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활성화

‘문재인표 일자리 로드맵’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 후폭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제시하며 해묵은 숙제인 청년실업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로드맵에서 언급한 민간 일자리 창출 방식은 혁신창업을 지원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여 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 사안이다. 이와 함께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어 불황의 늪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자리 로드맵이 청년들을 비롯 희망을 찾는 이들에게 물꼬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전망해 봤다.

 

 

모든 문제에 있어 ‘만병통치약’이 있기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자리 로드맵 또한 넘어야 할 장애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는 총체적 난국에 부딪힌 모습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은 빠르게 둔화했다. 계속되는 제조업 부진과 서비스업 생산성 정체 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비율이 3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빈부의 격차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일자리-분배-성장

지난 2005부터 2009년까지 1.2%에 달했던 비정규직 증가율은 2013∼2016년에 2.7%까지 늘어났다. 청년들과 여성을 비롯 신중년으로 분류되는 50세부터 69세사이의 고용 여건도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일자리 로드맵은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를 확보해 노동자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일자리, 분배, 성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정부는 일자리 안전망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전까지는 2년간 기간제 사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한 사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바꿨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제도도 변경될 예정이다. '동일 가치 노동-동일 임금 원칙'을 확립하고, 노력과 성과, 보상간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공정임금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원청 하청 노동자 간 격차를 줄이고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법적 보호방안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공공기관 일자리 마련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전국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20만 명을 직접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0년까지 공공 부문에서만 모두 81만 명분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내 공공 부문의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인력 7만 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인력 규모는 향후 5년간 20만 명으로 확정했다.

전환 대상은 향후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이다. 또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 부족인력 충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10만 명의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민생 공무원 17만 4천 명도 증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예산과 정책도 '고용 친화적'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노동시간 단축’ 추진

사람 중심의 지속 성장이라는 이정표를 내건 일자리 로드맵은 고용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자리도 늘리고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는 이른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사회적 경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수, 연구원,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창업 휴직을 보장하겠다”며 “창업 실적을 인사 및 평가와 연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의 일환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설명하는 등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일자리 로드맵이 사람 중심 지속성장경제 구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법적 사안인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축소, 혁신창업처럼 여야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당과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을 나침반으로 삼아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법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없이는 기간제 고용이 불가능하도록 개편한다는 방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로드맵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현행 기간제법에 따르면 이유와 상관없이 최대 2년까지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생긴다. 때문에 이를 암묵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피해는 주로 해당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기간제법을 개정해 현행 기간 제한이 아니라 사용사유 제한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입법례를 검토하고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실시해 예외사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계절적 사유나 임신·출산·육아 등 비정규직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가 법령에 언급될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비용을 줄일 목적이나 쉬운 해고를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게 된다. 철도·항공 등 생명과 안전에 직접 관련된 업무의 경우 비정규직이 법률로 원천 금지될 예정이다. 정규직 채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기업 공시를 강화하고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현행 1인당 720만 원에서 960만 원으로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고 세액공제도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차별시정제도도 전면 손질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비교하는 비교대상 노동자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차등 대우가 가능한 사유로 인정하는 범위는 축소한다. 퇴직급여·연차휴가 등 기본적 근로조건을 검토하고 출산휴가급여 보장을 위한 부분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건 이번 일자리 로드맵이 당초 계획한대로 ‘장밋빛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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