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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을!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스케치> 산골의 가을 아침 풍경 정다은 기자lpanda157@naver.coml승인2017.11.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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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낀 아침 풍경

가을 아침. 아직 동이 트기 전. 촉촉한 안개가 내려있다. 후~ 입김이 나온다.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싸늘한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건넛집 비닐하우스는 아직 안개 이불을 덮고 있다.

처마 밑엔 아침 이슬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침인사는 꼭 해야겠다는 듯 있는 힘껏 매달려 빛을 발한다. 텃밭 농작물들의 이파리에도 가을이, 이슬이 내려앉았다. 이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싱그러움이다. 촉촉하게 젖은 가지 잎은 점점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다.

 

▲ 안개 자욱한 아침
▲ 벌레가 다 갉아먹은 김장배추
▲ 배추벌레 퇴치용 목초액이 든 분무기
▲ 고즈넉한 돌담

 

곧 김장철. 큰일이다. 비료도 약도 치지 않은 김장배추가 남아나질 않게 생겼다. 벌레들이 사람 먹을 몫까지 다 먹어치우고 있다. 마치 그물망을 보는 것 같다. 황급히 응급조치에 들어간다. 배부른 벌레들아 미안, 이번엔 우리 먹을 것 좀 남겨보자. 약을 쓰진 못하고 배추벌레 퇴치용 목초액을 계란노른자와 식용유를 섞어 만든 난황유와 함께 뿌린다. 며칠 지나니 조금은 나아진 모습이다. 얼치기 농부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마 올해 김장 김치는 더 맛있을 것 같다. 벌레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으니. 김장 무도 이파리는 구멍이 송송 나있지만 뿌리는 나름 튼실하게 커가고 있다.

차츰 안개가 걷히고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가워진 몸을 포근히 감싸준다. 허리 한번 피고 시선을 돌린다.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정글처럼 얽혀 있는 넝쿨 사이를 뒤져본다. 발견했다. 반들반들 반짝이는 작고 둥근 호박이 꼭꼭 숨어있다. 호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쑥쑥 크는 기특한 녀석이다. 다른 한 쪽을 뒤져보니 이번엔 생소한 작물이 나온다. 작은 뿔이 잔뜩 난 괴기스러운 이것은 여주란다. 잘라 말린 다음 달여 약재로 쓴다. 여주에는 카라틴 성분이 다량 함유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췌장 기능 개선과 회복을 도와준단다. 또 식물성 천연인슐린 성분이 많아 체내에 부족한 인슐린을 대체해주며 혈당강하와 당뇨관리에 아주 좋다고 한다. 당뇨병을 앓고 계신 외할머니가 문뜩 떠오른다.

 

▲ 국화와 나비
▲ 코스모스와 나비
▲ 큰국화꽃이 피어나고 있다.
▲ 국화

 

마당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코스모스가 만개했던 그곳. 코스모스는 앙상한 분신만을 남겨놓았고, 다른 꽃들도 하나 둘씩 져간다. 아직까지도 꿋꿋이 버티는 화려한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화다. 쌀쌀한 날씨를 녹이고도 남을 정도로 따뜻한 모습이다. 흰 국화는 져가지만, 노란 소국이 한창이다. 꽃이파리가 큰 국화는 몽우리 상태로 잔뜩 움츠린 모습이 태어나기 직전 태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만개한 국화가 다 지기 전에 몇 개를 따서 말려 국화차를 끓여 먹어봐야겠다. 그 향긋함이 가을동안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데워 줄 것이다. 예로부터 국화차는 불로장수의 차로 알려져있다. 특히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좋게 하며 신경통, 두통, 기침에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이다.호랑무늬의 나비가 고운 꽃잎위에 앉아있다. 꽃이 진 자리엔 씨가 남아있다. 몇 개 받아놔본다.

밤새 찌르릉 거리던 벌래 소리 잦아든지 오래다. 대신 그 자리를 산새와 닭 , 개들의 컹컹 소리가 채운다. 자연의 알람이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밭에 나왔다. 저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게 무엇인고~ 하니 들깨다. 어깨에 한 짐씩 져서 옮기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저 들깨는 농부의 밥상을 오랫동안 고소함으로 채워줄 것이다.

 

▲ 물들어가는 가지잎
▲ 쑥갓꽃
▲ 찔레꽃 열매
▲ 두릅나무와 넝쿨

 

아 또 하나의 보물을 잊어버릴 뻔했다. 마당 앞에 있는 비닐하우스 차고. 그 한쪽 구석에 바로 보물이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습도가 적당한 이곳, 뒤늦게 자라난 느타리버섯이 있다. 지난 봄 멀리서 가져온 뽕나무에 종균을 심었더랬다. 가끔 물을 주면서 살펴보던 농부, 올해는 글렀구나 싶었는데 뒤늦게야 탐스런 보물을 잉태해냈다. 향이 예술이다. 고작 한두 어개만 찌개에 넣어도 집 안 가득 향기가 퍼진다. 직접 키운 자연산 느타리버섯이라니…. 땅속의 다이아몬드라는 트러플 저리가라다. 느타리버섯은 대장 내에서 콜레스테롤 등 지방의 흡수를 방해해 비만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해가 점점 높아진다. 아침인사를 마친 이슬도 어디론가 떠났다. 안개 걷힌 하늘은 푸르고 드높다. 이래서 가을하늘, 가을하늘 하나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부지런히 움직이신다. 윗집과 아랫집에선 아침밥 냄새가 솔솔 난다. 뱃속 알람도 슬슬 가동을 시작한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셨으니 밥맛이 꿀맛일 거다.

 

▲ 시들어가는 국화꽃과 나비
▲ 이슬 맺힌 잎
▲ 처마에 맺힌 아침이슬
▲ 코스모스 씨앗
▲ 전선줄

 

봄여름가을까지 농부의 밥상을 풍성하게 채워줬던 자연. 그 자연이 쉴 때가 됐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듯 자연의 마지막 선물들은 더 빛을 발한다. 마을 건너편 집 뒷마당의 커다란 감나무가 호젓하다. 양평 산골의 가을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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