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핵심 ‘사람중심 경영’, 정권 사활 건다
J노믹스 핵심 ‘사람중심 경영’, 정권 사활 건다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7.10.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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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고용·성장 ‘세마리 토끼 잡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강조했던 ‘낙숫물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가계부채와 국가채무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청년실업과 내수경제 침체라는 숙제 또한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중심 경영’ 정책이 성공할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소득주도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경제공약을 설명해 왔다. 그리고 그 공약들은 이른바 ‘사람중심 경영’이란 말로 압축돼 본격적인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사람중심 경영’을 전망해 봤다.

 

 

결국 경제에서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취임 초기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북핵실험과 인사문제로 하락세를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제 경제문제에 사활을 걸 태세다. 이미 부동산정책의 경우 첫단추를 뀄고 일자리 문제와 청년실업 대책을 비롯 사회복지 관련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 경제가 중심축이었다. 일각에선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인 경제 정책을 담은 ‘사람중심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람중심 경영’이란 그 동안 강조돼 왔던 ‘단기 이윤ㆍ효율’이라는 구호 대신 ‘구성원의 행복과 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는게 특징이다.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이윤을 극대화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던 기존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사람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혁신 성장과 공정 경제를 이뤄낼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창업ㆍ벤처 혁신정책이 이달 중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혁신 성장’의 후속 조치인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분배ㆍ고용ㆍ성장의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시도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혁신 성장·공정 경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ㆍ벤처기업 현장에서 임금 인상과 혁신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중심 경영’의 필요성과 이를 확산시킬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외부 용역 보고서가 이미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서 작성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파고를 넘기 위해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람중심 경영’이 새 흐름으로 부상 중”이라며 “임금ㆍ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업 경쟁력도 강화한 다수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개별 기업에서 ‘사람중심 경영’ 수준을 평가할 지표를 개발하는 한편, ‘사람중심’ 접근법을 확산시키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의에선 ‘사람중심 경영’이 강조돼 세계적인 흐름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람중심 경영’ 기업의 특징과 평가 방법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최근 국제 경영학계는 구성원의 인간적 가치가 존중되는 기업이 갖는 5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사람중심 경영’의 핵심도 5가지 특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세계중소기업학회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높은 수준의 권한부여 ▲공정ㆍ평등문화 ▲높은 몰입ㆍ공감 ▲윤리의식 ▲사회 공동체 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스스로 기업의 주인이라 생각하며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권한부여와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ICSB 연구에 따르면 '사람중심 경영'이 이뤄지기 위해선 기업가와 직원 사이에 강력한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큰 폭의 재량권이 직원에게 이양돼야 주인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동안 고질적인 한국 기업 문화도 일대 대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와 자발적 혁신을 통해 최대한의 효율성을 불러온다는 것이 ‘사람중심 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기업가와 직원 사이의 신뢰형성을 위해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만큼 성별 혹은 종교ㆍ인종에 따라 급여ㆍ승진에서의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 모두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윤리의식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관료사회 고질병’

하지만 ‘사람중심경영’이 국가 정책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사람중심 경영’ 성향은 질과 양적인 측면 모두에서 국제 수준과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기업 이익과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져 질적인 변화를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ICSB가 지난해 세계 19개국을 대상으로 ‘기업가 지수’와 ‘사람중심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두 지수 사이의 괴리가 미국과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 지수’는 열정, 비전, 혁신성 등 기업 이익을 창출하려는 의지를 강조하는 지표이고, ‘사람중심 지수’는 직원 공감, 개방ㆍ평등, 윤리, 권한위임 등과 관계된 지표다.

한국은 ‘기업가 지수’에서 16.2점(총 25점 만점)을 받았으나, ‘사람중심 지수’에서는 12.69점을 받는 데 그쳤다. 두 지수 사이의 괴리는 3.51점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조사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는 싱가포르는 ICSB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두 지수 사이의 차이는 0.77점에 불과했다. 오스트리아와 영국도 두 점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에 반해 시장원리와 자유경쟁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은 ‘기업가 지수’가 18.9점으로 19개국 가운데 최고였지만 ‘사람중심 지수’(14.95점)는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두 지수의 격차는 3.95점으로 조사대상 중에서 가장 컸다.

일본은 유일하게 ‘기업가 지수’(14.04점)보다 ‘사람중심 지수’(14.06점)가 높게 나타났다. 장기불황을 겪으며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과거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종신 고용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중심 경영’이 열매를 맺기 위해선 관료사회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전면에서 홍보하고 실행을 준비해야할 관료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J노믹스의 진행 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사람중심 경영’이 현실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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