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괴물 스승, 외톨이 인간 아이를 만나다
외톨이 괴물 스승, 외톨이 인간 아이를 만나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11.01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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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괴물의 아이’(2015년 개봉)
▲ 영화 ‘괴물의 아이’ 포스터

다들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세일러문’, ‘웨딩피치’로 시작해 ‘포켓몬스터’, ‘디지몬 어드벤처’ 등을 보며 자랐다. 얼마 전까지 대유행했던 ‘뽀로로’만큼 열광했던 만화들이다.

그를 괴물의 거장이라 부르고 싶다. 귀여운 괴물들이 총집합한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로 시작해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진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다. 일부는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다고 말한다. 괜히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우연히 ‘타임리프’ 능력을 갖게 된 사춘기 여고생의 눈부신 청춘을 그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천재수학 소년이 시골 대가족의 도움으로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 ‘썸머워즈’, 늑대인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모성애와 아이들의 성장기를 풀어낸 ‘늑대 아이’ 등 그가 만든 작품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작품엔 현실과 판타지 세계가 공존한다. ‘디지몬 어드벤처’, ‘썸머워즈’의 디지털 세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미래 세계 등. 이번에 소개할 작품도 마찬가지다. 동물의 형태를 한 괴물들이 사는 세계 ‘쥬텐가이’. 이야기는 소년 ‘큐타(렌)’가 ‘쿠마테츠’를 뒤따라간 ‘쥬텐가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영화 ‘괴물의 아이’다.

갈 곳을 잃고 시부야의 뒷골목을 배회하던 9살 소년 ‘렌’. 인간 세계로 나온 괴물 ‘쿠마테츠’와 마주치게 되고, 그를 쫓다 우연히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쿠마테츠’로부터 ‘큐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그의 스승을 자처한 ‘쿠마테츠’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너무도 다른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변해가고, 진정한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큐타’가 인간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괴물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인간 제자의 성장과정만을 그린 건 아니다. 인간이 괴물들 세계에서 배우고 느끼는 감정, 괴물이 인간에게 배우고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며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제자 뿐 아니라 스승도 제자가 커가는 것을 보며 배워가는 메시지도 있다. ‘쿠마테츠’가 ‘큐타’를 가르치며 자신의 미숙함을 깨닫고 성장한다. 어른도 아이를 통해 영향을 받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가 죽고 인간 세계에서 외톨이가 된 ‘큐타’. 실력과 힘은 좋지만 괴팍한 성격 때문에 제자 한명 못 두는 괴물 세계의 외톨이 ‘쿠마테츠’. 외톨이와 외톨이가 만나 결국 서로의 힘이 되어준다. ‘큐타’는 ‘쿠마테츠’의 제자이자 가족이 되어준다. ‘쿠마테츠’는 ‘큐타’의 스승이자, 가족, 마지막엔 ‘가슴 속의 검’이 된다. 괴팍하기만 했던 ‘쿠마테츠’가 자신의 한 몸 다 받쳐 검이 되어 ‘큐타’에게 가슴에 영원히 남아 함께 하는 것이다. 가장 감동 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 영화 ‘괴물의 아이’

 

단순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떠나 ‘큐타’ 스스로의 성장 과정도 포인트다. 처음 ‘쿠마테츠’를 스승으로 인정하지 못했으나 나중엔 그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느끼고 어깨너머로 그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그를 뒤쫓으며 발동작부터 따라한다. 싸움을 하기 위해 칼 휘두르기, 발차기를 배우기 위해 걸음걸이 등 생활 속의 발 움직임부터 따라한다. 그렇게 홀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는 대단했다. 공격은 하지 못하지만 그의 발 패턴을 알고 그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스로의 발전이다. 또 인간 세계의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남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배운다. 다방면으로 멋진 성장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늑대아이’ 개봉 후 아들을 낳았고, 그로 인해 ‘괴물의 아이’ 착상 계기가 생겼다”고 했다. 아이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크는가. 주인공인 아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액션이 많은 영화지만, 액션보다는 담긴 메시지에 더 관심이 갔다. 성장기인 아이들, 또는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는 성인들도 모두 관람하기 좋은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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