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낙동강에는 다시 여름이 왔나봅니다
이 가을, 낙동강에는 다시 여름이 왔나봅니다
  • 정수근
  • 승인 2017.10.2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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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녹색띠가 선명합니다. 지난 11일 낙동강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에 가을녹조가 선명합니다.

가을 녹조, 다시 창궐하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입니다. 저 멀리 산등성 나무들부터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이 가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낙동강의 가을은 다릅니다. 완연한 가을인 10월로 접어들었건만 낙동강은 지난여름처럼 여전히 진한 녹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낙동강에 다시 여름이 찾아온 것인가요?

지난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둘러본 낙동강 중상류는 다시 여름날의 슬픈 빛깔인 녹색으로 물들어갔습니다. 설상가상 상류로 갈수록 녹색의 빛깔은 더욱 넓고 선명하게 번지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수질이 양호하다고 알고 있던 상류조차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합니다.

 

▲ 하늘에서 본 낙동강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에 녹조가 선명합니다. 이른바 가을 녹조입니다. 잦은 빗줄기로 잠잠하던 녹조가 다시 창궐한 것입니다.
▲ 지난 10일 상주시 사벌면 상풍교 하늘 위에서 바라본 낙동강 전체가 완연한 녹색빛입니다. 낙동강 상류인 이곳에서도 녹조가 창궐한 것입니다.

 

이들 지역은 경북의 여러 취수장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라 더욱 걱정이 큽니다. 왜냐하면 환경당국이 녹조 문제가 등장하면 꼭 내세우는 이른바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없는 지역들이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상류이기 때문에 고도정수처리까지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제 낙동강 상류조차 안심할 수 없는, 이른바 녹조라떼 공포가 몰려 올라오는 것인가요? 큰일입니다. 상수시의 매호취수장과 예천군 풍양면의 풍양취수장이 있는 상풍교 일대 낙동강은 짙푸른 녹색빛이 완연했습니다. 강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특히 상주시의 매호취수장은 2013년 상주시가 상주보 바로 아래 위치했던, 멀쩡한 도남취수장을 놔두고 상주보 일대의 개발계획을 위해서 9킬로미터 상류로 취수장을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워 보입니다.

 

▲ 상주시의 새로운 취수장인 매호취수장의 취수구가 매설된 낙동강에 녹조가 선명합니다.

낙동강 상류까지 녹조라떼 창궐

이곳이 과연 낙동강 상류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입니다. 녹조라떼는 낙동강 700리가 시작된다는 바로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드론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700리 시작점 사벌면 퇴강리 일대의 낙동강은 두렵게도 지난 여름날 창궐하던 녹조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강이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저 아래 9킬로미터 하류 낙동강에 들어선 상주보 때문입니다. 사실상 댐인 거대한 상주보가 낙동강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이곳 퇴강까지도 강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입니다.

 

▲ 낙동강 700리의 시작이라는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의 낙동강도 완전 녹색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정체된 강은 썩기 마련이고, 비록 상류일지라도 강이 정체되어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녹조라떼 현상인 것입니다. 아무 물 걱정 없이 살았던 이곳 5만 6000명의 상주사람들도 이제 녹조라떼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심각한 간질환을 일으킨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조류 독소의 공포가 이곳 낙동강 700리 시작점에서도 불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상류로 다시 취수장을 이전해야 할까요?

 

▲ 상주보로 강물이 막혀 9킬로미터 상류까지도 강물이 정체돼 있습니다. 그리고 상주보 아래 도남취수장이 있던 곳입니다. 상주시는 2013년 이 상주보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서 이곳 도남취수장을 버리고 9킬로미터 상류인 상풍교 인근의 매호취수장을 새로 건설했습니다. 그 비용으로 165억을 썼습니다.

4대강 보, 수문부터 활짝 열어야

아닙니다. 보다 쉽고 근본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강의 흐름을 되찾아주는 것입니다. 상주보의 수문을 열거나, 상주보를 철거해 강의 흐름을 되찾게 해주면 녹조라떼 현상은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1급수 수질을 자랑해왔던 낙동강 상류인 만큼, 고도정수처리 시설 같은 것도 필요가 없습니다. 침전과 여과의 단순한 정수처리시설만 거치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맘껏 공급해주는 것이지요. 그 4대강사업 전의 낙동강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 상주보 바로 직상류 낙동강도 녹조로 물들었습니다.
▲ 흘러가는 낙동강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상주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천군 풍양면 쪽의 낙동강 상류의 모래톱과 어우러진 낙조가 아름답습니다. 상주보를 허물어 아래 낙동강도 이런 모습이 이전의 낙동강으로 빨리 되돌려야 합니다.

 

그러니 하루 속히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10월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추가 수문개방을 약속한 바로 그 달입니다. 이제 나락도 결실을 맺어 추수가 한창인 시절이고, 더 이상 논에 물댈 일도 없는 시절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인 농민들의 농사일 핑계도 필요 없는 때입니다. 이럴 때 과감히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수문을 열어 낙동강이 힘차게 흘러갈 때, 녹조라떼가 일으키는 '녹색 공포'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10월도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4대강 보의 수문이 활짝 열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바로 4대강 재자연화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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