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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 헌법 바꿀 경우, 농지 거대한 투기장 될 수도”

<심층인터뷰>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1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hanmail.netl승인2017.11.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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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헌법 개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영농산업의 중추역할을 맡아 온 농업인들이 토지개혁과 함께 농정개혁의 기틀을 다지겠다며 개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틈을 비집고 농지자본가 세력도 투기적 개헌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주(地主)와 소작농(小作農)’이라는 전근대적인 농노제(農奴制)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그동안 백두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던 농민들은 지금이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최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우루과이라운드와 한·미 FTA 등 잇따른 농업외교 실패로 쌀 시장을 내준 한국 농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영농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농업인들은 꽉 막힌 농정현실에 좌절감부터 맛본다. 농협의 무분별한 대출관행도 청년영농의 꿈을 접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의 후계농 제도도 이들에게는 짐일 뿐이다.

농민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은 “정부와 농협이 청년농업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빚쟁이로 전락시키면서 좌절을 안기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청년농부들 사이에서 “창농(創農)과 귀농(歸農)은 판로에서 망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금리장사로 변질된 농협의 대출제도도 문제지만 수협의 어민 외면 정책도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 토지 세력들은 농정관료들을 앞세워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농지소작제도 금지’ 헌법조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농업인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농민기본권과 농업공익가치 등을 헌법에 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경자유전 원칙’ 폐지는 시대와 맞지 않는 개악이다. 개인적으로 ‘농지국유화’ 방안도 좋다고 본다. 그러면 경제성은 높아지고 영농비가 줄어든다. 비용이 개선돼 농산물 가격도 내려간다. 청년농업인 양성도 수월해진다. 국가와 국민 모두 이익이다”고 강조한다. 지난 달 31일 끝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농업적폐 문제, 그리고 연안 미세플라스틱 오염 등 해양환경과 해양안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의 해경 해체로 급증한 밀수, 밀항, 마약 등 국제 해양범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외에 울릉도 지역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농협과 수협 비리 등 주요현안들을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김현권 의원과의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농업·농촌·농민’ 3농의 생태환경법 개정에 나섰다.

▲ 지난 6월 완료해 농식품부가 보고한 ‘농업·농촌 관련 헌법 개정안’은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농업부문 헌법 개정에 대응하려는 사전적 조치법이다. 이 법안은 헌법에 명시된 농업·농촌 부문을 다룬 제121조와 제123조 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식품부가 헌법학자들까지 동원해 만든 이 조항은 농지소유 비 농업인을 위한 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핵심내용은 헌법 121조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농지 소작제도(小作制度) 금지’ 조문을 바꾸려는 것이다. 이것을 바꿀 경우 잘못하면 농지가 거대한 투기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름도 ‘스마트 팜’(Smart Farm)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변칙적인 소작제 부활을 노리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을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분은 전근대적 토지소유개념에 가깝다. 이 법을 바탕으로 제정된 ‘지주-소작농’ 신분 관계 금지 헌법 제121조 조항은 그 의미마저 퇴색된 상태다.

 

- ‘농지 국유화’를 주장했다.

▲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국가가 농지소유를 맡고 경작은 농민이 맡는다. 그러면 불법적인 농지상속을 막을 수 있다. 그동안 농지를 가진 농민들은 매각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마저 없었다. 길게 보면 농민에게도 이득이다. 자본을 과도하게 농지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경제성은 높아지고 영농비용이 줄어든다. 국가와 국민도 이익을 본다. 그만큼 영농비용이 개선돼 농산물 가격이 내려간다는 얘기다. 청년농업인 양성도 훨씬 수월해진다. 국가가 안정적으로 토지를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업농 양성에만 주력해왔다. 대규모 토지지원사업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업농민들은 고령화되었고, 농업을 이을 젊은 후계인력마저 없다. 국가가 나서서 추진했던 대규모 토지들은 투기세력에 의해 자본에 잠식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너무 근시안적이고 방향이 틀렸다. 국가가 토지를 매입해 임대방식의 정책을 폈다면 청년농업인들이 토지매입 문제로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 토지승계, 걸림돌이 무엇인가.

▲ 우리 농업의 최대장애가 토지소유 관계다. 전국에 주인 없는 부재지주(不在地主) 땅과 비농업인 소유 땅도 많다. 문제는 이런 땅을 처분할 토지교환과 토지병합법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연세가 많은 농민들도 농지승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농민 세대교체에 큰 장애요소다. 정부의 농민직불금제도 자체도 농산물 생산량과 맞물려 있어서 세대이전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스위스만 해도 만 65세가 되면 농민자격이 법적으로 소멸된다. 그 후에는 사회보장제도 지원을 받는다. 더 이상 직불금 혜택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스위스 농민들도 농업소득을 직불금에 의존한다. 하지만 자연스레 농지이전이 이뤄지고, 은퇴 후 농업후견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런 장치가 없다. 사회보장제도도 취약하다. 99세 된 농민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 세대이전은 꿈도 못 꾼다. 이것이 한국농업의 큰 폐단이다.

