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여백

"거봐 두려워할 것 없는 ‘이웃’ 사람들이잖아!“

<연재> 구혜리의 ‘호스트로 살아보기’-1회 구혜리 기자lrz_tes@naver.coml승인2017.11.01 16:4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내 집 같이 좋고 편해요!"

그 말 하나를 듣자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집안을 뒤집고 다녔다. 오늘은 나의 첫 게스트가 오는 날이다. 자취를 시작한 학교 인근의 아담한 투룸을 숙박 공유 서비스 A에 올리기까진 꽤 오랜 고민을 해야 했다. 사실 A는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기간 홈스테이나 임대를 해주는 편이기 때문에 영리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런 류의 문화, 분위기, 풍토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애당초 A는 정식 숙박업소가 아닌 호스트가 직접 생활하고 점유하는 공간을 다양한 여행자에게 공유하여 서로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모토로 한다. 그렇다. A를 선택하는 호스트도 게스트도 합리성이 아닌 온전한 욕심으로 만나게 된다.

호스트를 시작하기까진 여러 가지 고민이 들었다. 우선 일상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개인영역을 생전 보지도 만나지도 못한 '남'에게 거리낌 없이 공개해도 괜찮을까. 그것은 범죄와 미연의 사고로부터의 위협을 넘어 정서적 안정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또 특히 여성 호스트, 게스트라면 상대방이 성 관련 범죄로부터 나에게 안전한 사람일지 전혀 미지수이기 때문에 내내 긴장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A 서비스 내에서 호스트, 게스트를 넘나들어 성폭력, 성범죄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정작 A사도 별도의 조치나 마땅한 방지책이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몰래카메라 등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신종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라는 생각 때문에 몇 번을 망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뛰어들어버린 것이다. 사실 고민을 끝내지는 못했다. 아직 이렇다 할 완벽한 대책은 없었다. 다만 A를 시작한 것은 그저 나의 욕심이었다.

집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 외국인(한스)으로부터 3일간의 숙박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뒤에 또다시 내 또래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규리)으로부터 하루 간의 숙박을 요청받았다. 규리는 한스가 숙박하기 하루 전 날짜에 예약했으므로 첫 게스트로는 그녀를 맞이하게 되었다.

꼭두새벽부터 기어코 몸을 일으켰다. 전날 필요한 물품을 약소하게 구비해두고, 마침 할로윈 시즌이라고 대문에는 호박모양 전구를 휘감았다. (야외에 휘어 감는 줄줄이 전구는 늘 만족스럽다) 규리는 봉사활동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것이며, 오후 6시 도착예정이라고 했다. 무려 12시간 전부터 그녀맞이 준비를 시작했다.

 

 

막상 손님을 맞으려니 집 곳곳 괜찮은 곳이 없었다. 여기도 더러워 뵈고, 저기도 더러워 보이고. 사실 시간제 가사도우미라도 부를까 하다가 어영부영하는 결에 혼자 고무장갑을 손에 끼웠다. 락스를 안 뿌린 데가 없이 부엌과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였다. 오랜만에 하는 청소라 그런지 '이게 지워지는 거였군~' 하며 묵은 때와 담소를 나눴다. 마침내 반짝반짝해진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화장실 변기를 보며 흐뭇해 할 찰나 이번에는 가구배치가 맘에 안 든다. 가구를 옮기려면 가구도 닦고 광을 내야한다.(안보이던 각도에 묵은 때먼지가 수북하기에) 이리 닦고 저리 닦아 어떻게 구도를 만들고 나면, 그 때문에 죄다 꺼낸 물건들을 다시 정리해서 수납을 마쳐야 한다. 호스트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일일이 각 수납장 서랍과 전체적인 가구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귀중품은 따로 챙겼지만 옷이며 가구 등은 쓰던 것들이 쓰던 모습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또 게스트를 위해 침구류며 생필품을 더욱 깔끔이 정리하고, 간략하게 소개하고 설명하는 쪽지들을 포스트잇으로 붙인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 도착했어요~^^.'

그녀는 친구 한 명과 함께였다. 동네에 사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규리는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마찬가지로 긴장이 되었는지 예절을 갖춘 첫인사를 나누었지만 나누는 대화마디가 늘어날수록 해맑고 친밀한 태도가 드러났다. "여기서 혼자 사는 거예요? 우와." 나는 간략하게 난방 조절법, 쓰레기 처리법, 개인용품에 대한 주의를 소개한 뒤 잠시 외출했다. 일정 때문에 2시간 정도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우연히 친구도 만나 숙박 공유 서비스 얘기도 나눴다) 짐을 챙겨 다시 나올 생각이었다. 두 사람도 배가 고픈 눈치였다.

"저 지금 잠깐 들리려는데 괜찮을까요~~^.^."

 

▲ 잔을 깨고 당황스러워 하는 게스트

 

2시간 뒤 집으로 들어갔을 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으나 컵 하나가 깨져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현관문을 닫으며 와인잔을 하나 깨버렸다. 게스트를 맞는다고 야단을 떤 게 화근이었다. 괜히 거울을 현관 앞 신발장으로 옮겨서, 문을 닫을 때마다 거울이 충격을 받아 잔들을 쏟았다. "와장창!" "이걸 두 번이나 겪을 줄이야…." 다친 데는 없냐고 챙긴 뒤 다시 청소기를 돌렸다. 그 짧은 시간에 주인도 없는 집에서 머그잔 하나를 깨먹었으니 두 여인이 얼마나 전전긍긍했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귀여워서 우습기도 했다. "컵은 괜찮으니 유리 조심하시구요, A서비스에 후기만 잘 써주세요~."

해프닝 덕에 좀 더 길게 대화를 나눴고, 규리의 간략한 일정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진짜 키를 건네주고 집을 나서면서 들은 말이 그것이었다. "제 집같이 편해요~!" 컵을 깨서 친해진 건도 그로인해 듣고 싶던 말을 들은 것도 모두 아침부터 호들갑 떨며 손님맞이 대청소를 나선 탓이니 결국 잘한 일이 된 셈인 걸까? "친구 방 놀러왔다 생각하고 편히 쉬세요~." 말이 다가 아니라 정말 친구를 초대한 기분이 들었다.

A서비스의 즐거움은 딱히 명료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어쩌면 '돈을 번다!'는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교의 새로운 수단으로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낯선 이로부터 오는 안전감, 친밀함에서 오는 위로 덕일 수도 있다. 특히 이 후자는 타인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최고조에 달한 오늘날 우리들에게 적잖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어떠한 위험을 감수해야 함은 분명하지만, "거봐! 괜찮잖아. 두려워할 필요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는 이웃, ‘사람’들이잖아"라고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대학생>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뉴텍미디어그룹  |  등록번호 : 서울다07108  |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발행인 겸 편집인 : 정서룡  |  발행소 : 서울시 종로구 난계로 29길 27(숭인동) 동광 B/D 2층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Copyright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  master@weeklyseo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