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서울풍물시장

2003년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에 돌입했다. 복개로인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로의 구조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의 근원적인 해소, 환경 친화적인 도시 공간 조성,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 회복, 장기적 주변 개발을 통한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로인해 ‘황학동 도깨비시장’등 주변 노점 상가를 정리해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했다. 2004년 동대문운동장에 풍물벼룩시장이 조성됐다. 하지만 2006년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논의되며 2008년 동대문구 신설동 옛 숭인여자중학교 부지에 새로이 서울풍물시장이 조성됐다.

 

 

인근에는 동묘벼룩시장이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방문하고 방송에도 많이 나와 유명해진 동묘벼룩시장은 항상 사람이 붐빈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국인 관광객, 학생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찾는다. 골동품, 구제 옷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하다.

그에 비해 서울풍물시장은 다소 썰렁한 모습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물거리와 청계천이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동묘벼룩시장에 비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풍물시장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 토속상품은 물론 민속 먹거리 등을 저렴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풍물 한마당이 어우러졌다. 근래 들어 서울시의 적극 투자와 지원, 그리고 방송 등을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서며 재조명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식당가는 밤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화요일은 휴장일이니 참고하자.

오픈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움직였다. 골목골목 찾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안내표시판이 군데군데 있어 한 번에 찾아갈 수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입구가 한산하다. 커다란 서울풍물시장 간판이 있는 후문을 통해 들어갔다. 전통문화체험관이 보인다. 한지공예, 탈 만들기 등 전통문화 소품을 간단하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이루어진 시장 건물. 색으로 동을 나눈다. 1층은 노랑동(생활잡화), 주황동(구제의류), 초록동(골동품), 빨강동(식당가)으로 나뉜다.

 

 

노랑동부터 돌았다.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구제의류,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다. 오픈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점포들이 많았다. 노랑동은 노란 천을 덮어놨다. 식료품, 구제 의류들은 기본이고 지갑, 벨트, 장갑 등 없는 게 없었다. 신발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 곳도 있었다. 구제라고 하지만 대부분 새 신발처럼 반짝반짝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액자로 즉석 제작하는 점포도 있었다. 쿵짝쿵짝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에선 노래 카세트테이프, CD를 팔고 있었다. 어르신들 취향의 노래들이었지만 흥겨워 어깨가 들썩인다. 운동용품 파는 곳은 축구, 배드민턴, 야구, 탁구 등 온갖 운동도구가 즐비하다. 디지털카메라를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파는 점포도 보인다. 전자사전과 계산기, 오래된 MP3플레이어, 카세트도 보인다.

다음은 주황동이다. 구제의류, 신발, 가방 등이 모여 있다. 노랑동에도 워낙 의류가 많아 어색함 없는 흐름이 이어졌다. 일반 의류, 등산복, 군복 등 품목이 다양했다. 작은 몸집의 아주머니는 손님이 고른 옷을 긴 막대기를 이용해 꺼낸다. 능숙하다. 계절 때문인지 코트, 패딩 등이 많이 나와 있다.

 

 

초록동으로 발을 옮겼다. 제일 기대가 됐다. 어떤 희귀한 골동품들이 모여 있을까. 분위기부터 다르다. 마치 동남아 시장에 온 느낌이다. 우리나라 물건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골동품들이 다 모였다. 한 점포 안에는 각 나라의 탈들이 걸려있고 조각상, 불상, 모형들도 있었다. 박물관에 왔나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박물관에 있어야 될 법한 왕관도 진열돼있었다. 좀 더 들어가 보니 그림도 판다. 동양화도 서양화도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액자. 네 개의 행성이 오묘한 빛을 발한다.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마음에 쏙 들었다. 다시 한 번 찾아 가격을 물어봐야겠다. 그때까지 남아있길…. 나머지 취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도자기, 돌, 접시, 석상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인테리어에 사용할 목적인지 젊은 여자가 석상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상인과 가격 흥정을 한다. 흔한 시장의 풍경이다.

1층 마지막 코너 빨강동은 식당가다. 시장의 다양성과 어울리게 메뉴가 정말 많다. 제주 말고기부터 아구탕, 홍어삼합, 한방백숙, 과메기, 뚝불백반, 갈치조림 등 간단한 한 끼 식사부터 안주거리까지 다양하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점포를 열기 전 든든히 속을 채워두려는 상인들 같다. 점심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식당 주인들은 분주하다.

 

 

중앙 통로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다. 왼쪽으로 보라동, 파랑동 사이로 건강 체험관이 보인다. 신장측정기, 체지방측정기가 마련되어있다. 복지시설까지 갖춰 구경나온 어르신들이 사용하면 딱 일 것 같았다. 풍물시장만의 센스가 돋보였다.

2층은 보라동(취미생활), 청춘 1번가, 파랑동(의류), 남색동(생활잡화), 빨강동(식당가)으로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1층과 겹치지만 독특한 게 눈에 띈다. ‘청춘 1번가’. 이게 무엇인가 하니, 1960년대의 서울 상점가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각종 수제 점포와 옛날 이발소, 만화방, 오락실, 사진관, 기억전당포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어린 아이가 바닥에 그려진 땅따먹기 위에서 깡충깡충 뛰어놀고 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이 문뜩 그리워졌다.

 

 

청춘 1번가가 있는 보라동에는 취미생활 물품이 있다. 레저용품, 카메라, LP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시장을 나와 정문으로 나가니 풍맛골이 보인다. ‘서울풍물시장의 맛있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야외 먹거리 장터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연 곳이 많진 않다. 주말에 야외 장터가 열리면 방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시장에 있는 동안 마치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마치 박물관을 둘러본 느낌이랄까. 코너 별로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돼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보물창고 같다. 살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 찬 추억과 낭만이 머무는 서울풍물시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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