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월성 핵발전소에서 3.3킬로미터 안에 있는 양남초등학교에서 두 소녀를 만났습니다. 두 소녀가 들려 준 오카리나 연주의 제목은 '아름다운 것들'이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 가고 있는 아이들이 들려 준 '아름다운 것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세대의 삶의 성찰과 전환의 삶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을까요.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말입니다. ⓒ장영식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하서리 양남초등학교는 월성 핵발전소에서 3.3킬로미터 안에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 사진작업 중에 멀리서 두 소녀가 제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자 아이들은 수줍은 듯이 오카리나를 꺼내 '아름다운 것들'을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오카리나 연주가 끝난 뒤 물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아세요?"

"그냥 아저씨가 좋은 분인 것 같아서 오늘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들려 주고 싶었어요."

그리곤 거짓말같이 아이들이 제 곁에서 떠났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동화 같은 날을 보냈습니다.

이날 두 소녀가 들려 준 오카리나 연주곡이 지금도 귓가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핵발전소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것들'의 역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방사능에 피폭되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 생명을 거슬러 발전하는 핵발전과 운명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야 말로 역설이었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했던 역설이었습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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