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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줄잇는 자영업자들, 주방용품 시장이 앓고 있다

<재래시장 탐방> 황학동 주방용품 시장 정다은 기자lpanda157@naver.coml승인2017.11.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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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역 앞에는 서울중앙시장이 크게 자리해있다. 이전에 소개해드린 바 있다. 그 서울중앙시장 후문을 중심으로 오래된 주방거리가 있다. 황학동 주방거리.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침체돼있는 상태다. 소매보다는 도매 위주여서 음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다.

48만명의 자영업자가 생계형이다. 그 중 18만명은 벼랑 끝에 몰렸다. 그들의 부채가 38조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지가 어려워 폐업하는 업자들이 수두룩하다. 음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생계줄이던 황학동 주방거리 역시 찾는 발길이 줄어든 지 오래다.

 

 

익숙한 거리를 걸었다. 오후 1시 반. 해가 유난히 따갑다. 걸쳤던 두꺼운 스웨터를 벗었다. 한결 시원하다. 동묘역에서 동묘벼룩시장을 지나 청계천을 건넌다.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곱창골목이다. 아직은 한산하다. 곱창가게 아주머니들은 햇볕 좀 쬐고자 가게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있다. 한가한 점심시간이다. 저 따가운 해가 사라질 쯤엔 이 골목도 퇴근한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중앙시장이 보인다. 그 앞 도로변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방가게들. 꽤 많은 트럭들이 오간다. 중앙시장을 바라보고 일단 왼편으로 걸어 내려가 본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시간이지만 한산하다. 거리를 걷기만 해도 눈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가게 안은 물론 밖에까지 빼곡하게 주방용품들이 진열돼있다. 가게마다 주력상품이 다르다. 그릇과 냄비가 가장 많다. 대부분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다.

 

 

도자기 그릇도 보인다. 전골용, 찌개용, 돌솥밥용, 계란찜용 등 다양하다. 다음 가게는 고기집에서 쓰는 고기 굽는 판이 쌓여있다. 가게 이름도 새겨준다고 적혀있다. 판뿐만 아니라 연탄 등을 넣어 불을 피우는 통, 환기구까지 없는 게 없다.

황학동 주방거리가 유명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 덕이기도 하다. 새것들도 있지만 중고를 고치고 광을 내서 판다. 그만큼 싸지만 모양은 새것과 다를 바 없다. 보통 경기가 불황일 때 중고시장이 활발해진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 얘기가 됐다. 장사가 안돼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고 주방용품들이 쏟아져 나와 황학동 거리를 메우지만 구매해가는 사람들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심치 않게 가게 안팎에서 퉁탕퉁탕, 타닥타닥 소리가 들린다. 판매를 위주로 하는 상인들은 가게 밖에 나와 앉아 햇볕 쐬며 손님을 맞지만 중고 판매 전문점은 수리하는 데 열중이다. 작업장인지 가게인지 헷갈릴 정도다.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렇게 작업을 한 뒤 바로 옆 가게에서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상인들 사이도 돈독해 보인다. 장사도 잘 안 돼 음울할 법도 한데 가게 앞에 나와 커피 한잔씩 나누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한 가게 아주머니는 벌써 김장을 한 것인지 김치가 담긴 통을 다른 가게들에 나눠주고 있다.

 

 

이곳은 그야말로 주방용품 백화점이다. 주방과 관련해선 모든 게 다 있다. 일반 냉장고, 냉동고, 아이스크림 냉장고 등 냉장고 전문 가게도 있다. 가스레인지만 파는 가게도 있다. 음식점 주방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것들이다. 오븐도 있고, 컵 소독기도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구워지는 전기통닭구이 기계도 보인다. 발갛게 익어가는 통닭을 떠올리니 군침이 나온다. 흔히 학교 식당에서나 보던 엄청난 크기의 솥도 보인다. 곧 저 솥에선 많은 배를 채워줄 맛있는 음식이 요리되겠지.

식당 뿐 아니라 카페 등에서 쓰는 기기도 가득하다. 밖에 진열돼있는 건 빙산의 일각, 꼭 가게 안까지 들어가서 구경해보는 게 좋겠다. 천장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가게 내부는 거의 주방용품 박람회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그릇가게의 경우 외부에는 식당에서 쓰는 값싼 것들을 내놓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예술작품 수준의 예쁜 그릇들이 많으니 참고하자.

 

 

종종 자영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들 손에는 사야할 물건들이 빼곡히 적힌 종이가 들려있다. 가게가 워낙 많다보니 여기저기 둘러보며 가격을 묻고 흥정을 한다. 한 가게 주인은 다른 가게도 한 바퀴 둘러보고 오라며 미소를 짓는다. 부담 없이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배려 그리고 그 가게만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주방용품 외에 식당용 의자, 파라솔 등도 보인다. 파라솔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따로 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쉼 없이 고치고 닦고 움직인다.

사상 최고의 가계부채 사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면서 황학동 주방거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빨리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이 주방 거리에도 많은 발길들이 다시 몰리면 좋겠다. 더 활발해질 주방거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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