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1817년 56세의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17년째의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40세에 시작된 귀양살이, 중늙은이에 이른 다산, 쇠약해진 몸으로 학문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 치의 마음도 풀어놓지 않고 오히려 최후의 힘을 모은 듯, 대작을 저술해냈습니다. 인간승리의 상징처럼 불굴의 의지와 애국의 열정으로 망해가는 나라를 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불타는 마음으로 온 정신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책입니다.
 
오래되어 당시로서는 가치가 전혀 없는 법을 폐기시켜 당시 시대에 맞는 법을 제정하고, 제도와 관행도 뜯어고쳐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는 법제로 고치고 바꾸자는 간절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법제개혁의 내용이 너무 많아 모두를 언급할 수 없지만, 오늘의 논리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몇 대목을 말하고 싶습니다. 20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라도 최소한 그것만이라도 실천하여 국리민복이 되게 하자는 간절한 뜻으로 나열하는 이야기입니다. 첫째는 책의 제4권에 수록된 ‘고적지법(考績之法)’입니다. 「천관수제(天官修制)」편의 중요부분인데 공직자들의 고과평가를 제대로 하여 잘하는 공직자와 잘하지 못하는 공직자를 올바르게 평가하여 그들에게 ‘출척(黜陟)’은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정기적으로 고과평가를 통해 경관(京官)이나 외관(外官), 즉 모든 공무원들의 업적을 따져 ‘출’하고 ‘척’하라는 뜻인데, ‘출’이란 평가가 낮은 사람은 좌천시키거나 파면함을 말함이요, ’척‘이란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주라는 뜻입니다.
 
요순시대란 고적제(考績制)를 철저하게 제정하고 철두철미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에 요순시대가 도래했다고 믿으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그런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이라고 그런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형식적으로 시행된다면서, 철저하게 제도를 정비하여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운영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걷을 수 있다는 다산의 주장은 지금에도 옳기만 합니다.
 
둘째는 ‘이용감(利用監)’이라는 정부부처를 새롭게 신설하자는 주장입니다. 『경세유표』 「동관공조제6」에 이용감의 조직과 업무에 대하여 소상하게 밝혀놓았습니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이라는 고경(古經)의 글을 인용하여 만든 이름인데, 실용에 이로운 기계의 제작과 활용으로 백성들의 삶을 넉넉하게 하자는 뜻인데, 기술도입과 기술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부서로 과학기술의 도입과 개발을 통하여 나라의 살림을 넉넉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지금이라고 그런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기술의 기본이고 기초인 수학의 연구를 강화하여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는 다산의 뜻은 분명히 선견지명의 주장임에 분명합니다.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자가 되도록 감독하여 올바르게 업적을 평가하는 제도가 살아나고 국부증진을 위해 ‘기술개발청’이 온전한 역할을 한다면 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모두를 제치고라도 그 두 가지라도 제대로 시행한다면 다산의 소원을 일부라도 풀어드리는 것이 아닐까요. 힘쓰도록 합시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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