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시점’ 변경 논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의혹은 아직도 미궁이다. 여전히 당시 청와대의 동향 등을 놓고 많은 논란거리가 선적해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훈령 불법 조작 사건’을 수사 의뢰한 청와대는 최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신인호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을 관련자로 지목했다. 이로 인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는 그 파장에 있어 다른 이슈들을 능가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진실 꾸러미가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 수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의 심장부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최대 실세로 불리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미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활용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돼 수사선상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선 또 하나의 미스테리가 터져나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작성된 수사의뢰서가 전자결재 형태로 대검에 전달됐다. 여기엔 수사 의뢰 대상자로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받은 시간을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고 발생 6개월여 만에 고친 것이 문제가 됐다.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행적을 추궁하던 와중에 불거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통령훈령 318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내용을 불법 수정한 의혹 역시 박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는 재난 관리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사롭게 국정기록을 함부로 다룬 국정농단의 표본”이라며 수사 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정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영원한 미제’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훈령 수정 역시 형사처벌에 처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를 놓고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

가장 큰 관심 사안은 박근혜 정권이 왜 세월호 당일의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느냐로 모아진다.

임 비서실장은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밝힌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대통령 첫 보고 시간은 오전 9시 30분으로 박 전 대통령 측 주장보다 30분 이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말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보좌관을 통해서 빨리 대통령께 보고될 수 있도로 하라”고 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김 전 국가안보실장은 집무실과 관저에 각각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보고과정 등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 사례’로 언급한 만큼 수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온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는 대로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파일을 면밀히 검토해 청와대 발표대로 일지와 지침이 사후 조작된 정황이 있는 게 맞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시 문서 작성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소환해 일지와 지침이 변경된 사유와 이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최고 수뇌부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건의 파문은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권은 발표 배경과 시점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13일 목포신앙에선 세월호 참사 3년 만에 수습된 이영숙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면 진실의 창끝은 어디를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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