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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명계좌’ 경보음에 “우리 떨고 있니?”

금융위 입장변화 찬바람 김범석 기자lslj5261@daum.netl승인2017.10.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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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차명계좌’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실체가 드러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재산 4조 5000억원에 대해 추가 과세가 가능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결정은 추가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해석을 9년 만에 뒤집은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은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1000여 개에 4조 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숨겨뒀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차명재산을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고 세금을 내겠다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9년 만에 재개된 ‘차명계좌’ 논란이 재계 전반에 어떤 후폭풍을 미칠지 전망해 봤다.

 

 

2008년 삼성은 차명재산과 관련 세금을 내겠다고 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이 차명계좌가 가공인물이 아닌 주민등록표상 명의로 된 계좌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년 만에 금융위원회가 차명계좌에 대한 유권해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누락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금융위는 금융실명제법 5조에 따라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90% 세율을 적용해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경제정의와 공평 과세를 위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정의 시작”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에 따라 이 회장은 차명계좌에 대한 이자와 배당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 금액은 최소 1000억원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4조 5000억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명목으로 464억여 원을 걷었다.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계좌에 따라 최고 38%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이 회장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실명제법상 실명이 아닌 계좌로 거래한 금융자산의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율 90%를 적용하게 된다.

이미 낸 종합소득세 외에 52%에 해당하는 세율을 추가로 적용받게 돼 최소 1000억 원 이상 더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도, 금융위 공식 발표가 나오면 차등 세금에 대한 구체적인 징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다른 사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만큼 과세 대상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관행상 기업 임직원 명의로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드러난 일부 대기업들이 해당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하다 적발된 대상자만 1만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액수는 9조 3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장의 경우 불법 차명계좌 1천여 개가 계열사인 삼성증권,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4조 4000억원의 차명재산은 이들 차명계좌에서 몰래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 따라 파헤친 이 회장 차명계좌 자료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는 총 1199개이며, 이 가운데 1021개 계좌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조사 대상에 오른 차명계좌 가운데 20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전에, 나머지 1001개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은행 계좌가 64개, 증권 계좌가 957개다.

은행 계좌는 우리은행이 53개(약 8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10개, 신한은행이 1개였다. 증권 계좌는 삼성증권에 756개(약 79%)가 개설됐고 이어 신한증권(76개), 한국투자(65개), 대우증권(19개), 한양증권(19개), 한화증권(16개), 하이증권(6개) 순인 것으로 전해진다.
 

‘증여세’ 부과 주장

박 의원은 “이건희 차명재산 중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 내 차명계좌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 계좌가 계좌 개설·거래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비실명계좌일 뿐 아니라 서류상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다른 차명계좌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이건희 차명계좌의 경우 소득세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등이 전혀 없었다”며 “차명주식은 상속·증세법상 명의신탁 재산으로 차명주식 실소유주가 명의인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부과 제척 기간은 ‘부과 가능일’로부터 10년이고,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15년이라는 점을 박 위원은 강조했다.

삼성그룹 이 회장에 대한 ‘차명계좌’ 논란은 다른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정치권과 금융업계에선 차명계좌로 인해 검찰, 국세청, 금융당국 등의 조사를 받았던 기업들 10곳 정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계좌가 들통난 바 있다. 국세청은 2015년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푸드 등 3개 회사의 차명주식을 발견하고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의 차명재산과 관련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이 특혜를 누렸다면서 “삼성 맞춤형 황제 특혜는 노골적인 정경유착 행위이자 범죄행위다. 삼성 앞에서 작아지고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차명계좌’에 대한 당국의 입장 변화가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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