 

- 농어촌공사의 농산어촌개발 사업이 부실로 밝혀졌다.

▲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한 일반 농산어촌개발이 예산 낭비성 사업으로 지적됐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어촌공사가 위탁을 맡았다. 국고 70%, 지자체 30% 보조금이 투입된 이 사업은 8년간 7조 2438억 원이 들어갔다. 전문역량이 떨어지는 지자체 상당수가 농어촌공사에게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농어촌공사가 수탁한 사업은 221개 지구다. 전체의 56%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6월 지역개발사업 689개 지구 1931개소 시설물 이행점검을 실시한 결과는 참담했다. 부실·방치 등 비정상운영 시설물이 394개였고, 부실시설물이 187개, 미 운영·방치 151개, 용도외 사용 27개, 사유화 27개, 법위반 2개 시설로 나타났다. 부실방치 시설물 394개 중 194개가 농어촌공사 설계였다. 농어촌공사가 과연 독점적인 위탁업무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 ‘빚쟁이’ 만드는 대출제도도 문제다.

▲ 한 청년농업인이 국감장에서 증언한 얘기다. 참고인으로 나온 청년농부는 30세 된 농업회사법인 (주)주원유기농 대표 김후주 씨다. 김 씨는 충남 아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유기농 배를 3년째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후계농업 경영인으로 선정됐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후계농업 경영인이 되려면 본인 명의의 사업장(과수원)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농식품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승인되면 농협은 최대 2억 원을 3년 거치 7년 상환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사회초년생인 그에게 이런 돈은 큰 부담이자 빚을 떠안게 했다. 유기농 사과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충남 아산에 있는 부모님의 농장을 떠나 연고가 없는 강원도에서 농장을 운영해야 한다. 충남 아산의 비싼 토지가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생경한 타지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후계농제도가 청년 김후주 씨에게 짊어지워준 짐이다. 청년과 신규 농업인이 새로 과수농사를 시작해 수익이 나려면 5년이 걸린다. 그러나 농협 대출은 청년농업인에게 3년 후부터 돈을 갚기 시작하라고 한다. 유기농은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 그 외에도 3명의 청년농부가 더 국정감사장에 나왔다.

▲ 지난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 3명의 청년농업인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전남 보성의 강선아(34) ‘우리원’ 대표와 경북 대구 서종효(31) ‘희망토’ 농장 이장과 강영수 ‘희망토’ 농장 이장(39세)가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청년농업인영농정착’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정책은 만 40세 영농경력 3년 이하 청년농업인이 대상이다. 청년들은 영농정착을 위한 정착지원금, 농지자금, 영농기술지원을 바라고 있다. 이들은 또 ‘청년농업인직불금’ 공약을 반기면서도 정부제도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독립경영농업인으로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은 독립영농 청년농업인에게 기본지원금을 주고 지원 대상에도 포함된다. 청년들은 “초보자에게 비싼 차를 사게 해서 바로 차를 몰아보라는 식의 정책은 안 된다”면서 “초보자에게 차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고, 차운전과 관리방법을 가르친 다음 차를 사게 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2억 원은 거액이다. 농협이 농지구입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영농 견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 관료와 농협담당자들의 업무전문성 문제도 제기됐다.

▲ 청년들은 농정담당자들의 청년농업인 육성사업과 전문지식, 태도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1년에 담당자가 3~4번 교체되지만, 이런 문제해결을 위한 전담조직이 없다. 농식품부조차 전담인력이 부족하다. 청년농업인 담당부서도 여기저기 분산돼 업무공조가 원활하지 않다. 창농 초기기간 동안에 ‘청년농업인직불금’ 생활지원이 이뤄지고 소득안정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년들 주장이다. 정부의 세심한 청년농업인 지원체계가 없다. 대다수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지원 담당자들은 신규 취 농자 지원 지침이나 평가기준, 지원기준이 최근에 대폭 변경되었지만, 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농업기술센터-농협 등 관련담당자의 잦은 교체도 업무전문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 농촌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문제로 청년 농업인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서종효 청년이장은 도시농업과 도시농장이 도시청년의 귀농과 취농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창농 준비자들의 초기단계에서의 어려움이다. 가장 큰 문제가 생활비부담으로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자금조달 문제 역시 24%, 영농기술습득 19% 순이다. 청년 농업인들은 생활지원액이 1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농업인 직불제’ 시행에 거는 기대도 크다. 뜻도 큰 만큼 부푼 꿈을 꾸는 청년에게 부담이 없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농식품부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농장경영주가 5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40세 미만은 1.3%에 불과하다. 매년 1만 농가 정도가 유입되지만, 그중 40세 미만은 10%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2025년 이후 7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에 달한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65세 이상 농업인은 2010년 16.5명에서 2015년 40.5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은 2010년 31.7명에서 2015년 34.2명 소폭 늘었다. 일본의 고령화 비율을 우리가 추월한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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