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회귀’를 돕기 위해 친박계 청산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불도저식’ 줄세우기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바른정당을 대표하는 유승민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할 경우 초반부터 김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머지 의원들이 대부분 자유한국당과 합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친박계 청산에만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친박 진영의 이탈 등 역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 한국당 혁신위는 탄핵주도 세력과 친박 핵심 인사들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어느 쪽도 명분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칫하면 탄핵 주도 인사들과 친박 핵심인사가 손을 잡고 박수쳐야하는 어색한 그림만 나올 수 있다”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과거 여당시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야합’이라고 줄기차게 비난했던 것도 국민들의 뇌리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보수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진보정치권에서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민심 또한 양당의 통합 움직임에 호의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62.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2.5%에 불과했고, ‘매우 반대한다'가 39.6%, '매우 찬성한다'가 8.4%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반대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심지어 보수텃밭인 부산, 경남(찬성 26.5%, 반대 53.8%)와 대구·경북(찬성 35.6%, 반대 54.1%)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찬성 23.9%, 반대 58.0%)와 60대 이상(찬성 41.8%, 반대 45.2%)에서도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자유한국당의 명분 없는 ‘통합 논의’가 앞으로의 정치 일정에서 어떤 역풍을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깃발 합치기에만 몰두하기 보단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외연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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