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 500만원 미만 28%, 60세 이상 고령자 29%

한국경제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홀로 사장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영업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취업이 쉽지 않은데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500만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영세하고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중 6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도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정부가 내세우든 4세대 산업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경기불황과 고령화의 여파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은 최근 내놓은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서 올해 8월 기준으로 표본 3만 2000가구에 속한 비임금근로자 중 최근 2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를 조사했다.

종잣돈을 의미하는 사업자금을 규모별로 보면 500만원 미만이 전체의 28.3%로 가장 비중이 컸다. 그만큼 영세하다는 것이다. 500만에서 2000만원이 22.0%로 뒤를 이었고, 2000만∼5000만원이 21.1%, 5000만∼1억원이 16.6%였다.

뒤를 이어 1억원에서 3억원까지가 10.9%, 3억원 이상이 1.2% 순이었다. 절반 이상이 2000만원도 안 되는 종잣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경제 악화 영향”

사업 시작 시점을 2년 내에서 1년 내로 좁히면 추세는 더욱 명확해진다. 종잣돈 500만원이 31.5%, 500만∼2000만원이 21.8%로 영세업자의 비중은 더 커졌다.

초기 자본 조달방법을 보면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이 68.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영업에 뛰어든 이의 절반 이상(57.4%)은 직전 직업이 임금근로자였다. 응답자 중 88.9%는 사업 준비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했으며 1∼3개월도 52.0%에 달했다.

그만큼 준비와 치밀한 계획 없이 생계를 위해 급히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또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사업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3만 7000명(60.3%)으로 2년 전보다 11만 1000명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08년 8월 조사에서 60.3%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또 전체 비임금근로자 685만 7000명 중 60세 이상은 201만 2000명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이 역시 2007년 8월 조사를 시작한 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업자금 규모 등 전반적인 조건이 악화한 것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영향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직업을 잃은 이들이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자공학을 대학에서 전공한 30대 초반 J씨는 “취업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일반 공장에 들어가 단순노동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모아지면 작은 가게를 열 계획이다.

고령화 사회가 심해질수록 노년층의 자영업 도전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가계들 10곳 중 절반 이상이 6개월만에 문을 닫을 만큼 실제 상황은 어렵다는게 자영업자들의 말이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는 ‘보따리’를 정부가 제시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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